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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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스톤 출판의 애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I의 미스터리 편에 이어 II의 공포 편은 말 그대로 앨런 포의 작품 중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들의 모음집이다. 학창 시절 주말 TV프로를 깔깔대며 즐겁게 보고 나서 잠들기 전에 우연히 읽게 된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는 납량 특집만큼 오싹한 소름을 돋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검은 고양이>를 시작으로 <어셔가의 몰락>, <리지아>, <적사병 가면>, <M.발데마르 사건의 진실>, <윌리엄 윌슨>,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아몬틸라도 술통>, <함정과 진자>, <직사각형 상자>, <생매장>, <모렐라>, <절음발이 개구리>, <메첸거슈타인>, <베레니스>, <밀회>, <심술 요정>까지 총 17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중에서 앨런 포의 대표작인<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을 살펴보면 19세기 미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추리 소설의 선구자라 칭송 받는 애드거 앨런 포 작품이라고 쉽게 생각되지 않을 만큼 <검은 고양이>는 화자인 의 광기를 음울하고 섬뜩하게 그려가면서 살인에 대한 묘사마저도 매우 잔혹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는 가엾은 짐승의 목을 틀어 잡고 조끼 주머니에서 포켓 나이프를 꺼내 놈의 한쪽 눈알을 조심스레, 천천히 도려냈다(본문 12페이지 중에서)’ 라던가 아내의 훼방으로 저지당하고 있던 팔을 빼낸 후 더욱 치솟은 악마보다 더 한 분노로 그녀의 정수리 위에 날 선 도끼를 내리꽂았다(본문 18페이지 중에서)’ 와 같이 그 묘사가 매우 잔인하고 섬뜩하여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 같아 하나의 소설로만 생각하고 읽고 있던 나로 하여금 당혹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화자인 ;의 사이코패스적인 심리 상태와 불길함으로 상징되는 검은 고양이는 끝까지 분위기를 공포로 뒤덮게 된다.  독자에게 강한 인상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공포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정서라 했던 앨런 포는 독자가 자신이 만든 작품의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다음 작품인 <어셔가의 몰락>도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 묘사가 작품 전반을 둘러싸고 있다. 화자인 는 어느 날 친구 로더릭 어셔의 방문 요청으로 어셔가 저택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 저택에서 느끼는 알 수 없는 공포를 한 장면씩 묘사하면서 무엇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공포감을 키운다. 특히 저택의 내부와 주변의 묘사가 괴기함을 더하게 되어 읽는 내내 그 묘사 부분을 도망치듯 읽어버리게 되기도 했다. ‘석조 건물 어디에도 허물어진 흔적은 없었으나 각각의 돌은 부서지고 깨진 상태인 반면, 여전히 완벽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 사이에는 묘한 불일치가 느껴졌다(본문 29페이지 중에서)’ 거기에 화자인 의 불안한 심리를 적어 내려간 부분에서 그 글을 읽고 있는 나는 애써 담담한 척하려 하지만 이내 등골의 오싹함까지 거부할 수는 없다. ‘’밤늦게 잠자리에 들 때였다. 밤은 깊어가는데 잠은 침대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다.(중략) 어디선가 낮고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가늠할 수도 견딜 수도 없는 격렬한 공포에 휩싸여 나는 황급히 옷을 입었다.(본문 43페이지 중에서)’ 결국 어셔가 저택이 무너지며 마치 초자연적 현상을 겪은 화자인의 이야기로 끝을 맺지만 로더릭 어셔의 특별한 취미와 저택의 노후화가 맞물리며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환각과 공포, 몽환 등이 계속 작품의 주된 분위기를 이루는 <리지아>, <적사병 가면>등 공포 편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작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앨런 포의 삶과 심리 상태가 어떠했을 지 상상이 되며 갑자기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여튼 더운 여름 밤에 읽기에 딱 좋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인간의 공포 심리를 잘 잡아낸다는 점에서 뛰어난 작품이니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다만 작품 전반의 분위기가 그러하니 정서상 한꺼번에 모두 읽기 보다는 2~3편씩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읽었으면 한다. 한 작품당 내용도 길지 않아 15~30분이면 충분히 읽을 정도라 부담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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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에서 나를 찾다 - 의식 연구의 권위자 최준식 교수 최고의 강의
최준식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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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각박한 삶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거나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 나를 이입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진정한 내가 그 어디에도 없다. 인간망의 관계 속에 휩쓸려 다니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 '무의식에서 나를 찾다'는 결코 자신이 다른 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의식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최준식 교수는 그 답을 무의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인간은 왜 살고 있을까를 필두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거기에 대한 답은 누구나가 알고 있듯이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원초적인 행복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올바른 답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거기에는 참된 나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자아를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한 자아 찾기는 자기 주체의 실현이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굉장히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라는 존재는 나름의 주관된 의견을 가지고 있고 '나'의 생각을 올바르게 판단하며 살고 있다고 자신한다. 예를 들어 종교인, 정치인, 운동권에 소속된 사람은 자신들이 얼마나 바른 일을 하는 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의 신념에 갇혀 다른 이들에게 언제나 자기의 주장만이 올바르다고 말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힘 또는 강압, 강요까지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와 함께 부모의 역할도 말한다. 인간은 사회라는 제도를 경험하기 이전에 이미 가정'이라는 제도 안에서 사회를 경험하게 되며 그때부터 자신의 부모를 통해 세상에 대한 선입견과 더불어 부모의 사고체계를 답습하게 된다. 세뇌라는 말이 아이러니컬하지만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습관, 사고 방식, 인간관계 등을 그들의 부모에 의해 기준잡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사회에 나가 자신보다 많이 알고 있거나 자기보다 강한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종속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집단 속에 머무는 것이 편하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기 이전에 모든 것이 결정되고 그것을 수긍만 한다면 그 삶을 편하게 느끼며 편승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그런 생각들이 자기 자신을 사회 속에서 인습적인 인간으로 살게 만드는지 모른다.

 

저자는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는 유한한 존재'라고 한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가 말한 '비본래성'에 주목하였다. '비본래성'이란 세상의 통념대로 휘둘려 사는 것을 말한다. 거기에 '나'라는 존재는 없다. 내 삶의 주체가 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익명의 주체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산다. 익명의 주체들은 언제 어느 때고 나를 공격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과 무관한대도 불구하고 타인의 상처를 헤집고 핡퀴고 그들을 간섭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기를 아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바로 '죽음'이다. 우리는 죽음을 제대로 직시할 때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게 진정한 삶이었는지 신은 누구인지와 같은 문제를 진지하게 맞이한다고 한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진정한 주체의 삶이란 언젠가는 죽지만 그 죽음이라는 것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유한한 것임을 알고 있어야 하며 죽음이 오기 전에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진정한 삶에 대한 성찰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문자 그대로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듣고 산다. 내가 잠시라도 괴롭거나 불행하다 느낄 때면 주변에서 듣는 말이기도 하다. 말이 쉽지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할 때가 많다. 오히려 직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히기 보다는 돌아가는 편이 많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마음을 열고 좋은 답을 찾을 수 있는 지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간은 자유를 희구하지만 사실은 자유로부터 도망치려한다는 것이다. 자유는 언제나 책임이 뒤따른다. 자유의 책임을 스스로 지는게 힘든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얻게 되는 집단의 힘과 권력을 무자비하게 이용한다. 그들은 누군가 책임져 줄 사람이 뒤에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일말의 후회나 죄스런 감정조차도 갖지 않는다. 히틀러 시대의 독일인들이나 2차 세계대전에 패하고도 전쟁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은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여놓고 있다. 그들에게는 도덕적인 문제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상부에서 지시받은 것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지키느냐만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보면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면서 그들의 세계관, 공동 의식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한 무리들에 속하면서 그것들이 마치 자신의 참된 주관인냥 행세한다. 저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집단 최면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오로지 커다란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생각은 그것들에 맞춰 움직일 뿐이다. 순간 애국심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국가가 우리에게 원하는 건 애국심이다. 국가는 개개인의 주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라는 집단에 소속된 사명감을 가진 인간만이 존재하며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다. 애국심이라는 명분으로 만행하는 책 속의 갖가지 사건들을 들여다보면서 도대체 그 사람들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든다.

사회심리학자 애쉬의 실험에서 보다시피 정답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답을 말하는 그룹이 등장하면 그 사람들의 답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는대도 불구하고 자신의 답을 포기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있다. 다수의 의견에 묻혀 소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이런 사례에서도 충분히 나타난다. 그는 구원파 같은 사이비 종교, 중세시대의 마녀 사냥같은 모순된 집단이 추구하는 바를 한 인간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얼마나 자신의 주체성이 쉽게 무너지는지도 알려준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예를 들기도 하는데 톰 행크스가 열연한 주인공 검프는 지능이 낮은 사람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가 뛰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그를 추종하는 모습을 설명해준다. 주인공 검프는 그냥 뛰는 것인데 사람들은 마치 그가 어떤 의미를 두고 뛰는 것인냥 한다. 몇 년씩 뛰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그를 따라하기 바쁘다. 그런 그가 뜀뛰기를 그만두자 같이 뛰는 의미를 두지 못한 사람들도 모두 흩어진다. 남이 하니 따라했는데 그 주체가 없어지니 자신들도 더 이상 뛰는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진짜 나를 찾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인본주의 심리학에 대한 설명도 하고 있다. 심리학의 대표적인 학자로 프로이트가 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연구는 바로 '무의식'이었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은 1차적인 학설이지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무의식의 발현을 성욕에서 출발했다. 이전의 계몽주의자들이 말한 이성적 인간과는 상반된 견해로 인간은 이 무의식이 억압을 받게 되면 정신병으로 발전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연구가 환자들을 상대로 진행되었기에 모든 인간에게 대입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매슬로는 이런 문제들을 확장시켜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에 대한 욕구, 자기존중에 대한 욕구, 자아실현 욕구 더 나아가 자아초월욕구 등으로 단계를 나눠 보여준다. 이 단계들은 어느 하나라도 월단할 수 없고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면서 도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다.

참된 자아가 자기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왜'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진정 나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장자의 이야기 중 신발이나 허리띠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그것들이 나에게 꼭 맞으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고 편하지만 꼭 맞지 않으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를 의식하지 않고 즐거워 하는 것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 주체성을 회복하는 순간이지만 자기를 계속 의식한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타자로부터 자꾸만 침범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를 찾기 위해 무의식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 첫번째로 국민교육헌장의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처럼 우리 각자는 해야할 일을 가지고 태어났다. 자아실현이란 이런 자신의 잠재 가능성을 실현하여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해야하며 그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의식적이지 않더라도 무의식은 그 자신의 사명, 소명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자아 실현이 안된 아이의 경우 부모의 필터링을 거쳐 아이에게 각인되어 버리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그 가치관이 바뀌기는 어렵다. 사고 체계가 후인습적인 교육체계에 의해 틀이 굳어져 버리는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하지 않았던가..진정 우리의 내면,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삶이 좋은 것인지 그것이 행복한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의식의 사유보다 무의식의 사유가 크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의식의 사유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문제는 다르다. 저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로 무의식의 깊이를 말한다. 프로이트가 말한 성욕의 근간인 무의식 이론을 확장시킨 칼 융의 이론처럼 무의식은 인류 지혜의 보고이자 원천으로 본다. 음양의 조화처럼 무의식의 발현도 의식의 발현과 마찬가지로 해석 될 수 있으며 인간 의식의 심층에는 대극을 합일하려는 기운이 있다고 하였다. 융의 해석처럼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현실 세계에서 해석되지 못하는 무의식은 지혜의 창고이기 때문에 꿈에 대한 해석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의식의 세계를 만나는 방법으로 저자는 최면을 이야기한다. TV쇼 등을 통해 우리는 종종 최면을 접하게 된다. 그런 의식들을 통해 만나다 보니 최면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국에 비해 미국 의학계는 최면을 의술로 인정한다고 한다. 프로이트도 최면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의 최면법은 권위적이었고 환자와 상생하는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단되었다. 그래서 그가 고안하게 된 치료법은 자유연상법이다. 그것은 떠오르는대로 이야기하는 도중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말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무의식 속에 들어있는 욕망이나 현재의 문제라는 것이다. 최면법은 권위적이었던 프로이트가 최면을 배척하게 되면서 연구가 진전되지 않다가 1960년대 이르러 재조명 받게 되었고 점차 진보하여 다양한 의료 행위와 범죄조사 또는 스포츠, 입시 등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최면에 대한 다양한 오해들도 많은데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최면의 역사와 함께 최면의 진행 방법, 그리고 최면 현장 예시 등을 소개하고 있어 무의식을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무의식은 정말 깊이를 알 수 없다. 어떤 세계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세계를 통해 진정한 참된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인 듯하다. 세상에 휩쓸려 나라는 존재를 잃고 살아가기 보다는 주체적인 삶을 살다 가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일이지 않을까? 우리가 좀 더 지켜보고 연구해야 할 숙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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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 모르그가의 살인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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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의 나, 우연히 책장에 꽂혀 있던 추리 소설 전집을 그대로 잠까지 줄여가며 완독했던 일이 떠오른다. 추리 소설하면 코넌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의 활약을 1순위로(그때 아는 추리 소설이 셜록 홈즈 시리즈 였으니) 꼽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그 둘의 사건 해결 과정을 마치 내가 해결한 것처럼 뽐내며 이야기 해준 적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다. 그렇게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두 읽고 나니 이런 나의 모습을 눈여겨 본 사촌의 선물 기암성을 읽으면서 셜록 홈즈와 왓슨의 뭔가 바른 생활 사나이들과는 다른 자유로운 뤼팽의 매력에 빠져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 후 한동안 추리 소설은 나의 학창 시절의 추억 정도로만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회 생활하며 자기 계발서에 탐독하다가 그 빤한 잔소리 또는 그 척하는 글귀들이 짜증날 무렵 다시 옛 생각에 머리를 식히고자 잡은 책이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인 걸 보면 추리 소설에 탐독하던 그때가 내게는 좋은 시절로 기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뤼팽에서 끝난 나의 추리 소설 경험은 간간히 외화 시리즈였던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를 시청한 것에 멈춰 있었는데 이번에 애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을 접하고 보니 다시 나의 학창 시절로 연결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영국하면 코넌 도일, 프랑스하면 모리스 르블랑이 추리 소설의 대표 작가이듯이 애드거 앨런 포는 미국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 작가이자 앞서 소개한 코넌 도일에게도 영감을 선사한 추리 문학의 선구자로 볼 수 있다. 항상 선구자는 그 삶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인데 앨런 포 역시 생계를 위해 글을 쓰고(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쓰고 받은 돈이 56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굴곡이 많은 삶을 살다가 삶의 끝에서 조차 편히 눈을 감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런 그가 고단한 삶을 살면서 썼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소설의 내용은 뛰어난 구성과 등장 인물들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읽고 나서는 이런 작품을 내고도 불운하게 삶을 마감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앨런 포의 전집의 1권에는 총 1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파리의 모르그에서 발생한 모녀 살인 사건을 오귀스트 뒤팽이 해결하는 과정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가는 <모르그가의 살인>을 시작으로 실제 있었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마리 로제 미스터리>, 등잔 밑이 어두운 편지 찾기 이야기인 <도둑맞은 편지>, 보물 찾기 암호 풀이과정을 그린 이야기 <황금 벌레>, 앨런 포의 최초 단편 공모전 수상작 <병 속의 수기>, 노인을 살해 한 일인칭 의 불안에 대한 외침 <폭로하는 심장>, 진범을 밝히기 위한 조금은 황당한 과정의 이야기 <범인은 너다>, 인간의 고독에 대한 관찰 <군중 속의 남자>, 허구 같은 사실, 사실 같은 허구 이야기 <누더기 산 이야기>, 망자의 인생무상 토크쇼 <에이러스와 차미언의 대화>까지를 미스터리 편으로 구성하였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폭로하는 심장>은 매우 짧은 이야기 임에도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섬뜩하리만큼 강렬하고 사실적이어서 강한 여운이 남았는데 추리 작품이라기 보다는 서스펜스가 강렬한 스릴러 작품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일인칭 시점의 이야기 전개가 주는 극도의 몰입감과 긴장감은 앨런 포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캐릭터와 사건 중심의 추리소설집에서 느끼지 못한 전율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추리 소설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단편의 글이 많기 때문에 짬짬이 읽기에도 좋고 요즘 같이 더운 여름 밤 시원한 샤워 후에 읽으면 미스터리가 풀리는 마지막에는 개운함까지 느끼면서 숙면을 취하기에도 좋은 방법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은 책의 사이즈도 문고판으로 오가며 들고 읽기에 무겁지 않고 종이 재질도 편하게 접어가며 읽을 수 있어 편하다.(나는 보통 소설책이 양장본으로 되어 있다든지 아니면 필요 이상으로 고급스러워 곁에 두고 자주 보기 부담스러워 읽다가도 다시 손에 잡기 부담스럽게 느끼는 편이다.) 무엇보다 실속 있고 가벼운 책 가격으로 하여금 다시 예전의 홈즈와 루팽 시리즈를 모두 사서 소장해두고자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다만 일부 활자가 번지는 인쇄 상태라던가 본문의 폰트 종류와 크기가 본문 이외 설명 부분을 다르게 한 점은 목적에서 이해는 되지만 눈이 불편하고 거슬리는 점과 글의 분위기를 더하려 한 듯 간간히 보이는 어설픈 사투리(충청도식 ~구먼요)등은 오히려 눈에 거슬리기 때문에 번역은 표준어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무튼 간만에 마음을 가볍게 하고 단숨에 읽어가며 다시금 느낀 점은 다른 장르라고 다를까 싶지만 역시 추리 소설은 종이를 한장한장 넘기며 보는 그 짜릿함이 문고판으로 항상 곁에 두고 보기에 제격이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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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신화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17
김춘옥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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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신화이야기

 

옛날 옛적에... 라는 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를 말할 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시작하는 첫 마디이다. 그렇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어떤 때는 이야기의 내용에 픽션을 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논픽션도 담으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든다. 할머니들 앞에 옹기종기 앉아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 하던 내 지난 어린 시절이 사뭇 그립기까지 하다.

 

전래동화나 전통적인 동화의 내용도 물론 계속해서 출간되어 나오고 있지만 요즘이야 책들이 워낙 좋아지다 보니 그보다 훨씬 창의적인 내용을 담은 이야기책들이 줄줄이 출판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화책들이 우리 어린 시절의 그것과는 달리 과거에는 보도 듣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많다. 막상 아이들과 대화라도 할라치면 막연히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들은 식상할 정도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치 못하다. 그러니 동화책일지라도 요즘에 맞는 다양한 내용들을 알아야 아이들과의 대화도 편하게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오늘 내가 읽어본 동화책은 바로 둥글둥글 지구촌 신화이야기!!

이 책은 전래동화라고 치부하기엔 오랜 시간동안 전해져 내려온 각 대륙의 신화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일찍이 알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신화부터 생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재미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신화라면 바로 단군왕검의 탄생 신화! 이런 편하게 접하기 쉬운 익숙한 이야기들도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지만 그것을 필두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야기를 통해 다소나마 우리는 그 지역, 그 사회, 그 문화가 어떻게 시작 되었는지도 유추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외의 유명한 신화를 꼽자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

바로 그리스 신화라 말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만화나 소설의 소재로 또는 영화로 재탄생하면서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의 역사가 신화와 함께 어떤 문화들이 탄생했는지도 알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에는 수많은 신전들과 신화를 간직한 많은 유산들이 아직까지 남아 세계인들의 역사 탐방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신을 꼽으라면 제우스를 비롯하여 헤라, 아폴론, 아르테미스. 비너스, 헤라클레스 등 다양한 신들의 세계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화들은 이런 유명한 신화들만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 외에도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세계 각지에서 그들의 인류 문화에 맞게 출범했던 각 신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내용들이 참으로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면서도 그들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신화들 대부분이 하늘과 땅을 그러니까 창세에 관한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모든 만물에 다양한 신의 이름들을 붙여 그들을 섬겨왔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부터 들여다보자면 우리의 단군왕검도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의 아들이고,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문명에서도 하늘과 땅의 힘을 신성시하며 그들 각자에게 신의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민물의 신 아프수, 짠물의 신 티아마트, 그리고 하늘의 신 아누 등... 또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거대한 알에서 태어난 거인 반고가 있고 반고의 기지개에 하늘과 땅이 벌어졌다고 했다. 인도의 신화에서는? 그들이 신성하시는 갠지스 강에 대한 이야기부터 창조의 신 브라흐마,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파괴의 신 시바도 등장한다.

 

이와 달리 북유럽에서는 다른 나라의 신들과 다르게 인간과 비슷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신들이 등장해 흥미를 더해준다. 이들은 신들이 사는 세계 아스가르드와 인간이 사는 세계를 구분 짓기 위해 벽을 두고 한쪽은 신, 다른 한쪽은 인간이 산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달리 창세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요즘 영화에 등장하는 토르나 오딘, 로키와 같은 신들이 그중 하나다. 그리고 이 북유럽 신화들은 현대에 와서는 판타지 소설이나 판타지 영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져 있어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으면서도 수백 개의 부족 국가가 존재했기 때문에 그들 각자의 다른 창세 신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가 있으니 바로 옥수수! 지금이야 대량생산과 다양한 품종개발을 통해 여러 가지 옥수수가 등장하고 있고 그 외에도 먹거리가 많은 요즘이지만 창세의 시기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사람들에게 옥수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식량이었나 보다.

 

다음으로 살펴볼 신화는 바로 아프리카 대륙의 신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신화를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로 이집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기이한 태양, , , 모래, 강 등의 자연현상들. 그것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그 너머에는 신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1년이라는 기간을 어떻게 365일로 나눠 살아가게 되었는지도 알려주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나일강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그들이 강력하게 모시는 신인 태양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이집트인들은 태양을 숭배하면서 두 세계를 이어주는 파라오가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 생각하였고 가장 강력한 파라오 람세스에게 태양왕이라는 별칭를 붙여주기도 하였다. 그런 것을 보았을 때 그들이 자연현상 중에서도 얼마나 태양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그들에게는 태양 이외에도 또 하나의 관심사가 있었는데 바로 죽음 이후인 사후세계이다. 이집트에는 대부분 파라오가 죽으면 묻히는 피라미드가 수백 개 남아있다. 피라미드 속에는 현재까지 조사가 이루어진 몇몇 개의 피라미드를 제외하고도 그 신비가 풀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 지금도 알 수 없는 신비스런 것들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인간이 죽어서도 산 사람과 똑같이 사후세계를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선 미라가 되기를 원했고 지금까지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처럼 여러 부족국가로 이루어져 있었던 아프리카 대륙에도 다양한 신화들이 존재하였는데 인간의 엉덩이에 생긴 반점에 대한 이야기부터 가장 용맹한 부족으로 불리우는 마사이족의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서 죽음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곁에 머물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와 아프리카 대륙의 주요 식량인 얌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소개하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세아니아 대륙의 신화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곳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남반구에 혼자 떨어진 외딴 대륙!!

그곳에도 많은 부족국가들이 있었는데 아주 생소한 꿈의 시대라는 신화가 등장한다. 신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과 인간, 그들의 질서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모두가 공생하며 영원히 살아가고픈 시대가 그들이 말하는 꿈의 시대’. 이들 부족 국가를 몰아낸 유럽인들에 의해 갖은 차별을 받았던 원주민들의 삶을 빼앗긴 세대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소수민족의 삶이라도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가슴 저리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마우이 족, 하와이 토종 식물인 오히아 레후아의 전설이나 파푸아뉴기니 부족들이 어떻게 불씨를 이용하게 되었는지 등등 다양한 신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곳곳에 수록된 일러스트는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 짜임새 있는 책의 구성을 해놓은 것이 맘에 드는데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함께 볼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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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왕 연산군 - 88편의 시로 살피는 미친 사랑의 노래
이수광 지음 / 책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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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쓴 역사... 그 끝에는 항상 왕들이 있다.. 그리고 궁중의 암투....

역사의 기록대로 연산군은 폭군이다. 그의 모든 것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는 실록.. 그 이 외에도 야사를 통해 얼마나 많이 연산군이 폭정과 난잡한 사생활을 일삼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TV드라마나 영화의 주제로 가장 많이 다뤄지고 있는 임금이지만 그에게 군이라는 시호가 붙은 것은 왕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광해군, 연산군..... 모두 반정에 의해 집권을 잃은 군왕들이다. 한 사람은 너무 똑똑해서, 또 한 사람은 너무 오만방자하고 난폭한 정치를 하였기에..

조선국왕 연산군은 책에 나오는대로 시를 좋아하고 시를 많이 지었던 왕이라 한다. 그가 남긴 시 중 88편을 책 소설 곳곳에 담아 책의 내용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시를 지었고 어떤 시기에 시를 지었는지도 세세히 기록하고 있어 글 읽는 재미도 더해준다.
또한 책의 구성 역시 역사 순대로 쓰여있지 않고 연산군의 젊은 시절 폭정과 향락에 빠진 시기부터 시작해 다시 폐비 윤씨의 일과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에서 다시 반정이 일어나기까지의 일을 그리고 있어 시대를 왔다갔다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금삼의 피.....
연산군의 어미인 폐비 윤씨가 사약을 마시며 흘린 혈흔이 담긴 옷을 말한다. 폐비 윤씨 조선의 9대왕인 성종의 둘째부인으로 두 명의 아들을 두었으나 윤씨가 죽은 다음 둘째 아들은 단명하였고 첫째 아들이 성종의 대를 이어 왕이 되었으니 그 이름이 연산군이다. 연산군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어미의 사랑을 한참 받아야할 나이에 윤씨는 사가로 내쫓아졌고 그 뒤 사약을 받고 죽었으니 말이다. 성종은 이 일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자신이 죽어서도 그가 알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소문이든 사실이든 아니든 막는다고 어디 막아지는가.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순식간에 알게 되는 것이 말이거늘.... 폐비 윤씨가 사가로 내쳐져 가난하게 살다 사약을 받게 된 계기는 실록이나 야사를 통해 알고 있듯이 궁중의 암투 속에서 성종의 후궁들에게 질투를 한 뒤 부부싸움 중 용안에 상처를 내었기 때문이란다. 지금이야 부부의 일이니 두 부부가 뭘 하든 우리야 알바 아니지만 부부싸움 중 얼굴에 상처를 냈다기로서니 폐비까지 시킨 일은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 중에서도 시어머니인 인수대비와의 고부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효성이 극진했던 성종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성종의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마음이 참 마마보이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왕이라 하나 총애를 받으려고 투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궁중 안에서 왕비라 한들 질투가 없겠나 싶기도 한 게 측은하기까지 하다. 거기다 오죽 궁중암투가 심했으면 소혜왕후인 인수대비가 <內訓내훈>이라는 책까지 썼겠는가. 어쨌든. 그녀의 사건은 연산군이 왕위에 올라 이 일에 관해 알게 되면서 무오사화갑자사화를 일으키게 되는 도화선이 되었고 아들에 의해 제헌왕후로 추대되었지만 중종반정으로 왕후의 호가 다시 삭탈되는 운명을 가진다. 서글프고도 부끄러운 역사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그가 이렇게 미치게 된 계기가 물론 어머니의 일도 있었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연산군의 성정이 어릴 때부터 놀기 좋아하고 공부하고 책보는 걸 싫어했다. 거기다 성격도 잔인한 면이 있었나보다. 한 예로 저자는 연산군의 성품을 기록한 <오산설림>이라는 책의 내용을 들었는데,  성종이 아끼던 사슴 한마리가 있었단다. 어느날 연산군과 함께 이 사슴을 같이 놀게 되었는데 사슴이 연산군을 핥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연산군이 사슴을 발로 찼고 성종이 어찌 그리 잔인하냐고 했단다. 후일 성종이 죽자 연산이 이 사슴을 죽였다고 적고 있다. 
처음에는  그도 다른 왕들과 비슷하게 정사를 이끌어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당파 싸움의 시작이 어찌보면 연산군의 잔인함을 불러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그렇듯 그 시대에도 사림과 훈구파의 세력이 워낙 드세었나보다. 그들의 기를 누르기 위해선 왕권을 강화하는 수 밖에 없었다. 성종과 달리 연산군은 즉위 초부터 사림파의 기세를 꺽으려고 하였고 계속해서 왕권에 도전하듯 훈수를 두는 그들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훈구파를 이용해 사림을 몰아냈고 그 뒤에는 다시 훈구파를 누르며 왕권을 강화하기 시작한다.

왕권의 강화가 시작되면 당연 추종하는 세력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바로 최근에 등장한 영화 '간신'의 주인공인 임숭재 그리고 그의 아버지 임사홍이 있다. 바로 그들이 연산군을 폭군과 난잡한 생활을 하게 만든 주축들이다. 왕권 강화를 통해 역사가 올바르게 잡혔더라면 좋았겠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왕의 자리에 올랐으니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삶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자기보다 위인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 간신들은 연산군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전국팔도에서 양반부터 노비까지 다양한 미인들을 왕에게 바쳤다. 심지어 연산은 자신의 마음에 들면 숙부의 부인도 취했고 지나가다 마음에 들면 아무나 상대했으며 의붓동생인 혜신옹주까지도 노리개로 삼았다. 간신 중의 간신인 임숭재의 부인이 바로 그녀인데 임숭재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자신의 부인까지도 갖다 바치며 충성을 다했다. 서평이라 욕은 할 수 없지만 참 대단한 작자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의 운명 역시도 어쩔 수 없나보다. 임숭재는 젊어서 요절했고 임사홍은 연산군이 폐주가 되면서 죽임을 당했다.
또 그의 총애를 입은 장녹수와 전비같은 여인들도 빠질 수 없다. 장녹수는 연산군에게 가장 많은 총애를 입은 여인이다. 그녀로 인해 연산군은 헤아릴 수 없이 나쁜 짓을 여인들에게 했다. 아예 연산군에게 여인을 갖다 바치는 역할을 하며 마지막까지도 연산군과 함께 했다. 그들의 비참한 최후야 말할 것도 없다.

이 모든 내용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알고 있는 내용이야 많지만 상세히 기록과 함께 그의 시를 실으면서 연산군의 일대기가 어떠했는지 그 시대에 여인들이 어떠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어려운 문구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참에 공부한다 생각하며 들여다 보았는데 많은 문구들이 실록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담은 것 같아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지만 역사의 한 장면을 실록과 야사의 내용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소설화시킨 부분은 참고해볼 만한 내용들이다.

폭군 연산과 그의 간신들... 그리고 그의 총애를 입은 여인들의 이야기.....

조선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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