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 모르그가의 살인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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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의 나, 우연히 책장에 꽂혀 있던 추리 소설 전집을 그대로 잠까지 줄여가며 완독했던 일이 떠오른다. 추리 소설하면 코넌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의 활약을 1순위로(그때 아는 추리 소설이 셜록 홈즈 시리즈 였으니) 꼽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그 둘의 사건 해결 과정을 마치 내가 해결한 것처럼 뽐내며 이야기 해준 적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다. 그렇게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두 읽고 나니 이런 나의 모습을 눈여겨 본 사촌의 선물 기암성을 읽으면서 셜록 홈즈와 왓슨의 뭔가 바른 생활 사나이들과는 다른 자유로운 뤼팽의 매력에 빠져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 후 한동안 추리 소설은 나의 학창 시절의 추억 정도로만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회 생활하며 자기 계발서에 탐독하다가 그 빤한 잔소리 또는 그 척하는 글귀들이 짜증날 무렵 다시 옛 생각에 머리를 식히고자 잡은 책이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인 걸 보면 추리 소설에 탐독하던 그때가 내게는 좋은 시절로 기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뤼팽에서 끝난 나의 추리 소설 경험은 간간히 외화 시리즈였던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를 시청한 것에 멈춰 있었는데 이번에 애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을 접하고 보니 다시 나의 학창 시절로 연결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영국하면 코넌 도일, 프랑스하면 모리스 르블랑이 추리 소설의 대표 작가이듯이 애드거 앨런 포는 미국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 작가이자 앞서 소개한 코넌 도일에게도 영감을 선사한 추리 문학의 선구자로 볼 수 있다. 항상 선구자는 그 삶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인데 앨런 포 역시 생계를 위해 글을 쓰고(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쓰고 받은 돈이 56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굴곡이 많은 삶을 살다가 삶의 끝에서 조차 편히 눈을 감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런 그가 고단한 삶을 살면서 썼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소설의 내용은 뛰어난 구성과 등장 인물들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읽고 나서는 이런 작품을 내고도 불운하게 삶을 마감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앨런 포의 전집의 1권에는 총 1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파리의 모르그에서 발생한 모녀 살인 사건을 오귀스트 뒤팽이 해결하는 과정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가는 <모르그가의 살인>을 시작으로 실제 있었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마리 로제 미스터리>, 등잔 밑이 어두운 편지 찾기 이야기인 <도둑맞은 편지>, 보물 찾기 암호 풀이과정을 그린 이야기 <황금 벌레>, 앨런 포의 최초 단편 공모전 수상작 <병 속의 수기>, 노인을 살해 한 일인칭 의 불안에 대한 외침 <폭로하는 심장>, 진범을 밝히기 위한 조금은 황당한 과정의 이야기 <범인은 너다>, 인간의 고독에 대한 관찰 <군중 속의 남자>, 허구 같은 사실, 사실 같은 허구 이야기 <누더기 산 이야기>, 망자의 인생무상 토크쇼 <에이러스와 차미언의 대화>까지를 미스터리 편으로 구성하였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폭로하는 심장>은 매우 짧은 이야기 임에도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섬뜩하리만큼 강렬하고 사실적이어서 강한 여운이 남았는데 추리 작품이라기 보다는 서스펜스가 강렬한 스릴러 작품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일인칭 시점의 이야기 전개가 주는 극도의 몰입감과 긴장감은 앨런 포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캐릭터와 사건 중심의 추리소설집에서 느끼지 못한 전율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추리 소설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단편의 글이 많기 때문에 짬짬이 읽기에도 좋고 요즘 같이 더운 여름 밤 시원한 샤워 후에 읽으면 미스터리가 풀리는 마지막에는 개운함까지 느끼면서 숙면을 취하기에도 좋은 방법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은 책의 사이즈도 문고판으로 오가며 들고 읽기에 무겁지 않고 종이 재질도 편하게 접어가며 읽을 수 있어 편하다.(나는 보통 소설책이 양장본으로 되어 있다든지 아니면 필요 이상으로 고급스러워 곁에 두고 자주 보기 부담스러워 읽다가도 다시 손에 잡기 부담스럽게 느끼는 편이다.) 무엇보다 실속 있고 가벼운 책 가격으로 하여금 다시 예전의 홈즈와 루팽 시리즈를 모두 사서 소장해두고자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다만 일부 활자가 번지는 인쇄 상태라던가 본문의 폰트 종류와 크기가 본문 이외 설명 부분을 다르게 한 점은 목적에서 이해는 되지만 눈이 불편하고 거슬리는 점과 글의 분위기를 더하려 한 듯 간간히 보이는 어설픈 사투리(충청도식 ~구먼요)등은 오히려 눈에 거슬리기 때문에 번역은 표준어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무튼 간만에 마음을 가볍게 하고 단숨에 읽어가며 다시금 느낀 점은 다른 장르라고 다를까 싶지만 역시 추리 소설은 종이를 한장한장 넘기며 보는 그 짜릿함이 문고판으로 항상 곁에 두고 보기에 제격이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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