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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권정생 "인세 북녘 어린이 위해 써달라"(종합)
[연합뉴스   2007-05-18 22:13:21]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무소유'를 실천하며 소박한 삶을 살아오다 17일 세상을 떠난 아동문학가 권정생씨가 북녘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인세를 써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은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굶주린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여력이 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서도 써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자택에서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유서에는 '남북한이 서로 미워하거나 싸우지 말고 통일을 이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과 시신을 화장해서 집 뒷산에 뿌려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이들은 말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물을 보듬는 따뜻하고 진솔한 글을 써왔던 것처럼 고인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물질주의와 담을 쌓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았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강아지똥'과 '몽실언니'가 각각 60여만 부나 팔리는 성공을 거뒀지만 고인이 소유한 것은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5평 남짓한 오두막집이 전부였다.

그는 모든 상을 거절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1995년 아동문학가 윤석중씨가 고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새싹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오두막으로 직접 상패와 상금을 가져오자 다음 날 우편으로 돌려보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김용락 시인은 "권정생 선생님은 거의 모든 인세 수입을 자선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오두막을 없애 자연 상태로 돌려놓고 자신을 기념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늘 당부하셨다"라면서 "진정한 무소유의 삶을 사셨던 성자"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nanna@yna.co.kr

 

 

<강아지똥>, <몽실언니> 권정생 선생 별세
  가장 인기 있는 동화작가…글과 삶 일치한 지식인
  2007-05-17 오후 7:27:29/ 프레시안 뉴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수십 년 간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혀 온 동화를 쓴 권정생 선생이 17일 오후 2시17분 대구가톨릭병원 응급실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임종을 지킨 김용락 시인은 "한 달쯤 전 열흘간 입원한 데 이어 검사를 받으러 16일 오전에 병원에 들렀는데 하루 만에 세상을 뜨셨다"고 전했다. 빈소는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9시, 장지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인근에 마련된다. 고인의 장례는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054-820-1679.
  
  권정생 선생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가족과 헤어져 고구마 장수, 나무 장수 등을 하다 전신 결핵에 걸린 채 걸식으로 연명하기도 했다. 18살부터 수년간 조탑리에 머물던 그는 29살이 되던 1967년부터는 아예 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교회 종지기로 살았다.
  
  교회 종지기 생활을 하면서 발표한 <강아지똥>(1969)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몽실언니>, <하느님의 눈물>, <우리들의 하느님> 등의 동화, 산문을 통해 예수의 사랑을 세상에서 가장 천하다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형상화해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이미 수십 년 전에 한국에서 가장 독자가 많은 동화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는 죽기 직전까지 지독하게 가난했다. <강아지똥>의 '희망'을 말하되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며 살아 온 탓이다. 그가 별세 직전까지 20년 넘게 생활해 온 조탑리의 5평 오두막은 그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보기다.
  
  특히 권정생 선생의 삶과 글은 우리시대의 생명ㆍ평화 사상에 큰 영향을 줬다. 그의 성찰은 골목길에 강아지가 싸고 간 똥이 생명의 순환을 통해 아름다운 민들레로 재탄생한다는 내용의 <강아지똥>에서부터 보였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넓고 깊어져 날카로운 문명 비판으로 이어졌다.
  
  권정생 선생은 2003년 당시 베스트셀러의 보증 수표처럼 여겨졌던 문화방송(MBC) '느낌표'에 그의 산문을 묶은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 펴냄)의 선정을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느낌표' 측의 권유를 받자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서 혼자 책을 고르는 순간인데, 그걸 왜 방송에서 막느냐"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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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권정생
 


- 임길택

 

어느 고을 조그마한 마을에
한 사람 살고 있네.
지붕이 낮아
새들조차도 지나치고야 마는 집에
목소리 작은 사람 하나
살고 있네.

이 다음에 다시
토끼며 소며 민들레 들
모두 만나 볼 수 있을까
어머니도 어느 모퉁이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 잠결에 해 보다가
생쥐에게 들키기도 하건만
변명을 안 해도 이해해 주는 동무라
맘이 놓이네.

장마가 져야 물소리 생겨나는
마른 개울 옆을 끼고
그 개울 너머 빌뱅이 언덕
해묵은 무덤들 누워 있듯이
숨소리 낮게 쉬며쉬며
한 사람이 살고 있네.

온몸에 차오르는 열 어쩌지 못해
물그릇 하나 옆에 두고
몇며칠 혼자 누워 있을 적
한밤중 놀러 왔던 달님
소리 없이 그냥 가다는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그러나 몸 가누어야지
몸 가누어
온누리 남북 아이들
서로 만나는 발자국 소리 들어야지
서로 나누는 이야기 소리 들어야지.

이 조그마한 꿈 하나로
서른 넘기고
마흔 넘기고
쉰 넘기고
예순 마저 훌쩍 건너온 사람.

바람 소리 자고 난 뒤에
더 큰 바람 소리 듣고
불 꺼진 잿더미에서
따뜻이 불을 쬐는 사람.

눈물이 되어 버린 사람
울림이 되어 버린 사람.

어느 사이
그이 사는 좁은 창 틈으로
세상의 슬픔들 가만히 스며들어
꽃이 되네.

꽃이 되어
그이 곁에 눕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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