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6
마사 알렉산더 지음, 서남희 옮김 / 보림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감정을 묻어 두지 않고 드러내기.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제목을 보는 순간 마음이 뜨끔하다. 무슨 내용일까 엄마인 내가 미리 검열부터 해야겠다 싶어 얼른 책을 펼쳐 들어 읽었다. 휴~ 다행이다.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는 제목은 아이의 속상하고, 화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말이지……. 내가 생각하는 극단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이렇게 자기감정을 발산하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눈치 보지 않고 다 털어놓을 수 있다면 엄마와 그만큼 깊은 유대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다. 엄마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그다지 놀란 표정을 짓지도 않고, 아이를 나무라지 않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엄마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우리집 아이들이 만약 이런 말을 한다면 아마도 난 그 말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몇날 며칠 그 말을 되새기며, 평소 엄마에 대한 감정이 이렇게 안 좋았나 싶어서 우울한 날을 보냈지 싶은데……. 올리버의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곧 동생이 태어날 걸 준비하면서 큰 아이의 물건을 이것저것 정리하는 가운데 올리버는 엄마의 관심이 온통 동생한테만 가 있는 것 같아 속상하고, 자기 물건을 물어보지도 않고 동생한테 줄려고 하는 엄마한테 화가 나서 엄마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거라는 말을 했다. 쓰레기통에 던져서 뚜껑도 닫아 버리고, 막대기로 탁탁 때리고, 먹을 것도 안 줄 거라는 아이의 말이 너무 심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엄마인 나도 화가 나고 속상할 때, 아이의 행동을 바로 잡는 구실 아래 심한 말을 내뱉으면서 아이가 하는 말에는 참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았다.

만약 우리집 아이가 쓰레기장에 가서 먼지를 팍팍 뒤집어씌우고 거기다 버려두고 올 거라고 말했다면 엄마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면 어떡하냐며,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라고 타이르기부터 했을 것 같은데 올리버의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화가 나고 속상해서 내뱉은 아이의 말을 과대해석하지 않고, 아이가 더 마음껏 감정을 발산하도록 도와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더러운데 우리를 버릴 거냐는 엄마의 말에 그럼 엄마대신 자기가 집을 나가 오두막에 가서 혼자 안거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니 동생한테 사랑을 빼앗겨 온통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아이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속상하고 화난 순간에 그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면, 눈치 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화나고 속상한 마음의 반은 풀어진 거라 하던데....... 올리버도 그랬나보다. ‘네가 나가지 않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엄마한테는 자기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화난 마음이 스르르 풀어져 ‘내가 엄마 옆에 있어 줄게’라고 말하게 되었다.


보통 새 책을 받으면 엄마인 내가 먼저 읽지 않고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책에 대한 선입관 없이 아이의 반응을 살피곤 하는데……. 이 책은 내가 먼저 읽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 뒤 아이와 함께 읽었다. 소극적인 우리집 큰 아이는 엄마를 내다 버릴 거라 말하며 그것도 쓰레기통에 엄마를 버리고 뚜껑을 닫아 막대기로 탁탁 칠거라는 장면을 보더니 조금 놀라기도 하고, 또 우습기도 한가 보다. 엄마를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못했는데 이럴 수도 있구나 싶어서 놀라운 듯 했다. 거기에 어떤 설명이나 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냥 같이 읽었다.

네 살된 둘째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장난처럼 엄마를 여기다 가두자는 말을 하기도 하고, 어쩌다 아빠가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그럼 아빠를 쓰레기통에 넣을 거야라는 말을 해서 우리 식구를 웃게 만들었다.

 

이제 초등학생 입학을 앞두고 있는 큰 아이가 앞으로 학년을 올라가면서 엄마 때문에 아님, 학교생활이나 친구 때문에 힘들고 속상한 마음을 묻어 두지 않고, 마음껏 털어 놓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때로 엄마인 내 기준에 벗어난 말을 한다하더라도 그 말을 도덕적인 잣대나 어떤 틀에 맞추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그냥 껴안아 주고 받아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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