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 동생 낳아 달랬어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7
마사 알렉산더 지음, 서남희 옮김 / 보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첫째 아이를 위해 동생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으면 쓸쓸하고 외롭지 않을까? 형제가 있어야 함께 어울려 놀고, 나누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생각하며 큰 아이를 위해 동생을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째를 가지는데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큰 아이를 위해서는 너무 터울이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아야 한다 생각하고 임신을 계획하고 둘째를 낳았다.
첫째가 딸이니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커서까지도 서로 마음을 나누며 좋은 자매로 지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딸이 아니더라도 첫째가 여자 아이니 남동생을 잘 돌보아 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렇게 둘째 녀석을 낳았다.

그런데 낳고 보니 나의 기대와 바람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렸다. 순하고, 잠 잘 자던 큰 아이와 달리 둘째 아이는 잘 아프고, 잠도 잘 못자니 하루종일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까 생각하다가 동생이 태어나고 자라는 걸 지켜보면 더 정이 두터워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집에 있기로 했는데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 큰 아이를 위해 동생을 낳는다 생각했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 말인가? 동생은 자라면서 많이 수월해지고 한 없이 귀여워졌지만, 큰 아이와 손잡고 나들이를 하는 일도, 밤에 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일도 다 못하게 되었으니...... 큰 아이를 위한다는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욕심이 너무 많다고 했다. 남들은 둘째 아이가 더 예쁘다고 하는데 나는 첫째 아이가 느낄 상실감 때문에 그게 더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큰 아이는 동생에 대한 시샘이나 질투도 하지 않고 무던히도 잘 지내주었지만 나는 그게 안타까워 속앓이를 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언제 동생 낳아 달라고 했어’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공감이 갔다. 아이를 위한다고 했지만 큰 아이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책 속의 아이는 우리집 아이와는 달리 자기 의사 표현이 아주 적극적인 남자 아이였다.
모두들 동생한테만 관심을 가지고 귀여워하자, 그게 못마땅해 누가 아기를 키울 사람이 없는가 찾으러 다닌다. 유모차를 태우고 다니며 아기를 키울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지만 모두들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을 한다. 아무도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 아기를 데려갈 사람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아는 형을 만나고 그 집에 아기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아기는 그 집 엄마나 다른 형제들이 안아주어도 울기만 하니 아이들은 아기를 보고 말썽꾸러기라고 하고, 꽥꽥 오리처럼 소리를 지른다고 싫어한다. 그러던 아기가 오빠를 알아보고는 울음을 그치고, 오빠 품안에 안겨서는 방긋방긋 웃으니 할 수 없이 다시 유모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간다.

그러면서 아이는 생각한다. 나중에 아기가 좀더 자라면 마차 놀이를 하면 좋겠다고....... 아이가 머릿속에 그려보는 상상은 이제 막 동생을 본 모든 첫째 아이들의 바람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동생이 태어나면 같이 놀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는 너무 작고 어려 같이 놀려면 한 참 더 기다려야 하고, 어른들의 모든 관심은 아기한테 가 있으니 동생이 태어나면 좋을 거라는 말이 실감나게 와 닿을 리가 없다.

우리집 아이는 책 속의 남자 아이처럼 적극적이지 않아 그런 속마음을 드러낸 일은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큰 아이가 ‘참 쉽지 않은 시간을 잘도 견디었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물론 지금 큰 아이는 방학동안 동생이랑 하루종일 엉겨 붙어 논다고 심심할 틈이 없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성별이 달라도 서로 잘 어울려 놀고, 어쩔 때는 둘이 힘을 합쳐 엄마를 따돌리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동생이 어쩌다 늦잠이라도 자는 날에는 빨리 일어나면 좋겠다고 깨우려고까지 하니..... 이제는 큰 아이를 위해 동생이 있고, 동생을 위해 누나가 있어서 좋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어린 아기 동생을 다른 사람한테 갖다 주려는 큰 아이의 행동과 그안에 담긴 마음을 여유있게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사이 좋게 어울려 노는 남매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한 것을 모르고, 조급한 마음에 속앓이를 했구나 싶다.  

동생이 태어나는 건 남편이 바람을 피워 딴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의 큰 충격이라지만 돌이켜보면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잠깐 인 듯하다. 혹시 갓난 아기가 태언난지 얼마 안되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엄마가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큰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여유있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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