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먹으며 낮은산 어린이 7
이오덕 지음, 신가영 그림 / 낮은산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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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글, 권정생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이책을 읽었다. 얇은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그냥 읽고 넘길 수가 없었다. 선생님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한줄 한줄 천천히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선생님의 어머니는 말이 아니라 따뜻한 감자로 모든 걸 가르치셨다’ 하는데 나는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어린시절이 같이 떠올랐다.

 

「감자를 먹으며」는 책을 내기 위해서 쓴 글이라기보다는 이웃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당신께서 살아온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뜨끈뜨끈한 감자를 / 젓가락 끝에 꿰어/ 후우 후우 불며 먹으면/ 그 어릴 적 생각난다./ 네 살이던가 다섯 살이던가/ 그러니까 70년이 지나간/ 그 때도 꼭 이렇게 감자를 먹었지/’ 이렇게 시작해서 ‘나는 지금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어린애처럼 후우 후우 감자 먹기를 좋아해서/ 감자 먹는 아이들을 생각하고/감자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가서/오두막집 지어 사는 꿈을 꾼다./ 내가 죽으면 그 하느님 곁에 가서/ 하느님과 같이 뜨끈뜨끈한/ 감자를 먹을 것이다.’ 이렇게 끝이 나는 감자 이야기이다.

 

오덕 선생님의 글도 참 구수하고 정겹지만 목탄화로 그린 그림이 참 잘 어우러져 선생님의 어린 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선생님에게 감자는 그냥 감자가 아니라 온 삶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와도 같은 것이었나 보다. 맑고 깨끗하고 따스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감자 맛......평생을 그렇게 살고 싶어하셨겠지.

선생님은 ‘뜨거워서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공 받듯이 받다가 /한입 가득 넣으면 입 안에 녹아드는 그 향기 그 맛 / 팍신팍신 달고소한 그 감자 맛/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하셨는데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이렇게 잊을 수 없는 맛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린시절의 입맛으로 되돌아간다하니 맛은 단지 식욕이 아니라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고향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맛을 따라 살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은 책이나 경험에서 얻는 것 못지 않게 삶을 이어가고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나한테 잊을 수 없는 맛은 바로 풋고추이다. 어릴적 방학 때만 되면 할머니집에 가서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있으면서 밭도 메고, 포도며 자두도 따고, 그러면서 밭에 앉아 먹는 점심. 반찬은 김치와 고추, 오이 된장에 찍어먹기가 전부다. 그 가운데서도 고추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끝에 갈수록 매워지는 그 알싸한 맛에 입안이 얼얼하게 되면서도 밥 한 그릇을 고추하고만 다 먹었으니… 그런데 밭에 앉아서 먹는 그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된장에 고추를 찍어 먹을 때면, 나도 모르게 그 때가 떠오르지만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 맛에 비길 수가 없다. 열심히 일한 뒤에 밭에 앉아서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지금도 촌에 가서 사는 삶을 꿈꾸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밖에도 추운 겨울 날 먹던 갱시기죽, 또 살얼음 가득한 감주 이런 것들은 잊을 수 없는 고향의 맛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면 무슨 맛을 기억하게 될까? 어떤 맛이 아이의 삶을 이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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