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야 너구리의 심부름 - 오늘의 동화 선집 1 창비아동문고 200
권정생 외 지음, 원종찬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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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모두 열네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권정생선생님이 쓴 동화가 두편이다. 바로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과 밤 다섯 개다. 다른 동화들은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좋을 듯한 긴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과 밤 다섯 개는 여섯 일곱 살이 읽어도 될 법한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는 이 짧은 이야기 두 편을 읽고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아, 선생님이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들의 참 모습이 바로 이거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말게졌다. 이토록 깨끗하고 착한 마음을 지닌게 바로 아이들의 참 모습인데 우리는 그걸 잃어 가고 있었구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기 너구리 또야 엄마가 또야한테 콩나물을 사오라고 한다. 또야는 엄마가 바쁜 걸 알고는 콩나물을 사러 나가는데 엄마가 또야한테 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주면서 그걸로 뭐든 사먹으라고 한다. 그럼 얼씨구나 하며 좋아할 줄 알았는데 또야는 엄마한테 심부름 하는 값이냐고 묻는다. 또야 엄마의 대답이 뜻밖이다.

“아니 심부름은 그냥 하는 거고 백원은 그냥 주는 거야.”

엄마의 이 말에 또야는 기분이 좋아서 함빡 웃는다. 또야는 그냥 엄마를 도와서 심부름을 하고 싶은 거다. 엄마는 또야의 그 마음이 예뻐서 그냥 돈백원을 주는 거고.

또야는 엄마한테 두 번 세 번 거듭 물어본다.

“엄마, 이 돈 백원 진짜 그냥 주는 거지? 심부름하는 값 아니지?” 하고.

“그럼, 그냥 주는 거야.” 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또야는 신이나서 심부름을 간다.

그리고 콩나물파는 할머니한테, 과자가게 아저씨한테 엄마가 심부름하는 값이 아니고 그냥 돈 백원을 줬다고 두 번 세 번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읽고, 심부름하는 값으로 백원을 준거네 하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겉으로 드러나는 겉모습만 보면 이거나 저거나 일지 모르겠다. 심부름을 하니까 엄마가 또야한테 그 댓가로 백원을 준거나 별 다를바 없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또야 엄마는 심부름 하는 값이 아니라 그냥 돈백원을 준다.

바쁜 엄마를 도와주고 싶은 또야의 깨끗하고 착한 마음을 그냥 그대로 지켜준다. 그리고 싫다는 말 없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는 또야가 너무 예뻐서 엄마는 그 마음을 돈 백원에 담아준다. 그리고 그 마음을 또야도 알았는지 엄마가 준 백원으로 산 막대사탕을 집에까지 들고 와서는 “엄마, 이 사탕 엄마 먼저 조금 먹어.” 한다. 또야는 그 사탕이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그런데도 집에까지 들고 와서 엄마를 먼저 먹게 하는 또야가 너무 예쁘다.


직장다니며 혼자서 자취생활을 할 때 쌀이며 과일이며 먹을거를 자꾸 갖다 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도 고맙지만 이것저것 챙겨주는 친구엄마가 너무 고마웠다. 얼마 안 있어 친구엄마 생신이라는 걸 알고는 작은 선물을 했다.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친구는 그냥 혼자 있는 내가 딱해보여 이것저것 챙겨준 건데 선물을 하면 오히려 그 마음을 몰라주는 건 아닐까 싶어 망설이다 선물을 했다. 그런 내마음을 알고는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편지에 썼다. 물건을 주고 받는 게 아니라 마음이 오고 가는 거라 생각한다고, 그말이 참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는데 또야너구리의 심부름을 읽으니 그 때 일이 떠오른다.


밤 다섯 개에도 또야너구리와 엄마가 나오는데 이건 이야기가 아주 짧다. 또야 엄마가 밤다섯개를 주면서 동무들과 나눠 먹으라고 한다. 또야는 동무들에게 밤을 나눠주다 보니 자기게 하나도 없어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동무들도 또야를 보고는 같이 울어버리고 만다. 엄마가 울음소리를 듣고는 밤 한개를 또야 손에 쥐어줘 함께 삶은 밤을 맛있게 먹는다는  짧은 이야기이다.


자기걸 먼저 하나 챙기고 친구들한테 나눠주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욕심을 부리는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인데 또야는 그렇지 않다.

댓가 없이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고, 내 것을 먼저 챙기지 않고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게 본래 아이들의 참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어른들의 잘못됨으로 아이들이 깨끗하고 착한 마음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야가 이런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건 그걸 지켜주는 또야 엄마의 힘이 컸을텐데 나는 어떤 엄마인지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선물과, 조건, 거래 이런 것들로 얼룩진 어른들의 관계가 아이들의 세계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서 나는 어떤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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