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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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팬데믹
작가: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1월 팬데믹을 선포한다. 감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한지 곧 1년이 되어 가는 이 시국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감염병으로 바뀐 현재 혹은 미래의 상황을 소설로 쓴 이들이 있다. 문학과 지성사의 신간 <팬데믹>은 여섯 명의 작가가 모여 팬데믹을 주제로 상상력을 발휘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인기몰이 중인 김초엽 작가를 시작으로 저명한 SF작가 듀나, 배명훈 그리고 정소연, 김이환, 이종산 작가까지 이들은 저마다 여섯 개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작품은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이다. 책에는 “가다르시스를 느겼다”라는 말이 나온다.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원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이다. 이 소설은 팬데믹 이후 약 백여년 뒤 침을 튀기 마련인 격음이 사라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소설 전체가 -았,-었을 제외하고는 모두 격음 대신 평음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고 출판사에 연락해야 되나 싶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침 튀기며 대화하는 게 민폐가 되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 속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니 교육, 직장의 풍경만 바뀔 게 아니라 한글 체계도 바뀔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작가의 상상력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우리가 과거 영상을 보면 30년 전 서울 사투리만 해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라는 밈이 유행할 정도였으니까. 지금 우리가 침 튀기며 말을 하는 게 미래에 보면 신기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팬데믹은 미래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팬데믹>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죽음뿐만 아니라 고래, 로봇 간의 전염병, 벌레 폭풍 등 다양한 팬데믹 상황을 보여준다. 단순한 상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 물론 이런 상황에서 쓰인 문장은 아니지만 나는 이 문장을 어디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도 코로나를 상상해 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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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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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른들의 거짓된 삶
작가: 엘레나 페란테
출판사: 한길사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27개국 동시 출간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나폴리 4부작’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전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역시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다. 나폴리+사춘기 소녀는 엘레나 페란테만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사춘기 소녀 조반나, 행복했던 삶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의 거짓과 위선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이전의 조반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시절 가장 중요했던 가족, 친구, 사랑은 연쇄적인 사건들로 다가와 불안한 마음에 불을 지핀다. 첫사랑과 첫경험에 대한 욕망이 숨김없이 분출되며 위험하리만큼 강렬하게 다가온다. 잘못된 방향 속 누가 올바른 길을 알려줄 수 있을까. 추악한 어른들을 벗어나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 과연 조반나는 이 고통과 혼란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녀의 성장이 궁금하다면 책을 펴보길 바란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저절로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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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최정동 지음 / 한길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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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작가: 최정동
출판사: 한길사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 작동하는 것,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 그게 바로 고전이 아닐까. 타임머신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수 백, 수 천년을 살아남아 우리 곁에 남아있는 고전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시간여행법일 것이다. 사실 말은 쉽지만 고전을 읽고 듣는 게 쉽지는 않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어떤가. 처음에는 감미로운 선율에 마음이 차분해지다가 점점 졸음이 몰려온다. 클래식에 입문하기 참 어렵다.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오랜 시간 LP를 모으며 음악을 즐긴 작가의 클래식 에세이다. 제목처럼 멋진 음악가가 아니더라도 초심자가 접근하기에 딱 맞는 책이다. 책 안에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 나는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그 노래를 틀어 함께 즐겼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들리는 악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음악에 담긴 저자의 경험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저자에게 클래식은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기에 국악, 재즈, 가요, 팝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밖에 나가기 힘든 요즘, 이 책을 펴놓고 조용히 음악을 들어보면 어떨까. 과거가 담긴 음악은 우리를 그리운 시절로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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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부한다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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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거부한다
작가: 페르 페테르손
출판사: 한길사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족, 친구와의 관계는 인생의 전반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거부한다>는 상반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짐과 토미가 등장한다.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이들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성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두 인물을 통해 결국 삶의 주체는 ‘나’임을 상기시켜준다. 앞길을 막고 나를 무너지게 하는 것들을 거부한다는 삶의 의지는 소설 전체를 통찰하는 주제가 된다. 타협, 용서, 망각은 거부의 대상이자 선택의 대상이다. 어떤 이는 순응한 채 살아갈 것이고 어떤 이는 거부한 채 살아간다. 역시나 선택의 주체는 ‘나’다.

각자도생의 삶을 사는 이들은 외로워 보였다. 애정과 보호의 테두리 없이 하나의 점으로써 살기란 어쩌면 위태로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들의 삶을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원히 타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삶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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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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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은 동네

작가: 손보미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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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란 동네, 그리고 가족.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이 소설을 읽은 순간부터 낯설어진다. 두려움과 외로움을 동반하는 기묘한 감정에 빠져버렸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표지와 <작은 동네>라는 제목은 발랄한 성장 소설을 연상시키게 만들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 나니 강렬한 색채에서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릴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보미 작가의 글은 스산한 느낌이 든다. 숲에서 길을 잃고 문이 열려있는 저택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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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알고자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알 수 있고 모르고 싶어 한다면 누군가 귀에 대고 진실을 알려줘도 못 들은 척 살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며 이 세상에는 진실을 위장한 거짓들이 둥둥 떠다닌다. 때로는 진실이 아닌 거짓을 믿으며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은 진실을 아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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