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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평점 :
품절
-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감정에 대한 여러 책들처럼 슬픔을 인정하게 한 뒤 그 상태를 벗어나게 만들기 위한 내용이 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은 첫 장을 펴고 바로 틀렸음을 깨달았다. 해당 책은 작가님이 만든 여러 신조어를 소개해주는 내용일 뿐이고 그런 신조어들을 계속해서 나열했을 뿐이었다. 다만 책을 읽다보면 앞에서 추측했듯 내 슬픔에 대해 조금씩 이름이 붙여지는 느낌이 들고 그 존재가 선명해지니 무언가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준게 특징이었다.
- 이 책의 여러 슬픔들을 표현하기 위한 신조어들을 보면 얼마나 내가 가진 감정을 표현 못하는 지를 새삼 깨달으면서도, 내가 그만큼 쓸 수 있는 감정언어가 적었던 건 아닐까라는 합리화(?)를 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단어들의 어원이 라틴어 / 스웨덴어 / 독일어 등이다보니 해석을 보지 않고 바로 의미 파악은 물론 그 느낌까지 인식하기 어렵던게 많긴했지만 신조어 + 해석 + 어원들까지 보고 난 다음엔 한글로 바꾸면 어떻게 표현할지 잠시지만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다.
📖 p26 베이모달렌(VEMÖDALEN) : 독창성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두려움
당신은 유일무이하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만큼이나 유일무이한 존재인 다른 사람 수십억 명에게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르고, 세상에 대한 몇몇 새로운 관점을 지닌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삐 손으로 빚고 있는 삶이 결국 전부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장담하건대 당신과 나와 수십억 명의 다른 사람들은 이 세상에 우리가 물려받은 흔적을 남겨 놓을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존재했던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결국 우리가 너는 아무 할 말도. 더할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찾지 못한 채 오래전
에 다른 이둘이 남진 윤곽만 제으르게 따라간다면 우리는 이곳에 있지도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인 촌재가 될 것이다.
이것 또한 독창적인 생각은 아니다. 시인이 한때 말했듯, "강렬한 연극은 계속되고, 당신은 한 편의 시를 보래리라." 그것 말고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의 큐 사인이 떨어지면, 당신은 당신의 대사를 읊으라.
어원) 스웨덴어 vemod(부드러운 슬픔. 수심에 잠겨 느끼는 우울함)+ Vemdalen(스웨덴의 마을 이름). 이케아IKEA는 보통 이런 식으로 스웨덴의 지명을 빌려와서 자신들의 상품명을 짓는다.
-기왕 할 거면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항상 고민하며 결국 못하는 나에게 '너가 뭐라도 되냐'고 물어보면서 일단 해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 새 단어, 슬픔을 봤는데 의지가 생기는거보면 감정도 다 연결되어 있나보다.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정신 속 텅 빈 공간 더 많은 음식,더 많은 칭찬, 더 많은 관심, 더 많은 애정, 더 많은 기쁨,더 많은 섹스, 더 많은 돈 더 많은 햇살의 시간, 더 많은 인생을 바라는 무한한 굶주림: 가지고 있는 모든 좋은 것을 너무 빨리 빼앗기고 말 거라는 생각에. 결국 세상에게 먹혀버리기 전에 세상을 먼저 허겁지겁 삼켜버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공황 상태.
어원) 게걸스립게 먹는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 입으로 공기를 급히 들이마시며 발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항상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졌던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 새 단어, 이 단어를 보자마자 혹시 나는 채우는 것보다 버리는 시간이 필요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