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때 세계 조선업 1위의 강국이었다. 기술력부터 물량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지위를 누렸다. 한국 조선업의 약진으로 그동안 세계를 주름잡았던 유럽 조선업계는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조선업용 크레인을 1달러에 팔아야 했던 '말뫼의 눈물'이다. 부채를 승계하는 조건이었으므로 공짜로 얻어온 것은 아니지만 산업계에 던지는 충격으로는 이만한 사건이 없었다. 그렇게 한국 조선업의 전성기는 영원할 듯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한국 조선업도 그 이후 업계 불황 및 후발주자인 중국 등의 경쟁에 밀려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그 와중에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까지 터지면서 조선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굉장한 시련을 겪는다. 망가진 재무구조를 그럴듯한 회계 속임수로 가리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자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노후자금을 모두 털어넣었다던 한 주주는 '공장에 가서 기계설비라도 들고 나오면 안 되나'를 진지하게 문의했지만 애석하게도 그 방법은 불가능했다. 채권자가 아니라 주주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미래를 보고 주주가 된다는 것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채권자는 주주보다 기업 재산에 우선순위를 가진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주식 대신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없을까? 기존에 채권에 대해 다룬 책들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표채와 무이표채, 듀레이션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에 그쳤다. 그 중 상당수는 실제로 채권투자를 하지도 않은 저자들이 쓴 내용이었다. 실질적으로 채권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굉장히 드물었던 점이 아쉬웠는데, 이 책 "채권투자 처음공부"는 그런 갈증을 해소해 준다.저자는 대학 교과서 같은 책들이 주로 다루는 채권의 분류나 채권가격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계산이야 증권사 HTS (MTS는 채권 관련 기능이 좀 부실하다)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채권이 종류별로 어떤 성격을 가지고 투자할 때 리스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게 실전적으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돕는다.주식은 기본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법이다.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만큼 당연히 불확실성이 있고 투자에 실패할 리스크도 있다. 배당주 투자법도 있지만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법보다 수익은 작고 위험은 비슷하게 부담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채권은 만기와 이율, 옵션 등의 조건을 미리 검토하고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부담할지 사전에 확정할 수 있다. 투자에 있어서 대박을 터트리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면 무시하지 못할 장점이다.기본적인 채권투자 방법뿐만 아니라 옵션부채권이나 메자닌 채권 등의 내용들도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전환사채는 주가조작의 수단으로도 자주 쓰이니만큼 기본 개념과 그에 따르는 리스크는 반드시 알아둬야 하므로 주식투자를 중점으로 하는 투자자라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채권투자의 기본부터 응용까지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실전 지침서이므로, 위험을 통제하고 예측할 수 있는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