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에 관한 6가지 트레이딩 시스템 - 상대강도지수(RSI) 창시자 와일더가 직접 쓴 8가지 투자 기법
웰스 와일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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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걸까? 투자자는 타고나는가, 아니면 훈련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나? 이 도발적인 질문에 답을 찾으려 한 대표적인 사람은 '터틀 트레이딩'의 리처드 데니스였다. 트레이딩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신념 하에, 신문 공고를 통해 모집한 '터틀'들에게 투자 기법을 가르치고 자금을 맡긴다. 그렇게 모집한 터틀들은 저마다 판이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훈련을 통해 트레이딩 실력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이다.

정말 중요한 내용은 그 다음이다. 마이클 코벨의 책 "터틀 트레이딩"은 그렇게 모집된 터틀들의 후일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서 자산운용업계의 대가가 된 사람도 있지만, 리처드 데니스의 가르침마저도 본인 생각대로 곡해하다가 시원찮은 결과를 맛본 후 터틀이라는 명성을 파는 수준으로 전락한 사람도 있다. 똑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에게 배웠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리처드 데니스가 그냥 운이 좋았다거나, 본인 기법의 정수를 아껴두고 몇몇 사람에게만 알려줬다는 식의 추측들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터틀들을 가르친 후 본인 자금을 직접 맡겨서 트레이딩을 도우도록 했으므로, 터틀들의 실력이 떨어져서 리처드 데니스가 이득을 볼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준을 지키려는 태도'였다. 매수와 매도를 감에 의존했고 가르친 범위 이상의 위험을 과도하게 감수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를 맛보았다. 리처드 데니스는 '추세를 탈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한 후 계산된 위험 하에 움직여라'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원칙을 제시했다. 만일 지금 터틀을 모집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추세가 있는 시장을 선택하고 어떻게 진입해서 빠져나올 것인가? 리처드 데니스 같은 사람이 또 나타나길 기다려서 물어봐야 할까?

'추세'를 정의하고 시장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제시한 사람은 웰스 와일더다. 그는 이 책 "추세에 관한 6가지 트레이딩 시스템" (New Concepts in Technical Trading Systems)을 통해 여러 지표를 소개한다. 하지만 단순히 지표를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렇게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서야 '왜' 사고 '왜' 파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기여는 '타이밍'이라는 난제에 접근하는 저자의 방식이다. 저자는 단순히 지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진입하고 언제 청산해야 하는가'라는 실질적인 투자자의 고민에 응답하기 위해, 추세의 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정량적 척도(0~100)를 도입했다. 여기에 변동성이 높을수록 수익 기회도 커진다는 관찰을 더해, 추세와 변동성을 함께 고려한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보조지표를 나열하지 않고 실전에 적용 가능한 전략으로서 지표를 체계화한다.

이 책이 다루는 시스템은 파라볼릭 시간/가격 시스템(PSAR), 변동성지수(VIX), 방향성지수(DMI), 모멘텀지수(MF 및 Trend Balance Point System), 상대강도지수(RSI), 반응 추세 시스템(RTS), 누적 스윙 인덱스(ASI)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추세 추종 시스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ADXR지수다. 각 지표는 추세가 명확한 시장에서의 효과적인 진입과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저자 본인이 "모든 시장 상황에서 항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고 명시하면서도, 추세가 강한 시장에서는 명확한 전략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리스크 측면에서 자산 관리를 다룸으로써 단순한 지표의 나열을 벗어난다. 저자는 기술적 분석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궁극적인 성과는 좋은 시스템, 적절한 시기/시장, 자산 관리라는 세 가지 요소의 균형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이 중 가장 배우기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바로 자산 관리라고 하며, 이를 따로 다루는 챕터까지 마련해 실전적인 조언을 전한다.

초보 투자자에겐 기술적 분석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숙련된 트레이더에겐 시스템 설계와 리스크 관리를 되짚어볼 계기가 된다. 1978년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찰력 있고 실용적인 이 책은, 모든 트레이더의 서재에 놓일 만한 가치가 있는 '원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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