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로 불리는 기본적 분석과 트레이딩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분석은 언뜻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보인다. '가격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미스터 마켓의 오류를 이용하라' 와 '가격은 모든 정보를 다 반영하고 있으니 가격 추이를 분석하라'는 정반대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어느 한쪽만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트레이더로 크게 성공한 보컬 김형준과 같은 사람도 '거래정지 등에 걸리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기본적인 기업 사항은 체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방점이 찍힐 뿐이다.국내 증시의 흐름이 좋지 않아 한국주식 투자 자체에 회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스닥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하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박스권에 머물렀던 코스피 지수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들이 사욕을 위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한 탓도 있다. 서학개미는 물론이고 일학개미까지 등장하는 데는 그런 실망감이 큰 이유다.해외증시 투자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개별주 투자에 한정한다면 해외주식이 큰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재무제표 등 기본 정보를 찾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 같은 대기업은 좀 낫지만 중소형주는 재무제표 찾는 것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정보 접근성의 문제이며, DART로 재무제표부터 경영진, 유의사항까지 한번에 검색할 수 있는 국내증시와는 차이가 있다.체리형부 저자의 '기업분석 처음공부'는 국내주식 개별주 투자를 하려면 어떤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흔히 주식투자 방법을 알려준다는 책들은 대부분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하라' 내지는 '리스크를 관리하라' 같은 이론적인 내용만 반복한다. 이 책은 '상장기업 전체 중에서 분기별 실적 상승률이 10% 이상인 기업을 추려내고, 현금흐름의 질을 고려하여 범위를 좁히라'고 권한다. 말 그대로 뜬구름 잡지 않고 실천적인 내용을 세세하게 언급하여 어떤 방식으로 정량적 기업분석을 할지 감을 잡게 도운다.국내증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수출 중심이다.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기순환형 형태를 띤다. 무작정 저평가되었다고 투자를 결정했다가 경기 하락기 초입이어서 주가 상승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 책은 국내기업들의 그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다. 현재 실적이 앞으로 크게 개선될 만한 촉매를 파악하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저평가되었다면 언젠가는 가격이 가치에 수렴할 것이다'는 기도매매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실전 투자를 위해 기업분석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주식은 기업의 일부고, 예상치 못한 리스크는 기업가치 자체의 훼손에서 나온다.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을 익힐 수 있으니만큼, 하방이 닫혀 있는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