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개정판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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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를 전율하게 한 'n번방' 사건이 벌어진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서로의 신원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채널인 텔레그램을 사용하였으나, 실제 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인터넷 사건과는 결을 달리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모여서 한 행동만으로 범죄단체 조직과 같은 현실 기반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떠올랐지만, 법원의 판단은 '충분히 인정된다'였다.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사태였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도 하다.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은 십여년 전에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 모인 사람들이 범죄를 실행하고 그걸로 추리게임을 한다'는 충격적인 설정이 현실에서 비슷하게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설정이며, 인터넷 시대를 맞이한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운 통찰을 빚어낸 결과물이다.

주인공(역할을 맡은 것 같은) 두광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터리 마니아다. 소설부터 영화, 비디오게임 등 각종 추리물은 모조리 섭렵했다. 그렇게 추리와 트릭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가, 실제로 트릭을 실행해 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그렇게 살인을 포함한 범죄를 실제로 저지르고, 인터넷상에서 마음 맞은 사람들과 추리문제를 내게 된다.

두광인을 포함한 각자가 내는 문제들은 각각 본격 미스터리 단편들로도 손색이 없다. 각자가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고(=살인을 저지르고) 정보를 수집해 추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와중에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뒤에서 벌어질 사건들의 복선이다. 그래서 두 번째 읽을 때도 숨겨진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은 장면이 다르게 해석되는 모습은 놓칠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넷플릭스 드라마인 '수리남'에서 언더커버가 누구인지를 알고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이 다시금 의미를 띤다. '밀실살인게임'도 그런 언더커버처럼 숨어있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애초에 매체로만 접하는 미스터리가 질려서 실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니, 인터넷으로만 만나는 것에 만족할 리가 없다. 결국은 인터넷을 넘어서 한발 더 나아가게 되지만, 그럼으로써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빠져든다. 현재진행형인 'n번방' 사건처럼, 밀실살인게임도 지속되고 있다. 그 이야기의 흐름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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