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시대, 상승할 아파트 하락할 아파트 - 3년 만에 순자산을 10배 이상 키운 제이크 차의
제이크 차 지음 / 이레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 그리스 신화 중 시시포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시시포스는 교활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주신 제우스가 강의 신의 딸을 납치해가는 장면을 보고 그를 일러바치자, 제우스는 이를 괘씸히 여겨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시켜 시시포스를 황천길로 끌고 가게 한다. 그러나 시시포스는 이를 눈치채고 타나토스를 기습하여 가두어 버린다. 결국 죽음의 신이 없어져버려 세상에 죽음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자 저승의 신 하데스는 사람이 없어져서 항의를 하고, 전쟁의 신 아레스는 전쟁을 해도 죽는 사람이 없으니 일이 안 된다면서 제우스에게 항의한다. 제우스는 다시 타나토스를 구출한 후 시시포스를 처리하려 했으나, 한번 더 꾀를 부린 시시포스에게 모두가 속아넘어간다. 결국 시시포스를 신들을 능멸한 죄로 죽은 후 끊임없이 밀려 내려오는 바위를 계속 밀어올려야 하는 형벌에 처해지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내집마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시시포스의 바위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힘을 들여도 산 정상으로 올라갔던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월급을 아끼고 모아도 집값은 어느새 저 멀리 도망가있기 일쑤였다. 결국 쳇바퀴처럼 지속되는 일상 속에서 욜로 및 삼포족으로 대변되는 자포자기 심정이 부지기수로 자라나게 된다. 이를 비웃듯이 집값은 다시 한번 폭등하고, 사람들은 더욱 박탈감을 느끼는 혼란상이 최근 몇 년간의 기록이다. 시시포스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내집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은 아무도 신들을 능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능멸을 당한 쪽에 가까울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은 부동산 시장에서 딱히 투자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필요없는 상황이었다. 거의 전국의 모든 지역이 골고루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대출 등의 레버리지를 끌어들여 규모를 크게 키우면 성과가 커지는 단순한 전략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3년만에 40억을 벌었다는 식의 무용담이 넘쳐나던 때이기도 하다. 지금 그 전략을 따라한다면 조세 부담 때문에 수익이 나기도 전에 매도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시간의 검증을 거치면서 누가 진짜 고수였는지가 드러나게 될 타이밍이다.

제이크 차의 '인플레이션 시대, 상승할 부동산 하락할 부동산'은 무지성 상승을 외치는 흔한 책이 아니다. 최근에는 줄기차게 상승만을 외쳐서 부동산의 신 정도의 지위를 획득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시세가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과연 진짜 통찰력이 있던 게 맞았나'라는 의구심이 싹트는 단계다. 이 책은 그런 예언서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요 공급 관계라는 상식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한다.

이 책은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우선 공급 측면부터 시작한다. 향후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내용을 단순히 줄글로만 언급하고 끝나지 않고 전국의 부동산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기본서에 해당하는 책들이 이론은 그럴듯하지만, 막상 데이터를 보면 막막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실천적인 내용을 다룬다.

공급이 아무리 적어도 수요가 그 이상으로 줄어든다면 가격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런 매수심리를 어떻게 파악하는지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엄청난 자료들은 덤이다. 실제로 투자할 때는 이론서처럼 깔끔한 상황만 있지 않다. 굉장히 너저분한 데이터를 상대해야 할 때가 많은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면 될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학군이나 교통 등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들을 개괄적으로 설명한 책이 기본서에 해당한다면, 이 책은 그를 기반으로 '실제로 부동산 추세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연습서에 가깝다. 연습서는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부동산 가격결정의 연습서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