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건 주가일까, 아니면 우리의 마음일까?전형적인 투자서와는 참 다른 책이다. 보통은 '기업가치판단' 내지는 '시장 흐름'에 대해 피상적인 구분을 내놓고 그 지표들을 설명하는데 그친다면, 이 책은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집중한다. 심리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로 인해 어떻게 실패하게 되는지 세심하게 기술한다.개에 물린 소년은 세상의 모든 개들을 위험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그러다가 다른 소년이 즐겁게 개와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엄청난 혼란에 빠진다. 결국 소년은 '저럴 리가 없다'면서 부정하거나, 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을 찾아 점차 개와 가까워진다.투자 대가들의 말은 경험이 쌓여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워런 버핏의 유명한 말 중 하나인 '마음이 불편해지는 주식은 절대 보유해선 안된다' 도 초보자 시절에는 도저히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 구르면서 경험을 쌓자 가슴 깊이 와닿은 말이기도 하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 1순위다. 각종 지표 설명은 그 다음이다.주변 투자자들의 상황을 보면 점차 '업그레이드'가 되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안전성에 대한 판단이 도저히 서지 않아 자산주만 붙잡고 버티다가, 나중에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 성장주로 옮겨가는 식이다. 그러면서 자산주 투자 시절을 마치 있어서는 안 되었던 시절로 규정하고 다른 초보 투자자들에게 위험성 있는 투자를 권유한다. 내 생각은 정반대다. 시장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위험을 감수하고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련해진 상태기에 성공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무작정 고위험 성장주를 붙들었다가는 엄청난 시세 변동 때문에 공포에 질려서 투자금을 야금야금 갉아먹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듯이, 투자자로서 성숙하는 과정에서도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 경험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쌓는다고 생겨나지 않는다.저자도 그렇게 지식은 많지만 투자에서 계속해서 실패하는 사람을 코치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각종 분석이론으로 중무장한 그를 보면서 '시장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 엄청난 자산가를 찾아가게 한다. 자산가는 이론 설명을 자신있게 하는 그를 독특한 방식으로 교육한다. 자신 있게 '지지선에 해당하므로 여기가 저점이다. 앞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곧바로 엄청난 매도 물량을 주문하여 지지선 아래쪽으로 가격을 더 끌어내린 후 '저점이라고 말했는데 더 떨어졌잖아?' 라고 비아냥댄다. 이론은 100%가 아니며, 시장 참여자 중 단 한 사람의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무너질 수 있다. 시장의 반응과 무관하게 통계적인 우위가 있는 전략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가짐이 성공투자의 첩경이다.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마음'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한 책이다. 몇 번은 더 곱씹어 읽게 될 것 같다. 읽을 때마다 그 맛이 다시 우러날 것이다. 단 한번 읽었을 때도 이미 그 향에 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