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식투자는 틀렸다 -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자본가의 투자법
성세영 지음 / 길벗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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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도발적인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간단하다. 바로 '길게, 분산해서 투자하여 평균단가를 낮추라' 다. 그리고 적은 금액으로 최대 수익률을 추구하지 말고 큰 금액으로 평균수익률을 추구해야 의미있는 규모의 수익이 나옴을 역설한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저평가된 주식을 고를 때 '순자산가치 이하로 평가되는 주식'을 고를 것을 권했다. 그 당시에는 효과적인 방식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빛이 퇴색된 방식이기도 하다. 그레이엄의 맹목적인 추종자들은 '현대에도 그 공식이 통한다'면서 열변을 토하지만 정작 그레이엄 본인은 '현명한 투자자'의 개정판을 낼 때마다 공식을 계속 수정했다. 1976년에 그레이엄이 사망하면서 더 이상 수정되지 않고 영원히 박제되었을 뿐, 공식 자체가 그레이엄의 진정한 의도는 아니다. 그저 '투자지식이 부족하다면 일관된 기준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내어 투자하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그레이엄의 시대에는 S&P500 인덱스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개별주들 중 저평가된 주식을 판단하기 위해 공식을 쓰기도 하고 여러 자료들을 통해 판단할 것을 강조했다. 이후 70년대 초반에 존 보글이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출시하자 말년의 그레이엄은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격찬한다. 다우존스 지수라는 개념은 이미 있었지만 막상 투자할 방법이 없던 터였는데, 단비가 내린 것이나 다름없으리라.

이 책의 저자는 개별주 투자를 오래 해왔지만 막상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고백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투자금이 충분히 크지 못해서'다. 흔히들 '그때 그 종목에 얼마를 넣었으면 지금쯤 얼마가 되었을 거다'고 후회하지만, 막상 실제로 그 상황이 된다면 큰 돈을 넣기를 주저한다. 내 판단이 맞다면 이득이지만 만에 하나 틀린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푼돈에 가까운 여유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종목을 계속 바꾼다. 몇개월 정도는 성공적이지만 행운의 여신이 연속으로 미소를 지어주지는 않는다. 결국 투자한 기간은 길어도 수익규모는 꽤 초라하다.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99%의 개미들의 현실이다.

저자는 방법을 바꿀 것을 주문한다. 우선 충분히 큰 돈을 넣어도 불안하지 않을 만한 투자대상을 고른다. 저자의 추천은 S&P 500 ETF다. 그리고 분할하여 투자하면서 평균단가를 계속 낮추고, 장기적으로 보유한다. 그러면 의미 있는 수익규모가 나온다. 그렇게 상식적인 방식으로 투자해야만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 방식이 왜 통할 수밖에 없는지'를 여러 자료를 통해 뒷받침한다.

개별주 투자에 관한 책은 많다. 특정한 산업 분야만 공부하면 수십 배의 수익률이 나온다거나, MACD나 RSI 같은 보조지표를 배우고 차트를 통해 시세흐름을 읽으면 부자가 될 거라고 말하는 책들이다. 필자도 이런 분야의 책들을 꽤 읽어보았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방법은 잘 정립되어 있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이 따라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 책의 저자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개별주 투자 방식과 차트 분석방법에 대한 견해를 말하는 대목에서 언뜻언뜻 폭넓은 지식이 드러난다. 저자가 개별주 투자 방식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많이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통감하여 S&P 500을 제대로 투자하는 방식을 추천할 따름이다.

상식을 통해서 홈런을 치는 방식이 궁금하다면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참고로 저자가 권하는 대로 큰 규모의 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투자한다면, 초기자금 1억원이 10억원이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2, 3천만원 정도의 자금으로 몇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연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상관없다. 그렇지 못한 평범한 투자자라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함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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