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도발적인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간단하다. 바로 '길게, 분산해서 투자하여 평균단가를 낮추라' 다. 그리고 적은 금액으로 최대 수익률을 추구하지 말고 큰 금액으로 평균수익률을 추구해야 의미있는 규모의 수익이 나옴을 역설한다.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저평가된 주식을 고를 때 '순자산가치 이하로 평가되는 주식'을 고를 것을 권했다. 그 당시에는 효과적인 방식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빛이 퇴색된 방식이기도 하다. 그레이엄의 맹목적인 추종자들은 '현대에도 그 공식이 통한다'면서 열변을 토하지만 정작 그레이엄 본인은 '현명한 투자자'의 개정판을 낼 때마다 공식을 계속 수정했다. 1976년에 그레이엄이 사망하면서 더 이상 수정되지 않고 영원히 박제되었을 뿐, 공식 자체가 그레이엄의 진정한 의도는 아니다. 그저 '투자지식이 부족하다면 일관된 기준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내어 투자하라'고 주장했을 뿐이다.그레이엄의 시대에는 S&P500 인덱스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개별주들 중 저평가된 주식을 판단하기 위해 공식을 쓰기도 하고 여러 자료들을 통해 판단할 것을 강조했다. 이후 70년대 초반에 존 보글이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출시하자 말년의 그레이엄은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격찬한다. 다우존스 지수라는 개념은 이미 있었지만 막상 투자할 방법이 없던 터였는데, 단비가 내린 것이나 다름없으리라.이 책의 저자는 개별주 투자를 오래 해왔지만 막상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고백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투자금이 충분히 크지 못해서'다. 흔히들 '그때 그 종목에 얼마를 넣었으면 지금쯤 얼마가 되었을 거다'고 후회하지만, 막상 실제로 그 상황이 된다면 큰 돈을 넣기를 주저한다. 내 판단이 맞다면 이득이지만 만에 하나 틀린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푼돈에 가까운 여유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종목을 계속 바꾼다. 몇개월 정도는 성공적이지만 행운의 여신이 연속으로 미소를 지어주지는 않는다. 결국 투자한 기간은 길어도 수익규모는 꽤 초라하다.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99%의 개미들의 현실이다.저자는 방법을 바꿀 것을 주문한다. 우선 충분히 큰 돈을 넣어도 불안하지 않을 만한 투자대상을 고른다. 저자의 추천은 S&P 500 ETF다. 그리고 분할하여 투자하면서 평균단가를 계속 낮추고, 장기적으로 보유한다. 그러면 의미 있는 수익규모가 나온다. 그렇게 상식적인 방식으로 투자해야만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 방식이 왜 통할 수밖에 없는지'를 여러 자료를 통해 뒷받침한다.개별주 투자에 관한 책은 많다. 특정한 산업 분야만 공부하면 수십 배의 수익률이 나온다거나, MACD나 RSI 같은 보조지표를 배우고 차트를 통해 시세흐름을 읽으면 부자가 될 거라고 말하는 책들이다. 필자도 이런 분야의 책들을 꽤 읽어보았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방법은 잘 정립되어 있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이 따라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이 책의 저자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개별주 투자 방식과 차트 분석방법에 대한 견해를 말하는 대목에서 언뜻언뜻 폭넓은 지식이 드러난다. 저자가 개별주 투자 방식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많이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통감하여 S&P 500을 제대로 투자하는 방식을 추천할 따름이다.상식을 통해서 홈런을 치는 방식이 궁금하다면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참고로 저자가 권하는 대로 큰 규모의 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투자한다면, 초기자금 1억원이 10억원이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2, 3천만원 정도의 자금으로 몇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연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상관없다. 그렇지 못한 평범한 투자자라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함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