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쿤룬 삼부곡 1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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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사냥하는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

매일 야근에 시달리던 사축 신세인 여직원은 끝없이 몰려드는 일에 불평한다. 그러다가 결국 집에 가게 된다며 좋아하던 순간, 예기치 못한 일이 닥친다.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미치광이 살인마의 표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살인마 집단을 노리는 소년은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린다...

이것이 초반 50페이지 안에서 다 일어나는 일이다.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고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그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 섥혀서, 최고의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낸다.

중화권 소설이지만 인명을 빼면 고유명사의 사용은 거의 없다. 그래서 문화에 따른 약어 등으로 불편함을 겪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만은 우리나라와 꽤나 비슷한 문화와 풍습이기 때문에, 일종의 동질감까지 느낄 정도다.

많은 스릴러 소설들은 주인공의 계획을 묘사하는 부분이 길어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는 그런 계획 설명보다 행동으로 움직인다. 거기에 주변 인물들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 거대한 서사시를 만든다. 그런 날렵한 서술 덕에 히가시노 게이고에 가까운 수준의 읽히는 맛을 지녔다. 차이점이 있다면, 게이고는 여성 심리 묘사에 자신이 없음을 밝히고 주변인으로 머무르게 하지만 작가인 쿤룬은 주역 인물들에 여성을 다수 배치하고 그 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그 덕에 현실감 넘치는 관계가 탄생한다. 여초 직장에 다닌 사람들이라면 다 공감할 수 있는 관계의 오묘함까지도.

초반의 생소함을 넘길 수 있다면, 당신은 올해 최고의 스릴러 중 하나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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