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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이걸 읽은지 꽤 됐는데 도무지 독후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냥 대략적으로 좋다, 나쁘다 차원이 아니라 정말 '문제적 작품'이란 생각에 뭐라 정의할 수가 없었다.
....이 작가, 드디어 사고쳤다................
일단 나는 이창동, 권여선 이기호 윤영수....그리고 페이보릿작가로 김윤영을 꼽아왔다. 읽지않음 모른다. 배배꼬인 한국의 중산층과 속물에 대한 통렬하고 유머있는 단편들은 정말 압권이었다. 단편의 밀도는 정말 꽉꽉 차있었다. (<타잔>, <그린핑거>)
그런데 김윤영이 이런 장편을 내놓을 줄 정말 몰랐다!
나는 관념적이고 패배적인 한국문학에 아주 질린 사람이다. 특히 20대초반을 대상으로 하는, 감수성 만땅의 젊은친구들이나 홀릭하는 그런 백수소설(내가 붙인 말이다. 그만큼 기득권이나 의무나 부양 같은 거에 관심없는 자유로운 소설)에 나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해왔다.
각설하고, 이건 부동산을 몰라도 재미있고 좀 영양가 있는 한국소설을 찾는 나같은 아자씨, 아줌마들에게도 추천할 책이다. 대학 다닐 때 책좀 읽어봤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살기 팍팍해 죽겠는데 무슨 소설이냐고 묻는 내 옆자리 동료한테 찔러줘도 욕 안 먹을 책이다!
부동산 부동산 하는데..................이건 부동산을 빙자했을 뿐인 정교한 리얼리즘 소설이다. 진짜 너무 리얼해 소름이 끼친다....ㅎㅎ
대충 500매 정도 비슷비슷한 꼬마장편 따위들이 넘치는 요즘, 이건 1000매가 꽤 넘을 듯 하지만 내용이 실하다. 그런데~~~~ 미스테리한 건 가독성이 엄청나다는 것. 이건 비꼬는 게 아니다. 장점이다.
오히려 이것이 이 작가를 아끼는 사람들에겐 불만일 수 있다. 첫 장편치고 너무 돈냄새나는 소재를 택했다는 것보다 전작들보다 밀도가 낮다는 것(단편집과 장편의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러가지로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만일 쓴다면...하고 생각해봤는데 뾰족한 수가 안 떠오른다. 우리는 모두 소설주인공처럼 살 수는 없다. 다만, 간접경험할 뿐이다. 나는 이 결말에 70% 정도 공감한다. (그런데 참 영리하게도 단서를 붙인 것 같다. 수도권의 소형주공아파트 정도의 전셋값 정도만 남기고 기부를 해버리는데, 그거 상당히 유동적인 범위 아닌가?)
내 개인적인 불만이라면........책 중간 부동산 입문과정에서 주인공을 테스트하는 문항들, 그거 답좀 알고 싶다. 출판사는 그거 답 좀 달아서 따로 팔아도 될 것 같다.
ex)"다음 중 아파트 옆에 들어서면 제일 집값이 떨어질 게 뭘 거 같나? 1번 납골당,2번 소각장, 3번 교도소, 4번 교회,5번 재활시설"
"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한국 아파트의 바로미터가 되는 줄 아나?"
"경의선이랑 경전철의 차이를 아나?"
"전세 1억짜리를 월세로 돌리면 얼마가 되나?"
"권리분석은 해봤나?"
솔직히 말하면 그 테스트문항 열몇개 중 내가 아는 게 단 두개였다(다세대와 다가구의 차이 , 뭐 이런 초짜지식)........이러니 재태크에 꽝이지.
작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한국소설이 더 나와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