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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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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록된 후 전쟁은 얼마나 많이 발발했을까? 인류 역사에서 전쟁을 빼놓으면 기록할 것이 뭐가 있을까 싶게 전쟁은 세계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왔다. 한마디로 세계사는 전쟁사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인물 편과 사건 편에서도 엄청난 재미와 지식을 남겨주었던 <벌거벗은 세계사>는 <전쟁 편>에서는 끝판왕처럼 세계사의 흐름까지 알게 해 주는 정말 알찬 정보를 알게 해 주었다. 장르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은 세계사 책. 말해 무엇하랴~ 중동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전쟁에 그저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던 나는 이 한 권의 책으로 그들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안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싶다.


프랑스와 영국이 116년간 싸운 <백년전쟁>. 그리고 그 안에서 탄생한 영웅 '잔다르크'. 왕위 계승에서 시작된 불화가 계기가 되어 몇 대에 걸쳐 이어진 백년전쟁을 알아보고 불과 2년 만에 영웅에서 마녀가 된 잔다르크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펼쳐진다. <미국 독립전쟁>은 사실 처음으로 자세히 접한 전쟁이다. 종교적 자유를 얻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던 청교도들의 정착 기와 영국에서 과도한 세금에 대한 반발이 전쟁을 불러일으켜 8년에 걸친 독립전쟁을 통해 미국이 탄생한 역사를 돌아본다. 다음은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인 <아편 전쟁>을 통해 냉혹한 국제 질서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메이지 유신>은 어슴푸레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명확히 하는 시간이었다. 일본의 막부정치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을 이룬 후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힘을 키운 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을 침공하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탄생을 지켜보며 이 모든 과정을 불과 20년에 해내는 일본의 추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내겐 진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전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이 어떻게 이스라엘에 정착하게 되었으며 그 뒤에 숨은 영국의 치사하고 졸렬한 사기극이 치를 떨게 한다. 결국 이 모든 게 파워게임이었고 그 파워는 역시 돈인가 싶어 씁쓸하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던 <베트남 전쟁>. 이 전쟁 또한 강대국이 '만들어낸' 전쟁이었다. 20여 년에 걸친 전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른 미국.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치른 전쟁이었으니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전쟁이었나?'반문할 만하다.
<소말리아 내전>은 정치인을 잘못 뽑으면 어떻게 되는지 진저리 치도록 느끼게 해주었고, <아프카니스탄 전쟁>은 탈레반과 아프카니스탄을 하나로 알고 있었던 내 무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강대국들의 주도권 경쟁이 있었고 결국 영국과 러시아에 이어 미국과 소련의 희생양이 된 아프카니스탄과 911테러를 일으킨 탈레반에 대해 알게 되며 우리나라와 흡사한 강대국에 좌지우지한 그들의 역사를 보며 아프카니스탄을 다시금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 속엔 1337년에 시작된 백년전쟁부터 2022년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세계를 뒤흔든 전쟁들의 숨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읽는 내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을 비난했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이 전쟁들이 거의 모두 식민지 역사에서 탄생한 결과물이었고 그 안엔 늘 영국이 끼어있었다는 거, 그리고 약한 나라엔 어이없이 모든 강대국이 간섭하고 끼어들어 땅따먹기와 세력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세계사 속 전쟁도 파워게임이었다. 그리고 그 파워는 역시 돈이었다. 역시나 부국강병이 답이었다. 또한 소말리아의 역사를 보며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도 떠올려보았다.


우리에겐 과거의 진실을 제대로 보고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 그것이 비록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일지라도 분명한 역사 인식만이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 힘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벌거벗은 세계사>는 최상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진짜 엄지척하며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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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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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경력이 미천하긴 하지만, 내게도 무조건 믿고 읽는 저자가 몇 있다. 그중 한 분이 최진석 교수다. 이 책은 최진석 교수가 저자였기에 사전 지식 없이 무조건 책장을 펼쳤고,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뚝심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동받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10권의 책을 통해 그가 부르짖는 '건너가기'는 내 가슴속에 깊이 박혀버렸다.





저자의 인문학 강의는 <돈키호테>, <어린 왕자>, <페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걸리버 여행기>, <이솝 우화>, <아Q정전>, <징비록> 등 총 10권의 책으로 진행된다. 돈키호테와 아Q정전을 제외한 8권의 책을 읽었던지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내 짐작과는 전혀 달리 이 책은 서평집의 탈을 쓴 깊이 있는 인문학 강의였다.



저자는 <돈키호테>를 통해 꿈이 바로 모험이고, 모험이 바로 건너가기이고, 건너가는 자가 진짜 인간이기에 돈키호테는 나를 찾는 수준 높은 사람임을 말한다. <어린 왕자>를 통해선 나만의 별을 찾고 나도 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페스트>에선 페스트를 코로나가 아닌, 정해진 마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곤혹, 고통 번민 등으로 비유하며 이런 부조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더 나은 단계로 건너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데미안>에선 정해진 행복이 아닌 행복을 창조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문장을 꼽으며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나로 승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노인과 바다>를 통해 '열심히'가 아닌 '진심'이 담긴 삶을 들여다본다. <동물 농장>을 통해선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남의 생각에 지배당하는 삶이 되므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고 건너가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여행은 자기를 익숙하지 않은 곳에 데려다 놓음으로써 자기를 만나는 구체적이고 창의적이며 고급스러운 일이라 말하며 <걸리버 여행기>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존재의 운명이 된 걸리버가 건너가기를 멈추지 않은 결과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건너가는 삶을 사는 이들과 달리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삶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아Q정전>을 통해 알아보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또 어떤 비참함을 맞게 되는지 <징비록>을 통해 생각해 본다.



책을 관통하는 화두는 <건너가기>다. 저자는 건너가기를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 성숙해가는 과정, 진심을 다하는 과정, 나를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라 말하고 끝없이 사유하고 자기를 함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나니 행간에 숨어있는 저자의 인문학적 가르침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또한 나의 지난 독서가 얼마나 수박 겉핥기였는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유하지 않는 삶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이 책은 나 자신을 향해 가고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나를 함양시키는 독서를 하고 사유하는 삶을 살라고 날카롭게 부르짖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무엇을 할 때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하는데요,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걷는 길에 자기 자신이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알려면 몇 가지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내가 죽기 전까지 해내야 할 사명은 무엇인가?
P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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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지식 치매 백과사전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치매 가족 가이드북!’
홍경환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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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께서 작년부터 치매 판정을 받고 치매약을 복용하고 계신다. 아직은 증세가 나쁘지 않아서 식사 준비나 살림을 혼자서 하실 수 있지만,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책을 뒤지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정보를 얻으려 애쓰다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치매 전문의 사나 관련업계에 있는 분이 쓰신 게 아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9년째 간병 중인 가족이 공부하고 배우고 부딪쳐 얻은 산지식이다. 그래서 의학용어 들이대는 책보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백과사전이라는 제목답게 치매에 대해 다방면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이 책도 PART 1에서는 과연 치매가 어떤 병이고 다양한 치매의 증상부터 알려준다.
PART 2에선 치매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 부분이 내겐 사이다 같은 지식들을 제공했다. 울 시어머니도 몇 년 전 구청에서 실시하는 치매검사를 하고 '정상'판정을 받았는데 그 결과 치매를 더 진행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 당시 구청에서 10분도 안 걸려 끝낸 검사가 MMSE라는 걸 알았다. 이 책은 왜 치매 정도를 평가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단 검사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보험사는 어떤 검사를 인정하는지 등의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PART3에선 치매환자를 어떻게 간호해야 하고 주야간보호센터의 이용과 보호자 부담을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 PART4에선 치매환자에 대한 지원 제도와 성년후견인 등의 법률에 관해 상세히 설명한다.
PART 5에선 치매환자의 약과 치매에 좋은 식재료와 부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마지막 PART6에선 치매환자에게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등의 소소한 Q&A를 제공한다.
또한 부록으로 치매 관련 사이트나 장기 요양 점수 산정 방법 등 치매가족에게 진짜 요긴한 정보를 실어놓았다.



치매환자 본인의 인생으로 보면 너무나 가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지켜보며 함께 해야 하는 가족들에게 있어선 더 고통스럽고 힘든 게 치매란 몹쓸 병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검사부터 제도까지 너무나 미흡하기만 하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도 힘든데 이 책의 저자가 말했듯이 "내가 똑똑해져서 열심히 공부한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가려내서 " 병원을 선택하고 치료를 맡겨야 한다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다른 치매가족을 위해 책을 낼 지경이 되었을까.. 이 책은 어머니의 증세를 지켜보며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내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거 같다. 하루빨리 '인지 기능 개선제'를 넘어서는 '치매 치료제'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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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과 치유, 물이 최고의 약 - 치매 걱정 없이 사는 슬기로운 치매 처방전
김영진 지음 / 성안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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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 복지관 저 복지관을 다니시며 하루를 보내시는 81살 우리 엄마의 가장 큰 두려움은 치매다. TV나 인터넷에서 치매 관련 보도는 빼놓지 않고 훑어보시고 실천하려 애쓰고 계신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치매가 가장 두렵다. 내가 살아온 삶을 잃어버린다는 것, 나의 오늘을 잃어버린다는 것, 그것보다 두려운 것이 있을까.
FDA에서 승인된 치매약이 하나도 없는 현실 속에서 이 책은 의외로 놀라운 치매치료제를 권하고 있다. 그건 바로 물과 소금이다.

암보다 무서운 치매
기억력이 사라지는 병, 치매는 언젠가부터 암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치매환자 비율은 70대 전반기엔 8.9%, 후반기엔 22%,80대엔 3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일 정도로 심각하다. 또한 젊은 치매도 치매환자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니 심각한 수준이다.
치매는 놀랍게도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고 뇌가 쪼그라드는 알츠하이머 치매, 루이소체가 뇌간에 쌓이는 파킨슨병, 대뇌피질에 쌓이는 루이소체 치매가 있고, 뇌경색 등으로 발생하는 혈관성치매 등으로 나뉜다.
현재 개발된 치매치료제는 치료가 아닌, 증상을 늦추는 역할만 하고 부작용도 많다.




남녀의 신체구성요소는 물 보유량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근육량이 많은 남성은 60%의 물을 보유하지만, 상대적으로 근육이 적고 지방이 많은 여성은 50%의 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물 보유량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가 많은 원인이 된다. 우리 뇌는 85%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 공급량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물이 적으면 뇌가 쪼그라들게 된다. 내 몸의 물 보유량은 소변의 색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색이 진하다는 것은 세포 내부에 신속하게 배출해야 할 노폐물이 많이 쌓여있다는 신호다. 물이 적게 되면 뇌의 모세혈관이 폐쇄되는데 각종 영양소를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폐쇄는 뇌세포가 죽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소금
우린 음식을 짜게 먹으면 고혈압이 된다는 걸 상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뇌를 보호하는 뇌척수액에는 0.9%의 나트륨이 들어있다. 소금은 불순물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뇌에 발생한 각종 노폐물을 흡착해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리식염수 1팩에 들어있는 나트륨이 22.5그램이나 된다. 하루 소금 권장량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짜게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하지만 물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신장은 하루에 1.4kg의 소금까지도 배출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천연소금으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을 즐겨먹거나 생수에 소금을 타서 수시로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이 책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식품과 식습관, 물과 소금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리고 <물 마시는 법>은 25년 동안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소금만으로 질병을 치유한 페레이둔 뱃맨겔리지박사의 저서를 참고해서 정리해놓았다. 책의 말미엔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나열해 실천 가능한 것들을 하나하나 해보면서 치매를 예방과 치유를 위해 도움이 되는 방법들도 담겨있다. 이 책은 약하나 없는 치매 의학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 더 반갑고 감사했다. 꼭 치매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물과 소금의 중요한 역할을 상세히 알게 되었으니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실천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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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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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완서 작가가 일흔이 넘어 쓴 산문집으로 15년 만에 분홍색 옷을 입고 재출간된 것이다. <노란 집>을 몇 년 전에 읽고 그동안 작가님의 글을 접하지 못했던지라 푸근하고 편안한 작가의 산문집을 읽는 시간은 내겐 휴식 같은 시간이 되어주었다. <호미>에서의 작가는 촌철살인도 예리함도 없는 그저 이웃 할머니요, 내 엄마, 이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작가의 하루하루는 따스한 활자가 되어 내 어린 시절을 꺼내고 엄마들의 고단했던 삶을 엿보게 했다. 그 시대는 다 그렇게 살았어... 하는.


'이슬에 젖은 풋풋한 풀과 흙냄새를 맡으며 흙을 주무르고 있으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평화를 맛보게 된다.' p21
소련군을 피해 개성을 탈출한 이야기, 손주들을 위해 구정이 아닌 신정을 고집하셨던 할아버님에 대한 추억,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터진 한국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맑은 청계천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회 등 평범한 우리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게 한다.



'그까짓 맛이라는 것, 고작 혀끝에 불과한 것이 이리도 집요한 그리움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p185
26년 5개월을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 이야기와 시어머님에 대한 애정과 가톨릭에 귀의하게 된 이야기, 고향에서 먹던 거친 음식 한 그릇에 진한 그리움, 식민지 시절 학창 시절 이야기 등은 작가의 과거를 아련하게 느끼며 함께 울먹이게 한다.

'만약 엄마가 더 늙어 살짝 노망이 든 후에도 알량한 명예욕을 버리지 못하고 괴발개발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어 한다면 그건 사회적인 노망이 될 테니 그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 네가 모질게 제제해 주기를 바란다. 엄마가 말년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다오.' p260
책의 말미는 이이화 선생, 조각가 이영학 선생, 박수근 화가, 김상옥 선생님 등 작가님이 존경하셨던 분들에게 바치는 글들과 딸에게 당부하는 그들로 채워져있다.





'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 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p262
밥하고 반찬을 하는 건 손에 익으면 쉬워지지만 글 쓰는 일은 생전해도 숙련이 안된다는 박완서 작가님. 난 촌철살인의 글보다 우리 엄마 같고 내 할머니 같고 내 이웃 같은 작가의 노년 글이 더 할 수 없이 좋았다.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혹은 누군가가 거두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던 작가님의 문장은 이만큼의 삶은 살아온 나를 멈춰 서서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작가님처럼 다 받아들이면서 나이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치 작가님이 정성 들여 만든 꽃밭에서 노니는 기분이었다. 그 시간은 편안하고 따스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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