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뱀파이어 연대기 1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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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뱀파이어 연대기의 첫번째 작품으로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죠.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라는 엄청난 캐스팅에 고풍스러운 뱀파이어 이야기를 엮어내니 한 편의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고 전 생각하지만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여기서의 주인공은 뱀파이어인 루이스 드 퐁두락입니다. 다니엘이라는 기자에게 루이스가 지금까지의 인생을 들려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귀족이었던 그는 인간일 때도 끊임없는 고뇌속에 살고 있죠. 특히 남동생의 광기 어린 모습에서 루이스는 그를 포용하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기심에 동생을 비난하고 억압하게 됩니다. 동생은 죽게 되고, 루이스는 그것에 고민하며 남은 가족들에 대해 별로 신경도 쓰지 못한 채 자신의 괴로움에 심취하죠.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나타납니다. 바로, 뱀파이어 레스타! 그는 금발과 반짝이는 눈동자, 뱀파이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하얀 피부를 가진 매혹적인 뱀파이어입니다. 레스타는 루이스의 농장과 재산을 탐내 그를 물어 피를 빨고, 자신의 피를 그 몸에 흐르게 합니다. 결국 둘은 피로 이어진 뱀파이어 주종(?)이 됩니다. 뱀파이어들은 자신이 만든 자식과는 텔레파시라던지 하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말과 행동만이 그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그러나 레스타는 너무나 제멋대로이고, 루이스에게 뱀파이어로서의 생활, 주의점등을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것도 알려주지 않죠. 그런 레스타에게 루이스는 환멸을 느낍니다. 동시에 자신을 비웃는 듯한 레스타에게 수치심마저도 느끼게 되죠. 그렇게 둘은 멀어지게 되고, 결국 루이스는 레스타를 떠날 생각마저 합니다. 그러자 레스타는 클라우디아라는 작은 꼬마 뱀파이어를 이용해 루이스를 옭아맵니다.

클라우디아는 너무나 어린 나이에 뱀파이어가 되어 육신은 어린 상태 그대로 영원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레스타와 루이스라는 부모에게서 각각 뱀파이어로서의 본능과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물려받은 그녀는 정신이 성숙해가면서 괴리감을 겪게 됩니다.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게 된 최종적인 원인이 바로 그녀가 사랑해 마지 않는 연인이자 아버지 루이스라는 것을 알고는 더욱 애증에 불타게 됩니다. 클라우디아의 겉모습은 어린아이지만 그녀의 정신이 자라나면서 클라우디아는 성숙한 숙녀의 모습을 보이게 되죠. 오싹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연기하고, 때로는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여인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클라우디아의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녀로서는 어떻게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없고, 그녀는 영원히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죠. 그녀가 혼자 길을 걸으면 누군가 다가와 길을 잃었냐고 물을 수도 있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그녀를 성숙한 하나의 인격체로 봐줄 수 있을까요? 레스타와 루이스마저 그녀의 아버지라는 사실과 클라우디아의 겉모습에 그녀를 한 명의 어린아이이자, 비호해야 하는 존재로 보죠. 거기다 레스타는 클라우디아와 루이스를 억압하고 지배하려 하는 독재자였으니, 그녀가 지독한 애증을 품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뱀파이어로서 아직 어리고 무지한 루이스와 클라우디아가 만난 뱀파이어 아르망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묘사되더군요. 아르망이 이끌던 뱀파이어 극장의 묘사는 정말 탐미적입니다. 아름다운 여성을 이끌어, 그녀를 매혹시키고 무대 위에서 마치 '연극'인 것처럼 그들에게 보이는 행위는 관음증적인 쾌감마저도 이끌어냅니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루이스는 괴리감과 함께 흥분을 느끼게 되죠. 뱀파이어로서 보는 한편의 촌극은 얼마나 웃기고 재미있을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저건 실제일 리 없다- 생각하며 대단하다고 환호할 뿐입니다.

아르망은 소년의 모습을 한 아름다운 뱀파이어입니다. 소년의 모습이지만, 그 또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의 정신은 점차 성숙해졌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요. 어려보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너무나 나이든 자같은 모습입니다. 아르망은 루이스에게는 다정하고 상냥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인간적인 면을 아직 가지고 있는 루이스에게 매료되어, 그를 이끌어주지요. 루이스 또한 그의 강함과 아름다움에 이끌립니다. 둘의 조합은 잘 맞는 것 같지만, 결국 파경을 맞습니다. 루이스도 안타깝지만, 아르망 또한 안타깝더군요.



레스타와 루이스, 클라우디아가 함께 살던 시절은 마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섬세한 유리 공예같습니다. 사치스럽고, 화려한 생활을 세 명의 뱀파이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죠. 어두움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뱀파이어지만, 그 짧고도 긴 세월속에서의 그들은 영원할 것처럼 찬란하게 빛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뱀파이어의 성향과 서로에 대한 애정에서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지내는 그들. 본능에 충실하여, 매일 밤 피를 마시기 위해 나가는 레스타. 그리고 그의 팔을 붙들고 함께 밤의 거리로 나서는 클라우디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외로움을 느끼지만 결국 따라나서지는 않는 루이스. 셋 중 루이스는 사색하는 신사이며, 그 중심에 서있지만 또한 방관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무방비하고, 수동적인 모습이 이 모든 비극을 가져왔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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