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탑의 살인 미스터리 야! 7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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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읽다 보면, 제목에 살인이나 죽음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살짝 난감해지는데요. 가족들이나 남이 보면 잔소리를 하는 일이 있거든요. 혹은 이런 책을 읽으면 악몽을 꾸지는 않냐는 말까지도 들어본 기억이 있네요. 리뷰를 할 미나가와 히로코의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을 보자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나네요.

미나가와 히로코는 환상 미스터리의 대가로 탐미적인 작품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여러 작품을 썼지만, 번역된 작품은 이 거꾸로 선 탑의 살인과 죽음의 샘. 딱 두개뿐이네요. 두 개 중에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을 먼저 집어들게 된 이유는 몇 개의 키워드 때문이었습니다. 소녀. 여학교. 소설. 저도 여학교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돌려가면서 소설을 쓴 적이 있거든요. 소녀의 감수성이 가득한 글은 아니었지만, 지금 보면 참 즐거운 추억이에요. 그런 추억이 떠올라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네요. 또, 소녀들이 가득한 여학교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구요.

이 책의 주된 배경은 고위층 자녀들이 다니는 미션 스쿨입니다. 여학교로 소녀들만이 다니는 금남의 구역입니다. 그런 학교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던 아름다운 노트 한 권. 표지에는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노트에는 뭔지 모를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이 노트는 소녀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다 한 소녀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 노트는 무엇일까요? 거꾸로 선 탑의 살인이라는 제목과 내용은 무엇을 뜻할까요?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요?

이 책에서는 소녀들의 감성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물씬 풍깁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녀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라든가 동감은 가질 않았습니다. 제가 소녀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띠지나 뒷표지에 쓰여있는 '저는 저를 배신한 상대를 미치게 할 작정입니다'라는 문구가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어쩐지 어정쩡한 느낌이 듭니다. 좀 더 독하고 탐미적인 내용이기를 바랐거든요. 탐미라든가 환상소설을 잘 쓴다는 작가이기에 너무 큰 기대를 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영 어덜트를 위한 미스터리 야!시리즈인만큼 적당히 발랄하고 적당하게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아까 소녀. 여학교. 그런 키워드에 끌렸다고 했는데 책을 펼치고는 상상과는 조금 달라서 실망도 했습니다. 소녀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며 책을 펼쳤는데 갑자기 첫 페이지부터 야간 대공습이니 학도병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여학교의 생활이라던가에 대해서 그다지 환상을 충족시킬 부분은 나오지 않습니다.

한가지 책을 읽으면서 거슬렸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p.195에서 보면 나나오라는 등장인물이 학도병들의 출정식에서 갑자기 시작된 월경으로 인해 당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는 "저거?" 라고 묻습니다. 그 부분에서는 보통 "그거?"라고 애매하게 지칭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요? 저거-라고 말하는 건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죠. 이건 아무래도 일본식 표현인 それ의 해석을 그대로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도 알고, 상대도 아는 것을 지칭할 때 それ라고 쓰거든요. 그게 살짝 거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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