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가장 위대한 소설가‘ 라는 찬사를 받는 영국작가 이언 매큐언. 1975년 < 첫 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등단하였고 동시에 이책으로 ‘서머싯 몸‘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칠드런 액트‘를 포함하여 많은 작품들이 차례대로 영화화되었으며, 이 책 <첫 사랑 마지막 의식>또한 수록작품 세편이 영화화되었다. 희곡과 방송극본, 오페라까지 이언 매큐언은 한계없는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은 그의 초기작이면서 가장 실험적이며 도덕적 파괴를 결연히 보여준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수록작 8편은 실제 기묘하면서 잔혹한 도덕적 판단조차 할 시간없이 독자를 범죄의 공범자로 만들어 버린다. 독자는 아내를 사리지게 하는 ‘ 입체기하학‘ , ‘여동생을 강간하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정 처방‘ 놀림당하고, 부모가 없고, 버림받은 세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게 하는 ‘여름의 마지막 날‘ .극장에서 ‘세 엑스를 하지‘라면서 극을 준비하지만 실제 관계를 맺는 코커씨를 발견하는 ‘울 것 같은 , 정말 울어 버릴 듯한 날들˝속에서도 울지 못하는 ‘ 극장의 코커씨‘. 어린 여자 아이를 강간하고 죽여버리는 ‘나비‘ 속 범인을 알지만 무력할 뿐이다.

‘벽장 속 남자의 대화‘처럼 ˝내가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 (p.140) 작가는 목격하게 한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에서는 동거녀인 시셀과 그의 어린 동생, 그리고 벽을 긁어대는 존재와 장어, 노동자의 분홍색 의상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 그들의 행동이 외로움, 무료함, 호기심, 두려움에서 기인하고, 또 그러한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들어 올 때 문을 열어주는 어떤 조그만 남자 애에 불과했다˝(p.205) 이언 매큐언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래서 완전한 성인이 되지 못한 채로 도태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도태는‘ 나비‘에서 등장하는 도시의 모습이 ˝운하를 끼고 능어선 공장 뒤편은 대부분 창문이 없고 을씨년스럽˝게 그려지는 것처럼, 그들의 심리적 박탁, 일반적 입장에서의 범죄 행위은 개인의 삶의 파괴로 끝나지만, 그 밑바닥에는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지 않는다.

영화화 되었던 ‘입체기하학‘은 증조부가 남긴 일기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하던 ‘내‘가 비밀을 풀고 ˝지친 심신을 일으켜 세울 기발한 생각˝(p.29)으로 아내를 사라지게 한다. 아내가 강가에거 본 ‘주황색 나비 두 마리‘는 단편 ‘나비‘에서 여자아이 ‘제인‘을 꾀기 위한 소재이기도 하다. 작품 속 ‘나비‘는 번데기라는 흉칙한 변태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비가 되지 못한다. 이언 매큐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은 작가의 말처럼 변태과정을 겪는 중이지만 그 과정의 고요함을 즐길 새도 없이 무언가에 노출되어 무력해진-즉 나비가 되지 못하는- 번데기인 래로 탈락한 자들이다. ‘가정 처방‘속의 나는 ˝ 삼촌들과 연일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불쌍한 우리 아버지, 그밖에 내가 알고 있는 친척 누구보다 부자였다. 제분소에서 열두 시간 작업을 마친 창백하고 언짢은 얼굴로 저녁에 귀가하는 아버지˝(p.44)를 생각하면 코웃음을 웃는다. 왜냐하면 ˝매일 저녁 더 늙고 피곤하고 가난해져서 집에 가는 수많은 사람들˝(p.44)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갓 의미없는 자신의 왜소한 운명을 가늠하며 저린 발을 서시히 젖은 풀밭으로 내딛는 인간, 숨 막히는 거대 도시의 하늘 아래, 인간의 도전욕과 유기체의 진화 과정을 하나로 통합시키려는 의지를 시연하듯, 광장 저편에서 아메바 덩어리 같은 것이 나타나 점차 사람의 옷을 입으며 도전욕과 결승점을 통과하려는 헛된 노력으로 무장한 채 비틀거리며 뛰어왔다. 그건 순간순간 새롭게 얼굴을 바꾸는 삶, 바로 우리 삶 그 자체였다. ˝(p.48)

‘나비‘에서는 ˝내가 용의자로 찍할 만한 인상‘을 가진 ‘나‘가 존재한다. ˝목과 턱이 구별 안되는 내 얼굴을 사람들에게 불신감을 준다˝ (p.101) ‘나비‘속의 나는 그레서 나비가 되지 못한다. 나를 따라왔던 소녀는 죽음으로 나비가 되지 못한다. 이언 매큐언은 나비를 통해 사회에서 도태된 나의 은밀한 욕망과 쓰레기장, 운하, 막다른 골목 터널로 그려지는 도시의 뒷골목의 추악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찾고 싶어도 나비는 찾을 수 없다.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작가는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못할 판타지를 타인을 통해 실채화하려는 인간군상의 억압을 드러낸다. 그 억압은 종속적 관계이자 폭력적 관계로 다시 생산된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의 작품 들 속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은 ‘여름의 마지막 이야기‘의 제니가 실수로 앨리스를 쳐서 넘어 뜨리고 그때 보트가 뒤집히는 것처럼 , 하나의 균열은 다른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그리하여 그 이야기의 끝은 결국 ˝ 제니가 보트 가장 자리에 기대 쓰러지면서 보트가 뒤집힌다˝(p.85)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는 이언 매큐언이지만, 작품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그의 작품을 단지 소재의 음란함과 직접적인 성의 묘사만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그 작품 속의 상징과 이미지, 자본주의사회에서 도태된 인간의 쇠락한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부채감으로 다가온다. 이언 매큐언이 추구하는 작품 안에는 ‘그들의 행위‘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모습에 더욱더 주목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들 삶의 한가운데서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언 매큐언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뉴욕 타임스‘의 평론가 마이클 뮤쇼는 이언 매큐언의 [첫사랑, 마지막 의식]에 대해 ˝어둡고 잔인해 보였던 것들이 페이지를 넘김에 따라 마음에 사무치고 호소력 강한 이야기로 변신한다. 음란한 요소는 극도로 감정을 절제한 이야기 구조와 정직한 묘사 속에 희석되고, 센세이셔널리즘의 여지는 완성도 높은 스타일로 인해 전소된다.˝는 이야기처럼,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인간의 감춰진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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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통하는 아이들 - 자유롭게 읽고 쓰고 토론하라!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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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유투브의 파급력, 영상, 인터넷에 익숙한 시대. 아이들조차 책보다는 학습서 위주로 읽게 되고, 지친 몸으로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거리가 멀게 느끼는 시절을 겪고 있다. 한때 성인 몇 %가 책을 읽는다,1인당 1년에 몇권을 읽는다는 우울한 통계에 익숙해진지는 오래지만, 독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건 그만큼 사람들의 삶이 독서와는 더 멀어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독서력>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책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풍토를 걱정했는데, 지금의 우리 사회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등으로 아이들의 경우는 더욱더 책을 펴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멀어지는 게 사실이다. 책을 읽힐려고 하는 부모들은 늘었지만, 아이들은 책과 점점 멀어지는 현실. 책을 가까이 권하다가도 학년이 올라가면 더욱이 책과 멀어지고,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 책이 재미없다는 말을 줄곧 하기도 한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아이들과 책으로 만난 그 10년의 기록을 펴낸 <책으로 통하는 아이들>은 실제 숭레문학당에서 매 학년 2학기씩 진행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하다. 책의 서문에서 김민영 저자가 밝힌 대로 학년이 올라가도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부모들의 적잖은 고민이다. 이전에는 책을 읽으라고 전집을 사주고 하던 부모라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하라는 공부를 하지 않고 책만 읽는다면 시름이 깊어질 것이다. 책에서는 소설가 천명관이 북토크때 했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제가 따님을 알지 못하는 입장이니 단정하긴 어렵지만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본 사람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잘 알아서 선택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p.5) 대다수의 사람들은 책은 어릴때의 교양수준이나 취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시절이 지나가면 책은 학업에 자리를 넘겨줘야하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2011년 처음 시작한 '책통아' 프로그램은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만드는 과정의 오랜 시간이 축적된 기록이다. 숭례문 학당의 '책을 통한 자기 표현-아이들 (줄여서 책통아) 는 "누가 시켜서, 시험에 나와사, 성적에 반영되어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읽고 쓰고 말하는 경험을 "(p.6)을 주겠다는 기본 취지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 독서도 다르지 않다. 책통라로 책 읽는 습관이 쌓여, 책 읽는 사람으로 산다면, 아니 삶의 한 시기라도 생각하며 읽고 쓰고 토론한다면 족하다." (p.8) 책통아 프로그램은 숭례문 학당의 비경쟁 독서토론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경쟁에 지친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저자 김선화는 책통아 프로그램의 전체 안내도를 자세하게 일러두기 하고 있다. 저자 박은미, 김한나가 이론과 사례 중심으로 쓴 본문으로 들어가면 , 책통아 프로그램이 단순히 아이들의 토론 프로그램으로 그치지 않고 참여하는 재능기부 교사들의 성장에 많은 밑걸음이 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책통아는 아이들만 참여하지 않고 일요일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학부모들도 선정된 토론 도서로 참여한다.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 카페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학부모들도 토론에 참여하면서 비경쟁 독서토론에 대한 참여와 이후 아이들과의 소통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후기가 그것을 증명한다.

"비경쟁 독서토론은 다양한 아이들의 손을 모두 함께 집고 가는 대화의 시간이다. " (p.41)실제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많은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빽빾하게 쓴 지원서를 제출한다는 것을 안다면, 책통아 수업은 제목처럼 책으로 크는 아이들은 성장시켜나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책통아라는 실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입문서일 뿐만 아니라 비경쟁 독서토론이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한지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장 '비경쟁 독서토론 어떻게 준비할까? " 부터 3장 ' 실전 ! 비경쟁 독서토론' 은 비경쟁 토론에 대한 자세한 이론서를 겸하고 있다. 실제 숭례문학당의 프로그램을 잘 알지 못한다 해도 2장과 3장을 읽는다면 아이들 지도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쉽게 예시되어 쓰인 점이 인상적이다. 4장은 '나만의 관점을 담은 글쓰기 '이다. "아이들은 왜 글쓰기를 싫어할까?" 라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가지는 질문, 특히 교육현장에서 아이들 글쓰기를 고민해본 사람들이라면 와닿을 질문으로 시작한다. 저자 김신은 '생각보다 글쓰기를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글쓰기는 '정답찾기가 아니라 생각하기'임을 알게 한다.

"책통아 수업은 독서토론을 거쳐 글쓰기로 마무리된다.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나눈 다양한 의견들 책에 대해 더 깊어진 생각들을 글쓰기로 정리하고 확장하는 시간이다. " (p.137) 물론 저자 김신이 말하는 것처럼 토론에는 적극적이지만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토론후 글쓰기를 하는 것은 토론 후 글쓰기를 진행하는 것은 같은 책을 읽고 나눈 다양한 이야기들을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토론 후 글쓰기에 참여한 아이들은 " 친구들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면 글쓰기 칸을 채울 수 있어요. 기분 최고예요!" (p.146) 이라고 후기를 남기고 있다. 10년의 시간이 증명하듯 처음 참여한 아이들은 이제 더 성장하였고, 이제 참여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소문에 '왜'라는 의문을 가졌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본다면 시간이 쌓인 기록들이 얼마나 열정적인 토론의 순간이었는지, 순간일지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책에는 부록 1 '책통아 학생 후기'와 부록 2 '독서토론 논제 예시 ' 부록 3 '책통아 진행 도서목록'( 2017~2019년) 까지 상세하게 가이드한다.

" 저는 고등학교 가서도 계속 책통아에 다닐 생각입니다. 함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경험을 계속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가 힘들거나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친구들에게 책통아 수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p.185)

독서도 다르지 않다. 책통라로 책 읽는 습관이 쌓여, 책 읽는 사람으로 산다면, 아니 삶의 한 시기라도 생각하며 읽고 쓰고 토론한다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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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 - 편혜영 소설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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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침묵은 당신의 선택이다. -

<소년이로>는 장면 소설 <홀>로 2017년 셜리 잭슨상을 받으며 한국적 서스펜스의 성취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편헤영 작가의 단편집이다. 작품집안에는 《뉴요커THE NEW YORKER》에 게재된 《식물 애호》와 현대문학상 수상작 《소년이로少年易老》를 담았다. 총 8편의 각가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하나의 관통하는 주제를 통해, 작품들의 면면을 들여다 본다. 작가는 "이 책에 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붙어 두었다.우연에 미숙하고, 두려워서 모른 척하거나 오직 잃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힌 바 있다.

표제작 '소년이로'는 주자의 문집에 수록된 시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의 앞부분을 따온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두려운 가운데 실제로 일어난 일과 어쩌면 일어낫을지도 모르는 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유진과 소진의 이야기라면, '우리가 나란히'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자신의 몸을 기어오르는 개미를 잡기 위해 옷을 벗는 나와 알콜 중독자가 친구의 이야기다. 장편소설 '홀'의 근거로 볼 수 있는 '식물애호'는 한순간의 사고로 무너진 오기의 삶을 서늘한 서스펜스로 그려내고 있다. '원더박스' '개의 밤' '잔디' '월요일의 한담' '다음 손님' 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종속된 삶의 무게가 던지는 무력함으로 전달된다. 작가는 "스스로의 환멸 때문에 "(p.129) 소영이 미뤄두었던 질문 " 그러니까 이것이 모두 누구의 잘못이냐고" (p.129) 항변하고 싶은 인간군상을 우리 앞에 그려낸다. 편헤영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그들이 가해자와 적어도 비슷한 , 아니면 가까운 선상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또 다시 알수 없는 방식으로 인생에 속아 넘어갔다는 기분이 들었고 이것이야말로 누구의 잘못인가 하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p.131) 우연치 않은 사고를 당해 피해자가 된 수만이 있고 그를 바라보는 소영의 모습은 '잔디'에서는 가해자이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대신 " 그럴바에야 비굴하게 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p.185)인 남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런던의 한 뮤지엄에서 본 조형물처럼 "쓰레기를 뭉쳐두니 사람이 되었다"(p.191)는 '잔디'의 기억처럼, 편혜영 작품 속 인물들은 불시에 일어난 일에 무너지는 인간들의 모습이 얼마나 추악할 수 있는가 돌아보게한다. "어떤 얼굴은 어둠 속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p.191) 는 아내의 말은 보통의 삶 속에 감춰진 우리 자신의 잔혹한 일면일지 모른다. 아내인 나 자신조차 "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5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나를 툭 치고 가는 임시교사에게 분노를 느끼는 인간이 될 줄 몰랐다. " (p.190) '원더박스'의 수만또한 자신의 실수보다는 자신을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한 김을 찾아 다닌다. "수만은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이나 무책임한 행동에 피해 입은 것만 생각하느라 거래 당시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제 실수는 잊어버렸다. 일부러 상관없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데 몰두하다 보면 명백히 다른 사람 탓이 되니까."(p.112)

'개의 밤'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처남의 폭행사건에 대한 탄원서를 받아야 하는 지명이 나온다. 그는 장모의 인맥덕분에 회사에서 팀장을 하고 , "해고자를 정하거나 유족과 사고 보상액을 하는 게 주된 업무"(p.148)이다. 지명은 처남의 사건에 대해 "처남 스스로 그렇게 했다. 감당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p.151)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고를 당한 장이 그 전날 마신 음주량을 계산하느라 바쁘다. " 내몰려뵈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을 기회를 얻을 것이다. 왜 사람은 성격 차이나 정치적 견해, 나쁜 결과를 초래한 실수때문이 아니라 염치와 수치 때문에 화를 내게 되는지 말이다." (p.159) 지명이 결국 보상을 위해 동핸한 안에게 탄원서를 내밀면서 지명은 자기 행동의 합리화를 찾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게 녹녹치 않음을 작가는 '우리가 나란히'에서 보여준다. 사기사건의 피해자가 된 두 우지와 나의 모습으로. 소녀이로는 "소년은 늙는다:는 말이다. 늙은 소년의 삶을 어떻게 이어지는가? 아버지의 죽음과 무너지는 가정 속에서 유준과 소진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이 <소년이로>에 수록된 단편 8편의 질문 일 것이다.

"하느님은 아무도 벌하시지 않는다고 우리를 벌하는 건 우리 자신일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는 대신 아내와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그럼으로써 아내가 정작 용서를 빌어야 하는 일에는 침묵하고 모든 것을 사죄함으로써 처남의 죄를 하찮게 만들어버렸음을 모른척했다. 아내에 따르면 모두의 인생에 죄가 있었다. 그러므로 아무도 죄가 없었다."(p.155) 아내에게 처남의 죄를 말하는 대신 자신의 지위와 자신의 타운하우스를 유지하는 지명처럼, 우리는 침묵함으로써 매순간 죄에 대한 탄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가는 당신의 침묵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지명의 아내가 하는 모임의 변호사처럼 " 모른 척 하거나 아내 편을 드는 건 모임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서이리라. 물론 그것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지만." (p.155) 어쩌면 작가의 진중한 질문은 당신의 삶은 그들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가를 묻고 있다.우리가 대면하는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의 태도는 어떤가를 성찰하게 한다. 작품 속의 인물 누구에게도 쉽게 이입하기 어렵게 만든 거리감은 작가의 교묘한 연출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작품 속 인물 누구도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에 진정으로 공명하지 않은 타자적 입장을 취한 것처럼 독자에게 냉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독자를 관찰자로 등장시킨다.

작가가 풀어내는 구성은 각 작품의 사건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함으로써 사건이 아닌 사건에 응답하는 자세를 들여다 보게 한다. 한나 아레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그가 고통을 받는다면 그가 행한 일 때문에 고통받아야지 그의 행위가 야기한 타인의 고통때문에 고통을 받아서는 안된다"(p.57)고 말했다. 아렌트의 말처럼 진정한 고통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인지로부터 시작한다는 엄중한 사유는 편혜영 작품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그것이 자신의 죄임을 알지 못하는 무능으로 비롯함인지 모른다. 작가는 이 작품들에 "아픈 사람들이 많은 소설이어서 실패라는 말을 나란히 두기 힘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패도 자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실패는 알지 못한 , 침묵과 선택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소년은 늙지만 그것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님을 작가는 역설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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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강북구 1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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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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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잃은 건 무엇일까

<애니가 돌아왔다>는 영국의 스티븐 킹으로 주목받는 C.J 튜더의 두번째 작품이다. 2018년 데뷔작 <초크맨> 은 "강렬란 도입부와 반전"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리기게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아마존 상반디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고, 이 작품 <애니가 돌아왔다>는 ,<선데이 타임스> <데일리 메일>등의 언론을 통해 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으로 불린다.

이 작품은 충격적인 사건 현장으로 시작된다. 경찰은 주택의 집안에서 발견한 사건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는 위쪽 벽에 대문자로 휘갈겨진 "내 아들이 아니야."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요소는 충분하다. 작가는 기존 스릴러나 범죄물에서 보여지는 상투적인 사건 현장을 프롤로그에 배치하여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는 "혹독하고 음울하며 시큰둥한" 더군다다 "폐쇄적이고 방문객을 불신하는 눈빛으로 대하는 "(p..18)안힐로 돌아가면서 전개된다. 주인공 조는 안힐아카데미에 교사로 취직하고자 서류 위조까지 하여 방문한다. 조가 서류를 위조하면서까지 찾으려 하는 것이 무언인지. 그것이 단순히 도박으로 인한 빚이 아닌지에 대한 흥미를 자아내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애니는 조의 여덟살 동생이었고 실종 된 지 48시간만에 돌아와 화제가 된다. 조는 25년전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메일과 사건을 접하고 돌아오게 되는데, 그것이 어떤 구원자적 자세보다는 자신의 "현재"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돌아왔다기 보다는 도박빚을 갚기 위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나쁜 일이 남긴 잔상은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믿는다. 그것들을 콘크리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우리의 현실이라는 천 위에 각인된다. 그 흔적의 원인은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라도 남은 자국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p.33~34) 조의 삶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애니의 실종과 죽음이었는지. 그로 인해 현재이 곤란인지를 물어보기도 전에 작가는 우리를 여러 인물들의 만남 (25년 전 친구- 스티븐, 닉, 마리, 크리스, 미스 그레이슨, 루스) 을 통해 과거에 한층 가까이다가간다.

안힐은 폐광을 가진 시골마을로 탄광이후 실직을 해서 늘 술에 절어사는 조의 아버지처럼, 작가도 어린 시절 광산노조파업이 일상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는 경험하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주 소재로 사람들을 끌고가는 심연의 공간으로 존재하는 "폐광"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삶을 지하 갱도에 바친 이들의 죽음과 실직으로 인한 가정의 파괴가 묘사된다. "거기 남은 것은 고스란히 방치되고 버려졌다."(p.165)

작품에서 그려지는 현실에 작가는 냉소적인 자세를 취한다. "인생은 다정하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막판에는 그렇다. 우리 어깨에 부담을 더하고 발걸음에 무게를 더한다. 우리가 아끼는 걸 찢어발리고 영혼을 후회로 단련시킨다. 인생에 승자는 없다. 결국은 잃는 것인 인생이다. 젊음, 외모, 그리고 무엇보다고 사랑하는 것들. 나는 가끔 인간을 진정으로 나이 들게하는 것은 세월의 흐름이 아니라 아끼는 사람들과 사물들의 소멸이라는 생각을 한다."(p.168) 한때 자신이 좋아했던 마리를 보면서, 한때 동네의 우두머리였던 스지금은 지방의회의원이 된 스티븐의 아내인 그녀를 통해 삶에 대한 통렬한 심정을 되이뇌는지 모른다.

이 작품은 세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1980년대 일어났던 영국의 광산노조파업으로 인한 가정의 분열, 학교에 만연하는 괴롭힘의 문제, 이 책의 장르를 결정하게 하는 오컬트적 요소까지 존재한다. 생게를 책임져야하는 부모를 대신하여 여동생 마리를 돌봐야 했던 조, 그리고 친구들의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그들의 필요에 의해 친구로 지냈던 크리스와 조까지,조가 돌아와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가 어떻게 현재와 평행선상에서 복기되는지를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조의 현실과 과거의 교차는 독자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사용되는 소재들, 장르문학이나 영화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는 인형, 과거, 폐광, 딱정벌레, 유골, 실종된 존재가 다시 돌아왔다는 설정은 상당히 상투적이다. 그럼에도 소재는 익숙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것은 결국 작가의 문체나 스타일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C.J튜더는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공포물과 스릴러의 묘한 결합, 그리고 우리가 알았던 것을 불시에 습격하는 듯한 반전은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날 폐광에 간 스티브와 닉, 조, 마리, 크리스 그들이 그곳에서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아니면 우리는 그곳에 당도하기 전에 어쩌면 '악마'로 상징화되는 내면의 악이 실재한다는 것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지 모른다. 마지막까지 그 악이 무엇인지 돌아온 애니인지. 아니면 그들을 만들어낸 공간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에서는 선악의 구원적인 메세지보다는 악과 선의 혼재를 통해 우리를 가리는 진실이 정녕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장르물도 결국 작가의 문장력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 그림자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냥 그림자인 적이 없다. 그림자는 어둠의 가장 깊숙한 부분이다. 그리고 어둠의 가장 깊숙한 부분에 괴물들이 숨어 있다." (p.375)

장르물을 좋아하는 독자나 장르물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편안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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