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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비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그 길에서 나 또한두려움없이,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ㅡ작가의 말 중에서
쇼코의 미소는 제목부터 이질적이며,이방인같다.그러나 최은영작가가 전달하는 쇼코의 미소는 우리가 일상속에서 숨죽여 온 삶의 스펙트럼들이다.
유독 할아버지,할머니 조손가정의 이야기와 아버지의 부재,또는 아버지는 시대에 스러진 살펴줘야하는 존재인 경우는 다른 작가들과 유사하기도 하다. 어쩜 아버지의 부재는 가부장적인 제도와 질서에서 벗어나 오로지 여성인 나로 살수있는 자유가 처음부터 가능한것을 의미할지도 모른지만,결국 그 부재에는 떠안아아하는 빚이 생긴다.그 빚에 대한 책임감이 "쇼코의 미소"와 "언니,나의 작은,순애 언니" 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의무나 책임감만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살아가야하는 그냥 삶임을 이야기해서 가슴한켠 우리가 묻어 둔 해묵은 심성들을 건드린다.
나는 쇼코의 미소에서 이국의 일시교환학생에게 자신을 드러낸 할아버지를 이해해가는 소유의 심정이 되어 본다. 비를 맞고 가는 할아버지에게 우산을 씌워드리려 따라나오지만 펴지지 않는 우산처럼 우리네 삶도 그래야했으면 하는데 뜻대로 펴지지 않는 굴곡을 어떻게나 이렇게 담담히 적어가는지.
작가는 또한 시대의식도 놓치지 않는다.
"씬짜오,씬짜오" 와 " 미카엘라""비밀" 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없었던 비극에 상처받으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내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엄마가 우리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삶을 바라보는 어쩜 달관의 뉘앙스는 쇼코의 미소 단편집 모두에 흐른다.
의지와 노력과 생의 행복이 꼭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은 작가가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는 방법이다.
p.100 내가 괜히 곰앞에서 눈물을 보여서 곰을 집을 나갔다고 생각 했어.자기가 아픈걸 보고 내가 마음아파하니까 죽으러 나간거라고 생각하며 자책했지.아무리 슬프더라도 내색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울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특히나 여인네들의 삶은 자기만의 방을 구하고자 외쳐보지도 못하고 슬픔과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갔다. " 언니,나의 작은,순애 언니" 에서도 우리도 떼버리고 싶었던 사랑했지만 비루하고 남루한 가진것없는 또다른 우리의 삶이 있다.
내색하지 않고,울지않으며 지내온 그 세월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슬픔이 내마음속에 몰아친다.
세상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제 목숨을 몇번이고 팔아서라도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
먼곳에서 온 노래에서는 미진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치열한 삶을 살고자하는 청춘의 일면을 본다.어쩜 예전 어느 대학가에서나 봄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에게 경탄과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화해하고 슬픔을 풀어내는 그만의 담담한 어조에 깊이 매료된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고 여자는 생각했다.헤어롤을 마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와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남편도 있다....그가 세상에는 소용없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여자는 세상의 그 많은 소용있는 사람들이 행한 일들 모두가 진실로 세상에 소용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교황에게 무슨 말을 했던걸까.그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전하기 위해서 그는 어떤 말을 해야 했던걸까.내말을 들어달라고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에게 애원해야하는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교황이 세월호유민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을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세월호에 탄 손녀와 화자도 똑같은 세례명 미카엘라인것은 그것이 누구에게나 올수있는 큰 슬픔임을 깨닫게 해준다.
여자는 노인을 부축하고 미카엘라의 엄마와 할머니를 찾아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그리고 그이들이 걸어가야할 길이 너무 멀고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다친 마음을 마음껏 짓밟고도 태연한 이 세상에서 그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다
마지막 " 비밀" 은 할머니와 멀리 떠난 손녀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알지만 할머니만 모르는 비밀이야기에서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작가의 절절함이 전해진다.
최은영작가의 쇼코의 미소에는 모두 삶과 죽음이 있으며,죽음으로 인해 우리에게 전하는 상처를 보듬는 작가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한강작가에서 느꼈던 자기성찰과 열정,김애란작가에게서 느꼈던 문제의식과 강렬함보다 담담하고 평이하지만 최은영작가가 전달하는 따뜻함과 순수함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공감의 유대라는 작품해설처럼 최은영작가에게서는 유대감,사랑,이별,아픔,죽음까지도 공유하게 되는 서로가 있다.외따로이 혼자가 아닌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모든 작품속에서 나와쇼코,엄마와 응웬아줌마,엄마와 순애언니,한지와 영주,미진선배와 나,욜라,미카엘라에서 미카엘라와 엄마,그리고 사람들,비밀에서 말자와 지민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일것이다.
작가가 얼마나 따뜻한 세상을 염원하며,그런 세상을 희망하는지 작품모두에 느껴진다
최은영작가의 다음작품을 열렬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