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where 집으로 - 2023 볼로냐 라가치상 The Braw Amazing Bookshelf 선정, 2023 화이트 레이븐스 The White Ravens 선정 작은별밭그림책 15
위샤오루 지음, 신순항 옮김 / 섬드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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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다시 거꾸로 읽어 보았다. 넓고 넓은 바다 혼자 남은 섬.손가락 세개 크기도 되지 않는 작은 섬에 집 한 채. 갈곳이라곤 바다 밖에 없을 거 같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무언가 사라진 듯한 세상에서 윤슬은 반짝여서 슬프다. 푸른 색으로만 채워진 바다속에 비해 섬은 그대로다. 나무는 푸르고, 꽃은 붉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바닷 속 모습은 오래 전 바닷속에 가라 앉았다는 고대의 아틀라스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물 속 도시에서 아빠를 부르는 개가 있다. 물속이 아닐지도 모른다. 푸른 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색이 과거의 기억인지, 상상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래, 언젠가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잠수복을 입은 이가 물속을 걸어 도착한 곳은 집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창을 보고 문을 열었던 마을을 지나, 혼자 걸어가는 남자의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자전거도 버스도 모두 그 자리에 있다. 남자는 혼자 남았다.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에는 지구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최후의 인간이 등장한다. 그는 지구가 통과한 모든 시간의 마지막을 본다. 기억하기로 아름다웠다.

남자는 무얼 찾아, 정지된 바닷속을 방문하는 걸까.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찾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이자 기억. 그리고 시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달려 올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대만 작가인 위샤오루의 그림책 <somewhere 집으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움과 이별을 그린다. 바다로 가라앉은 수많은 도시들이 지구의 현재를 경고한다. 작가는 오래된 잡화점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덮으며, 나는 떠나간 이들을 떠올렸다. 도시가 바닷 속에 있지 않은데도 가라앉은 이들을 기억해 본다. 잠수복을 입고 바다를 걸어가는 이의 모습이 세월호 유족들로 보인다. 난 그 바다를 가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늘 기억하리라 생각했었다. 이 책 가득 배어나오는 슬픔에 잠시 멍해졌다. 어떤 죽음은, 어떠한 죽음도 그 전에 삶이 있었음을 책은 전한다. 삶은 기억되기에 아름다울 수 있음을 . somewhere 집으로는 이야기한다.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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