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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 공감부터 설득까지,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
정문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그저 막연하게 "나를 만만하게 대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못된거니까, 그냥 흘러가게 두면 되는거야. 더이상 다정하게 대할 필요도 없이 서서히 멀어지다보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는거야."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잖아요.
참 착한 사람같은데 일을 제게 미루는 동료라거나
나의 사생활에 대해 나보다도 더 관심이 많은 직장 상사
매일 새로운 민원으로 고뇌에 빠지게 하는 고객까지...
그동안 그 어떤 방법으로든 저 하나, 저 자신만의 다정함을 지켜보려 무진 애를 써봤습니다만, 어느날엔가부터는 '내가 다정하게 대해주니 다들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써도 모자랄 시간에 주변인을 신경쓰고 답이 없는 문제들과 싸우는 날은 역시 소모적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저의 책임도 크겠지만,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저의 모습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만난 #정문정 작가의 #다정하지만만만하지않습니다 라는 책은 온전히 지금의 저 자신에게도, 현대 사회에서도 정말 필요한 책이 아닐 수 없던 것이지요.
📌 책 내용 살펴보기
책은 크게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답니다.
처음은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 둘째는 공감과 설득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은 분노와 거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작가로서는 첫번째 챕터의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답니다. 정작 저는 에세이 작가임에도 사람들이 왜 에세이를 읽고 소비하는지 알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정문정 작가님이 정말 중요한 부분을 꺼내주셨지요.
66쪽) 에세이는 다만 저자 한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그가 되었는지에 집중하는 글입니다. 바로 그것이 에세이만의 매력이지요.
사실 에세이라는 것이 지극히 사소하고 사적인 부분을 다루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에세이 작가로 성공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답니다.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같은 생각을 하며 글을 읽겠지만, 저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쩌란거지?'하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책에서 위와같이 제시해주시니 제 글의 마지막에 '이 책의 작가는 지금까지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래요'같은 어느정도 열린 결말을 명시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2.
사회생활을 하는 직업인으로서는 세번째 챕터의 '분노와 거절'에 대한 부분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또한 작가와 비슷한 환경속에서 중년의 남자들 앞에서 주눅들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중년의 남성을 모두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책의 43쪽 이후를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원하는 바를 잘 이야기하기 어려워지고, 무언가 답답한 일이 생기면 속으로 삭여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부분에서나, 사회생활을 하는 중에서나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하곤 했습니다. 폭탄의 일을 제게 떠넘기면서 마치 좋은 것을 주는 것 마냥 웃으며 일을 주는 동료에게 거절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떠나온 일자리에서의 우울증이 심한 전 동료를 끊어내지 못한 채, 제 정신을 뜯어먹게 두었습니다. 모두 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제 속의 화를 표현하지 못해서 생긴 일들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작가는 중요한 메시지를 들려주었습니다.
184쪽) 거절은 다만 행위에 대한 거절일 뿐이라는 단순한 인지는 아이들뿐 아니라 미숙한 어른들에게도 절실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이 말을 소리 내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지." /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이 말을 하는 게 좋겠고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 에필로그
책 전체적으로 작가님이 제게 직접 말씀을 하는 듯 한 문체라 편안히 잘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톡톡 튀면서도 몽글몽글한 예시들은 저로 하여금 '아 맞아, 나도 그런 것이 있었어'하는 생각을 갖게 해 줘서, 상당히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만만해보일까 걱정이 한 번 쯤 되었다면,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딘지 불편한 일이 있었다면 모두들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싶어요.
무엇보다 표지의 고양이가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