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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평점 :
가사 없는 음악을 한 번 추천해 볼 수 있을까?
요즈음 교복을 입은 친구들에게는 이러한 요구가 굉장히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독서시간을 이용해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틀어줄 때면 학생들에게 큰 폭의 선택권을 주곤 하였지요. '가사만 없다면 그 어떤 곡이든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도 좋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굉장히 난색을 표하기 일쑤였답니다. 무엇이 그들에게 그리도 어려웠던 것일까요?
저는 단순히 글을 읽는 독서시간에 '가사'가 들리게 되면 독서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이러한 요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클래식이나 뉴에이지에 대한 인식조자초 굉장히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클래식을 들어본 적이 없니?'라는 물음에 몇 학생들은 '클래식이 뭐에요?'라고 반문하였습니다. 알만한 곡들을 몇 곡 들려주고야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재미없는 것 같아요'라며 듣고싶지 않아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가 좋아하는 노래는 뭐니?'라고 하자, 아이들은 너도 나도 노래를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노래들 중에서도 가사가 없는 곡이 많았습니다. 가령 애니메이션 삽입곡같은 것이었지요. 아이들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푹 빠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클래식은 재미 없어하면서도 애니메이션 삽입곡들은 어떻게 잘 알고있는 것일까요?
많은 학생들 중에서도 물론 클래식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흥얼거림을 배경음악으로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이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넌 클래식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고있니?'라고 묻자 그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쌤, 그 노래의 히스토리를 알게되면 이 노래를 끊을 수 없어요.'
그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클래식의 히스토리를 담은 책이 있으면 정말 좋겠구나.' 딱 그런책이 마침 '악보 너머의 클래식'이었답니다.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악보 너머의 클래식을 통해, 그저 광고음악이나 카페 BGM으로 지나치며 듣던 곡에 애정을 쏟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악보 너머의 클래식'을 읽으며 '쾨헬 번호'에 대한 뜻이라거나, '오라토리오'의 기원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비전공자라면 이런 것이 있는지 조차 몰랐을 수 있는 것을 '악보 너머의 클래식'을 읽으며 알게 되고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 평소 궁금한 적 없던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만난적이 있을까'에 대한 내용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역사 내에서의 인물들이 만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너머, 그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또, 그 대화 중에서 서로 어떤 영감들을 주고받고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페이지를 술술 넘기다보니 어느새 저는 10대 교향곡들을 찾아듣고 있었습니다.
곡 하나 하나를 들으며, '아 이부분이 책에서 그렇게 설명한 부분이구나'를 느끼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또 슈만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을 보며, '아 슈만도 저런 시기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저 자신을 위로 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음악이라는 거대한 예술의 후광으로 한없이 위대해보이고 완벽해보이던 음악가들의 인생을 들으니, 그들의 곡이 모두 처음 들은 느낌과는 확연이 다르게 들렸습니다.
흔히들 외국어를 공부할 때, '아는 만큼 들린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이는 음악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한 말로, 책의 뒷 표지에도 드러나있듯이 '아는 만큼 들리고, 알수록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곡이 있는지도 몰랐다면, 그런 곡이 어떤 사생활을 갖고있는지 궁금했다면 꼭 읽어보고 되뇌어보아야 할 근사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