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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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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소설이었다. 판타지 소설 같은 에드워드 블룸의 모험담들은 흥미진진했다. 특히 애슐랜드를 떠나기 위해 거쳤던 마을에서 일어난 떠돌이 개의 시험과 라이벌과의 결투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근데 문제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게 진짜 일어났던 일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헷갈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죽음의 문턱에선 아버지 에드워드에게 아들은 제발 한번이라도 진지할 수 없냐고 묻지만, 끝까지 그는 농담들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처음엔 그의 아들처럼 에드워드 블룸의 태도가 답답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철학이 담긴 말에서 내 생각을 거둘 수 있었다.
“신이 있을까? 어떤 날은 분명 있을 거라 믿지만 다른 날에는 또 확신이 안가. 별로 이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재미있는 농담이 차라리 더 나은 거야. 적어도 웃을 수가 있잖니.”
“내가 신이나 사랑, 삶과 죽음에 관한 의심을 너와 나누었다면. 지금 네가 가진 건 단지 의심 덩어리뿐일 거다. 하지만 지금 보렴. 너는 아주 멋진 우스갯소리들을 많이 알고 있잖니.”
할 수 있는 일이 웃는 게 고작이고 웃을 수 있다면, “죽은 단어”로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농담을 택하자는 에드워드 블룸. 그가 왜 모험담과 우스갯소리를 이렇게 중요시하는지는 아마 그의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가 했던 결심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성향 중 내게 물려주고 싶은 덕목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인내
야망
좋은 성품
낙천성
힘
지적 능력
상상력
그는 이것을 슈퍼마켓에서 주는 누런 봉투 뒤에 적어놓았다. 전에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 덕목들이 필요했지만, 이제 그 덕목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었다. 갑자기 그는 내가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기회인지, 그리고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달았다.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는 끝없이 광활한 공간을 봤고,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욕망을 봤다. 그리고 나를 채우는 일은 아버지인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뿐인 아들을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인지 에드워드 블룸은 ‘자신이 좋은 아버지였는지’의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는 진지하지 않았지만, 좋은 아버지였음엔 틀림없는 듯하다. 적어도 아들을 언제나 웃게 했으니 말이다.
“그는 언제나 나를 웃게 했다. 나의 웃는 모습을 기억하기를 원하고, 또한 자신도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원했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아버지는 나를 웃게 할 수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그의 죽음을 볼 순 없었다. 그가 강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토록 되기를 바랐던 큰 물고기가 될 수 있었는지, 물고기가 되어 헤엄쳐 떠난 것인지, 죽음의 끝을 미화시켜 표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되도록 그가 원하던 것을 이루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