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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사사로이 절망스럽겠지만, 그것들이 지속되지 않기에 결국은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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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
어맨다 레덕 지음, 김소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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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제공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어맨다 레덕 지음

어맨다 레덕의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서평단에 지원하여, 운이 좋게 도서를 제공 받았다.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화가 전달하는 내용이 얼마나 비장애인들의 시선에서 쓰이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논한다. 동화 대부분은 결함을 가진 주인공이 결함을 제거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결말을 맞이한다.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는 사람이 되고, 다리가 없던 인어공주는 다리를 갖고 사람이 된다. 혹은 결함을 가진 등장인물은 악역이다. 장애가 있는 인물이 공주이거나 왕자였던 적은 없다. 내가 사랑한 디즈니가 장애인에겐 얼마나 차별적인 내용을 전달하는지를 이전엔 깨닫지 못했다. 물론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즐거움을 위함이었다고 해도 이것은 문제다. 아무리 노력해도 유리구두를 신을 수 없는 소녀에겐 신데렐라가 누린 행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행 신호 시간이 짧은 건널목을 건널 때면 그 아슬아슬함을 걱정하며 나도 모르게 뛰어버리곤 했다. 그런 곳은 내가 뛰어도 1, 2초 정도가 남는 편인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얼마나 건너기 힘들까. 나는 이곳의 보행 신호가 ‘정상’적인 속도로 걷는 사람에게 맞춰졌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 혹은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곳, 안내견 출입이 불가한 곳 등 장애인에 관한 차별 사례는 수없이 기사로 접했다. 기사를 통해 문제시됐지만,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는 "다른 몸을 가진 모든 사람의 행동 방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다. 토머 시버스는 “의학 모형은 장애를 한 사람에게 심어진 개인의 결점이라고 보며, 한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려면 그 결점을 치료하거나 제거해야 한다고 간주한다.”라고 했다. “의학모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쳐야 할 것은 사회가 아니라 망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망가진 사람을 고치는 것보다 사회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를 말이다.

#장애학 #동화 #인권 #동화책 #을유문화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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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펄 천 개의 세계 1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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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드래곤 펄, 이윤하

 

스페이스 오페라 나인폭스 갬빗을 쓴 이윤하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나인폭스 갬빗은 책 두께도 두껍고 세계관도 엄청나서 읽기 전엔 부담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2부작이 너무 기다려졌다. 그렇게 나인폭스 갬빗의 다음 편을 기다리던 중, 이윤하 작가님 신간 드래곤 펄의 도서협찬 제안을 받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이윤하 작가의 소설을 두 편 읽고 나니, 그가 생각해내는 미래의 세계관 자체에 감탄하며 읽었다. 이질적 느낌을 줄 수 있는 한국 전설과 SF를 적절히 조합하면서도, 인물과 세계관은 정당성을 가져 탄탄하게 느껴졌다.

 

드래곤 펄은 정체가 구미호인 열세 살의 이 우주군에 속한 자신의 오빠 을 찾기 위해 우주로 뛰어드는 이야기이다. 정부 조사관이 전한 의 탈영 소식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 오빠의 편지를 보고선 그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배낭만 들고 집을 떠난다. ‘은 처음 보는 화려한 광경들과 갑작스레 찾아온 우주 전투들, 유물을 위한 배신과 끝없는 욕심들을 보고 겪는다.

 

우리는 가난해요.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싶어요.”

부끄러운 듯 그 말을 했다. 마음에 걸렸다. 아마 그 말이 사실이고 내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리라. 나는 마침내 집에서 달아났다. 진주는 우리 뒤에서 점처럼 작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디에 있든 먼지와 낡아 해진 옷들과 다 닳은 가구는 언제나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_ p.97

 

그러나 기를 더 오래 다룰수록 일은 더 쉬워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나는 그냥 내 본능을 믿었다. 그래,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마치 내가 태피스트리를 짜고 있는 것처럼, 기의 흐름이 보이는 것 같았다. _p.218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지만, 나인폭스 갬빗보다 읽기가 쉬웠다. 나인폭스 갬빗은 세계관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여 기록해가며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드래곤 펄은 소프트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물들이 가진 능력은 나인폭스 갬빗에 뒤지지 않는다. 구미호인 이 구사하는 요술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였기 때문이다. ‘홀리기변신으로 상황을 헤쳐나가고 시련을 겪고서, 포기 않고 목표에 도달하는 모습에서 정말 멋진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드래곤펄 #이윤하 #이윤하작가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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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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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문학과지성사 #SF앤솔러지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평소 전염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샀고, 파올로 조르다노의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라는 책도 읽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평소 SF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라서, SF 작가들이 보여주는 전염의 시대 또한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문학과 지성사의 팬데믹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도 서평단에 선정되었다. 좋아하는 작가님들께서 참여하셔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에 부합할 만큼 인상적이고 재밌는 단편 소설들이었다. 듀나 작가님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과 배명훈 작가님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가장 재밌게 읽었다.

 

소설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듀나 작가님의 독보적인 세계관이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다. (제목만 보고서도 소설이 맘에 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소설은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해 육지가 모두 물에 잠기자, 거대한 고래의 등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가 살던 고래인 해바라기가 죽고 나서, 다른 고래의 등을 찾아 나서지만 쉽지 않다. 고래가 죽은 것은 고래 간의 전염병 때문이라, 기존에 살던 주민들은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자신들의 고래도 병에 걸려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없었다. 우리에겐 노도, 돛도 없었다. 이렇게 해류에 맡기고 떠돌다간 낮과 밤 어딘가에 쓸려갈 것이고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다. _p.66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소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특히 아주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이 2113년인데, 이 시기의 말에는 파열음이 없다. 예를 들면 탈출달줄, ‘카타르시스가다르시스로 발음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후 “2020년의 사람들이 2019년의 삶을 불결하다고 느기기 시작했고, “2021년 사람들은 2020년의 생활 양식마저 비위생적이라고 느겼고”, “2022년 사람들은 그 2021년에 대해서도 우월감을 갖게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미래 세대의 변화된 생활 양식을 보고서, 정말 미래엔 이렇게 살 것 같아서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원래 마스크란 아픈 사람이 쓰거나, 미세먼지를 차단하려고 쓰는 것이었는데, 이젠 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활 양식이 빨리 변한다면 2113년까지 가지 않아도, 더 빠르게 많은 것이 변화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한지에게서 날아온 침이 얼굴에 닿았다. 비명을 질러야 했지만 어이없게도 나는 가다르시스를 느겼다. 그 순간 나는 개달았다. “가다르시스를 느겼다라는 말은 반드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라고 발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침이 잔뜩 튀도록. _p.157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팬데믹 #팬데믹_서평단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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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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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로맨스 소설+철학서(?)이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처음 읽어보는 작가이며, 얇지 않지만 그의 글은 새벽 내내 집중하여 완독할 정도였다. (원서를 번역한 역자의 솜씨도 더해졌겠지만,) 원서를 읽어보고 싶을 만큼, 확실히 드 보통은 내게 궁금한 작가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_p.26 이상화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서술자인 는 연인 클로이와의 사랑을 대상으로 둔 총 스물네 가지 주제(낭만적 운명론, 이상화, 정신과 육체, 사랑과 자유주의, 회의주의와 신앙 등)에 고찰한다. 로맨스 소설이라 달콤한 이야기만 적힌 줄 알았더니, 주인공은 오히려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사랑을 뜯어봤다. 터무니없는 낙관과 답 없는 회의 사이의 균형을 지키려 애쓰면서 말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_p.192 수축

 

그 생각을 하면 외로워졌다. 하나의 단어에서도, 언어에 현학적인 사람들 앞에서 펼치는 주장이 아니라 연인들이 서로를 이해시키려는 연인들에게 간절히 중요한 하나의 단어에서도 오류가 발견될 수 있다는 생각. _p.109 사랑을 말하기

 

그러나 주인공도 인간이라 이성을 지키고 싶지만, 비합리적으로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운명을 믿었고, 마르크스주의에 빠져 상대의 사랑을 의심했고, 자신과 다른 점을 사랑하다가도 부딪힘에 오는 불협화음을 견딜 수 없어 하기도 했다. 클로이와 헤어지고 나서 그의 비합리성은 극단에 치달았다. 나는 이 남자가 경험한 사랑의 시작과 끝을 읽으면서, 멍청하다고 여기기도 했으며, 속수무책으로 공감하기도 했다.

 

한편에는 여자를 천사와 동일시하는 남자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사랑을 병과 거의 동일시하는 천사가 있었다. _p.200 수축

 

나는 책의 제목을 비틀어 왜 인간은 인간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명확한 해답을 기대했으나, ‘인간이니까라는 가벼우면서도, 우주를 담은 특이점 같은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러나 연인 관계에 고민이 있을 때마다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미련한 주인공을 보면서, 나와 타인의 관계를 제삼자의 눈에서 바라볼 기회가 아닐까. 더운 여름밤 시원한 맥주를 옆에 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뜨겁고도 단숨에 차게 식어버리는 로맨스라 그런가. 오래간만에 재밌게 읽은 소설책이었다.

 

증오는 사랑이라는 편지 안에 감추어진 글자들이며, 하나의 기초 위에 그 대립물과 함께 서 있다.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붕괴의 요소들은 그 창조의 요소들 안에서 이미 괴괴하게 전조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_196 수축

 

가르시아 로르카의 연극에서 누군가 하늘이 흐리고 어둡고 잿빛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순수한 기상학적 관찰이 아니라 심리적 상태의 상징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그런 손쉬운 표지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_p.254-255 생략

 

#왜나는너를사랑하는가 #알랭드보통 #청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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