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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관계의 과학」, 김범준, 동아시아 -
12월의 도서로 받아 읽게 된 관계의 과학. 사실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는 물리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올 수 없었기 때문에 저자가 적어둔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엄청 공을 들여 만든 책이구나 생각했다. 깔끔하고도 예쁜 표지 커버와 속지들도 그렇다. 물리학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이해하고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짜인 글의 구조들도 인상 깊었다. “산불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을까?”와 같은 한 두 가지의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시작한 글이 과학적 설명으로 풀어져 나름의 답을 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한 주제의 글이 끝날 때마다 마지막에 적힌 개념정리는 정말 센스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글 마무리에서 내용을 되새김해볼 수 있는 틈을 가질 수 있었다.
나름 이 책의 전체를 꿰는 주제를 생각해보자면, 다시 책의 맨 앞으로 가야 할 듯하다. 책의 부제에 적혀있듯 이 책은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고 있다. 복잡하게 보이는 이 세상이 알고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개별들로 이뤄져 있고, 또한 그 개별들은 알고 보면 단순하고도 작은 존재들이다. 산불도, 시민운동도, 개미도, 인공지능도, 시간도 어느 하나도 개별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없고, 이 단순한 개별들의 상호작용은 복잡한 세상을 만들어낸다. 김범준 저자가 프롤로그에 “함께하면 달라진다”고 쓴 것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했다. 책의 끝을 읽다 보면, 저자가 왜 물리학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인간, 정말 티끌과 같이 작디작고 하잘것없는 인간이, … 광대한 우주 안에서 자신이 어떤 티끌이라는 것을 오직 지성의 힘만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어린 마음에 엄청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나도 광대한 우주를 동경했던 사람으로서 사실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굳이 내가 얼마나 작은 티끌인지를 확인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이해한 바는 이렇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이, 나라는 작은 티끌의 작은 영향력이 언젠가 크고 복잡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바로 앞의 것이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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