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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서클 -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새 비즈니스 세계관
강호동 지음 / 북그로스 / 2024년 2월
평점 :
오랫동안 모대학교 근방에서 살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학교 앞 상가는 항상 북적였는데 간혹 옷가게 옆에 옷가게, 커피점 옆에 커피점, 휴대폰가게 옆에 휴대폰가게라는 수학공식 같은 배치를 보며 저렇게 비슷한 업종의 점포가 밀집해 있으면 무슨 이점이 있는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손님입장에서야 자기 취향에 맞는 가게를 짧은 동선으로 찾기에 좋겠지만 점주는 말 그대로 출혈경쟁 아닌가. 거기다가 조금이라도 장사가 잘되면 어김없이 임대료는 오르고.
책에서 누누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장사가 잘 되도 걱정, 못 되도 걱정인 것이다.
송리단길을 대표하는 ‘라라브레드’의 대표이자 부동산 투자자, 유투버인 저자는 그저 매출에만 신경 쓰고자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여타의 자영업자를 위해 책을 썼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걱정은 가게를 옮겨 다니는 횟수만큼 늘어날 뿐이라는 취지의 글은 읽는 내내 자영업자가 아닌 나조차도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 임대료가 상승하고 그에 따라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말이 되었다. 누구나 안다는 것은 문제점이 뭔지 안다는 뜻이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는 말이나 다름 아니다. 장사가 잘되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던지 아니면 나가라고 억지를 부린다. 40%인상 거부에 카페 문 앞에 컨테이너를 놓아 통행을 방해한 건물주나 임대차보호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명도소송을 제기한 건물주를 폭행한 궁중 족발 사건은 책에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영업자가 건물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건물에서 사업을 한다면 소위 말하는 갑질을 당할 이유도 없고 임대료 인상에 걱정할 필요도 없다. 관건은 어떻게 건물주가 되는가 이다. 애초 건물을 살 수 있는 자본금이 있었다면 임대를 하지 않았을 거라는 발언에 저자는 ‘레버리지 서클’을 언급한다.
레버리지란 타인의 자본을 이용해 내 이익률을 높이는 투자를 말하는데 거기에 더해 사업가로서의 기본적 마인드, 즉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방법이 아니라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자영업자가 없으면 건물주는 망할 수밖에 없다.”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믿어야만 한다는 말은 핵심이다. 자신만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건물주도 혹할 만큼 가게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놓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지분석은 필수다. 뛰어난 콘텐츠와 건물, 꾸준한 공부가 레버리지 서클의 열쇠가 된다.
공동으로 건물을 사고 투자할 수도 있다. 외부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부동산투자 보다 어쩌면 좀 더 확실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경쟁자로만 여길게 아니라 협업과 상생을 통해 자신의 가게를 성장시키고 유지시키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저자는 자영업자가 건물주가 되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안내함으로써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