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딸이 기록한, 70세 원모씨 관찰 일기
정아름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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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인들과 각자의 비슷한 연배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며 왠지 모를 동질감에 함께 웃기도 한다. 이미 우리는 아버지의 고정적 정치 성향과 모든 것을 자급자족 하던 습관성 절약 정신에 두 손 두 발 든, 체념 상태이다. 그러므로 ‘그저 웃지요’가 된다. 모두가 힘든 때를 함께 지나온 공통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아주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 주길 바랄 뿐인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아버지는 생각보다 행동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본질적인 면은 바뀌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는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건강상의 문제로 담배를 못 피우고, 술도 커피도 못 마시니 낙이 없다며 한탄하는 대목에서 똑같은 말을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나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세월은 강력하다.

저자는 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방송진행자 이자 아버지 원모씨의 매니저이다. 리포터, 라디오 DJ, MC, 성우, 강사, 쇼호스트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하던 저자의 이력은 아버지의 평범한 일상을 조명하는 지금의 ‘가족숏트콤’을 제작할 수 있었던 뒷받침이 되기에 충분하다. 막상 자신은 이것저것 다 하느라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하지만 말이다. 원모씨의 일생도 비슷하다. 가족사업이나 마찬가지인 가구점을 운영하면서도 가계가 어려울 때마다 두 가지 일은 기본이다. ‘명언 달력 넘기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50년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계부를 쓰며 온라인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한 통장 정리를 하기 위해 꼬박꼬박 은행을 방문하는 일상은 성실과 꾸준함으로 버텨온 가장의 발자취다. 아버지의 답답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저자가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은 촬영과 편집을 하면서 멀리서 그냥 바라보지 않고 가까이서 의미 있게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상으로 시청한 구독자와 팬들도 푸념하고 툴툴대면서도 해야 할 일은 하는 꾸밈없는 원모씨의 모습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으리라.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겹쳐 보여 웃다가 울컥하기를 반복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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