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2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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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에 고전소설을 많이 읽었다. 자의적이라기보다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무작정 읽은 탓에 지금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은 안나고 완독했다는 기분만 낸 것 같다. 한편으로 첫 장만 넘기고 도로 덮어버릴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고전이다. 나이가 들수록 다시 끝까지 읽어보리라 다짐을 하게 한다. 이유가 이렇듯 다양하니 고전이라고 하나보다. 프랑스의 식민 치하 알제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이 책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에세이와 극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마흔네 살에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만큼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책은 읽을수록 지루하고 도대체 왜? 라는 의문만 쌓인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느닷없는 살인으로 사형을 선고받기까지 점점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는 뫼르소의 일상은 나태함 그 자체다. 유독 그의 주위만 모든 게 느릿하게 흘러가는 것 같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결혼하자는 마리도 있고, 이웃 사람과 친구도 있지만 정작 뫼르소는 그 모든 관계와 삶 자체에 애착이 없어 보인다. 직접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아랍인을 살인하는 순간이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고 어떤 분명한 동기가 있을 거라 착각하게 된다. 강렬한 태양이 마음 깊숙이 억누르고 있던 불안한 감정을 그런 방식으로 표출시켰는지 모른다. 감방에 있어도 그는 여전히 별 동요가 없다. ‘사람은 결국 무엇에든 익숙해진다는 엄마의 말을 생각하면서. 때때로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것마저 이라면 이해할만하다고 여기면서. 그리고 죽음이 삶의 출발점인 것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지루하고 나태한 일상 속에서 삶의 애착은 생기지 않는다판사와 배심원에게 눈에 보이는 뫼르소의 행동거지만이 중요할 뿐이라는 사실은 제목이 왜 이방인인가 하는 의문을 해소해준다. 이방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방인으로 만든 것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생소하고 생소한 만큼 이 땅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존재로 비춰진 것이다.

작품해설에서 말한 것처럼 저자는 죽음에 초연한 뫼르소를 통해 언젠가는 죽는다는 명제 아래 삶의 가치를 좀 더 깊이, 소중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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