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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박또박 동시 따라쓰기 - 예쁜 마음 바른 글씨
이미선 엮음, 권은재 그림 / 미래주니어 / 2025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동시를 소리내 읽어보았다. 글씨를 천천히 따라 쓰는 필사책이지만 예쁜 그림과 함께 실려 있는 짧은 시들이 어린 날의 그때처럼 저절로 따라 읽게 만든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 같은 마음을 잃지 않고, 아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동시를 쓰는 시인들은 문인이기 이전에 참어른이다. 동요도 마찬가지다. 굳이 학교나 놀이터 등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요만큼 인기 있는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쉽게 들을 수가 없다.
서울의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하다 지금은 제주에서 아이들과 섬 곳곳을 누리며 기획편집자로 일하는 저자의 의도도 그러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명시를 읽고, 쓰면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동심을 가져보길 바라며 책을 썼다. 글꼴도 고딕체로 편집해 입밖으로 읊으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써보길 권한다. 실제로 아무리 짧은 시라도 따라 쓰는데 많은 힘이 들어간다. 네모 모양 칸칸이 글자 한 자 한자를 새기듯이 쓰게 된다. 원래도 정성을 들여 쓰는 편이기는 하지만 글자 자체가 크고 반듯하니 더 그런 듯 하다.
윤동주, 김소월, 방정환, 정지용 등의 시인들이 쓴 동시를 필사를 하며 들여다보니 유독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표현한 시들이 많다. 뚜렷한 계절과 자연, 동물이 어우러진 시들은 지금처럼 극단적이기만 한 기후와 대비된다.
환경이 동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예쁘고 고운말로 쓰이는 동시가 더 중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노래를 부르듯 짧고 단조로운 문장이 상상의 세계로 데려다줄 수 있으니 말이다. 제주 서쪽의 바닷가에 사는 중학생이 그린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그림들도 읽고 쓰는 행위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글, 그림, 글씨가 완벽하게 삼박자를 이룬 동시 따라 쓰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