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나무 책고래마을 55
장세련 지음, 용달 그림 / 책고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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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볼품없어 보이는 꽃나무라고 할지라도 제 계절을 만나면 활짝 핀다

어떤 꽃이든지 예쁘지 않은 꽃이 없고 때를 거르는 법도 없다. 조금 이르거나 늦을지는 몰라도 반드시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리라는 확신으로 몰골이 말이 아닐 때도 꽃나무들은 느긋하다.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도 꽃필 때가 있을 거라 기대하며 다음 계절을 대비해 흙을 갈아주고, 싸매주며 애지중지한다. 어쩌면 한 해에 한 계절에만 피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보이는 소나무가 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도.

작은 소나무가 의기소침한 것은 당연하다. 사시사철 푸르기만 하고 삐쭉삐쭉하니 볼품없는 자신을 다른 꽃나무들이나 새들이 지루하고 하찮게 여기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넌 꽃 안 피우니?” 모양도 색도 다양한 꽃을 피우는 벚나무의 물음에 나도 꽃을 피운다고 대답하지만 풀이 죽고, 바늘 같은 가지 때문에 가까이 못 가겠다는 새의 외침에 움츠리게만 된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꽃을 피우지 않아도 귀하다는 걸 깨닫고 쏟아지는 햇살과 밤이슬도 마음껏 머금는 장면에서는 자신 또한 여느 꽃나무들처럼 똑같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이 가진 고유함이 있을 거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지역 아동 센터의 선생님과 아이들에게는 어느 꽃나무보다 빛나 보였을 것이다.

커다란 별을 머리에 달고 솜이불 같은 하얀 줄을 두르고 예쁜 마음, 미운 마음 담은 색색깔의 방울 사이로 꼬마 전구가 환한 불을 켜는 성탄 나무로 변신한 작은 소나무는 겨울에 정말 잘 어울린다. 발치에 놓인 선물 상자들이 꽃이고 열매이며 지탱해 주는 뿌리임을 작은 소나무는 함박눈을 맞으며 느꼈을 것이다. 푸른색이 어떤 그림책에서보다 선명해 보이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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