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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아저씨 - 2025 볼로냐 라가치 상 크로스미디어 수상작 ㅣ 책고래마을 53
한담희 지음 / 책고래 / 2024년 9월
평점 :
그림책을 읽기 전까지 어느 노래 가사처럼 별은 그저 별일뿐이라고 생각했다. 밭에서 나고 자라는 것은 당연히 씨앗이 있다지만 하늘의 별과 달, 은하수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둠이 있기 때문에 별은 빛나고 별은 밝은 날에는 흔적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별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밤하늘을 올려다본 지도 오래되었다. 도시의 건물 사이에서 별은 몇 개 보이지도 않고 달은 흐릿하다. 시골의 밤하늘에서만 별들이 쏟아질 것같이 반짝거리는 이유는 뭔지 가끔 궁금해지곤 한다.
별 아저씨는 빛은 멀리 보내고 어둠은 끌어와서 별의 씨앗을 심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서, 때로 운석이 쏟아질 때도 있고 강한 바람이 몰아칠 때도 있지만 별 아저씨는 작은 별 하나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 열심이다. 땅 위에서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밭을 가는 것과 똑같다. 대학에서 출판 디자인을 전공하고 여러 가지 일러스트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오래전 꿈인 그림책 작가가 된 저자는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이 그저 아무 의미 없이, 누군가의 수고로움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듯 하다.
부지런히 별의 씨앗들을 자루에 넣어 둘러매고 별이 잠든 강을 건너 별 밭으로 걸음을 옮기는 별 아저씨를 따라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노라면 내가 있는 곳에서도 별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곧 씨앗을 틔워 반짝거릴 것 같다.
‘동쪽 바다 작은 등대 뒤, 남쪽 나라 바오밥나무 위, 저 멀리 북극까지.’ 별 아저씨의 염원을 담아 별이 꽃처럼 만개해 환한 빛을 내며 밤 상공을 날아가는 그림은 눈부시다. 별 아저씨의 뿌듯함이 느껴진다. 풍성한 가을 추수에 만족해하는 농부처럼.
오랜만에 밤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