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조용필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레전드
홍성규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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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사촌 언니가 가수 조용필의 열렬한 팬이었다. 콘서트를 가겠다며 학교도 빠졌다는 말을 들으며, 얼마나 대단한 가수길래 전교 1, 2등을 하는 언니가 결석까지 감행했는지 궁금했다. 라디오를 별로 듣지 않아서 가요도 팝송도 잘 모르던 때였다.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걸 선호하는 나는 음악보다 책이 더 좋았다. 조용필의 노래를 접하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노래가 아니라 가사가 먼저였다. 한창 재미있게 읽고 있던 책에서 주인공이 부르던 노래의 가사가 좋아 찾아보니 조용필이 불렀던 친구여였다. 사촌 언니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뒤로 노래는 꾸준히 듣게 되었다.

연예부 기자로 조용필에 관한 기사를 가장 많이 쓴 저자는 오롯이 음악만을 사랑하고 부단하게 변화를 추구한, 그래서 언제까지나 청춘인 가수 아니, 인간 조용필을 재조명하고자 글을 썼다. 누구보다 가깝게 오랜 시간 기자로서 때로는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조용필을 만나오면서 저자에게 조용필은 그의 밴드 이름처럼 위대한 사람이다. 법관이 되기를 바란 부모님의 뜻에 반해 음악을 하겠다고 가출했다는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다. 평생 이것이다.’ 하고 그 한 가지만을 붙잡고 가겠다는 소명을 일찌감치 발견한 것은 운명적이다.

딴따라로 폄하되어 불리던 시절에 그가 걸었던 길은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이 없지야 않았겠지만, 그 재능을 믿고 한 자리에 계속 안주했다면 지금의 가왕은 없었을 것이다. 히트곡 하나가 대표곡이 되는 가수가 되기보다는 시대와 함께, 세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 그의 변화무쌍한 음악의 세계는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어떤 이를 만나든지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 품성에서 기인한다.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것과 기교를 써서 노래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난다. 산천을 돌아다니며 득도하듯이 목소리를 틔운 노래를 듣노라면 아무리 음악에 문외한 사람이라도 차이를 모를 수가 없다. 인성이 모든 것의 바탕이다. 어떤 일에서든 탑으로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오는 것은 한순간이다. 특히 인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의 오르내림은 편차가 심하다. 그도 많은 파고가 있었다. 이 길만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소명 의식이 없었다면 지금껏 자신의 자리에서 우뚝 서서 한발 앞선 노래를 부르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때에 저자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레전드라 하지만 여전히 조용필은 현역으로 건재하다. 그는 아직도 전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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