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호명사회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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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우는 시대가 왔다.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단지 허울만 좋은 이름이 아니라 온전히 책임을 지고 그에 대한 보상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는 때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라는 저자는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을 관찰하며 현시대 상황을 탐구하고 사회적 흐름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AI로 대표되는 최첨단 시스템 속에서도 ‘사람’은 여전히 중요하다. 아무리 기계가 더 편리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하지만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이 있다. 그 고유함이 곧 각 개인이 가진 역량이고 차별점이다.

조직 속에서는 모든 것이 분업화되어 있어 한 사람의 능력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팀으로 일을 하다 보면 성과의 주체도 모호하다. 성취욕을 고취하려면 그에 따른 확실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고유함이 발현되기 어려운 조직을 나와서 홀로 서려는 이유다. 홀로 서서 홀로 선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개인으로 만나서 합쳐졌다가 흩어진다는 책 속의 표현은 요즘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결과물을 전시하거나 협업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당장 나의 경우에도 독서 모임에서 공저를 통한 출판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오랜 취미 활동만으로 자신의 매장을 여는 지인도 많다. 전문성보다 축적의 시간을 내포한 깊이를 가진 사람들의 연대가, 홀로 선 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 사회인 것이다.

가게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로봇이 서빙을 하는 크고 넓은 최신 시설을 갖추기보다 몇 명의 단골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경기가 불황일 때도 한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단골이 많기 때문이다. 커피점을 하는 지인이 모든 손님을 단골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저자는 ‘자리를 잡는 것’이라는 말로 단단한 사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통한 자립,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이 뒷받침되는 ‘본업’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투명성과 동류를 모으고 선의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힘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게 하는 덕목이라는 것은 또 그만큼 홀로 서서 오래 가기가 어렵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성취냐 지속성이냐의 문제기도 하겠지만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고, 시대적 상황 또한 돌고 도는 것이니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책을 통해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는 것은 기존의 조직이 더 이상 특출난 메리트가 있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쳐졌다가 다시 일인이 되는 다변하는 새로운 조직사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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