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입니다! - 다시 쓰는 슬램덩크
민이언 지음, 정용훈 그림 / 디페랑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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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만큼 큰 행운은 없다고 생각한다.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만 실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끝없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 물같이 흐르는 시간은 또 어쩐단 말인가. 차선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장래 희망이라든지 꿈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무조건 직업과 연관되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부업으로 하고, 부업을 위해 본업을 가지는 모양새다. 본업이 차선책인 셈이다. 혹은 간접적으로나마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도 있다. 방법은 달라졌을지라도 방향은 같다.

농구선수의 꿈이 좌절되자 만화가가 되어 코트를 뛰는 대신 그렸던,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처럼 말이다. 농구 열풍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저자에게 슬램덩크가 어떤 의미였는지는 자명하다. 나 역시 좋아하던 농구선수의 경기는 빠짐없이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무조건적인 응원과 열정에 슬램덩크가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 저자는 다시 한번 신나게 이야기해 보자고 한다. 야구, 축구, 탁구, 수영까지 웬만한 스포츠의 룰을 만화로 배웠다. 나의 마지막 스포츠만화는 힙합이다. 춤을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지 그때는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수많은 기술을 익히고 점점 고난도의 동작을 하게 되는 주인공의 발전은 스포츠가 확실했다. 슬램덩크는 시작은 사랑 때문이었으나 끝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농구임을 깨달은 강백호가 내외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것이므로 잘하고 싶은 강백호의 오기와 노력은 서태웅이라는 라이벌이 있었기에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자신이 떠나온 자리를 대신해 유망주로 부상한 송태섭을 파괴해야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정대만과의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선망과 질투의 구분을 부러움과 열등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별 동요 없는 서태웅과 달리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혼자 승부욕을 불태우는 강백호에게는 둘 다 필요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중심인물들이 아닌 많은 주변인들의 서사가 짧지만 강열한 것도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이 주는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보자는 향상심이야말로 슬램덩크의 주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는 지금은 슬램덩크의 여전한 시작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경기는 항상 치러지고 인생도 마찬가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공을 던질 수 있고, 다시 뭔가를 할 수 있다. 지금,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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