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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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실패를 내딛고 오늘날 하늘을 선회하는 항공기를 보면 감회가 새롭다. 문명의 발전은 자연을 정복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혹은 신들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싶은 도전과 열망이 라이트형제를 거쳐 달 착륙에까지 이르렀는지도 모르겠다.

라이트형제의 첫 비행이 실현되던 때에 태어난 저자가 비행 문학이라는 장르의 글을 쓰게 된 것은 작품 해설자의 말처럼 의미심장하다. 열두 살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기회를 가졌다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저자의 소설이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이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은 비행하는 마음, 태도, 행동에 관한 기록물처럼도 보인다.

한 대의 야간 우편 비행기가 이륙해서 착륙하기까지 아니, 돌아오지 못하는 과정을 주변인들의 상황과 하늘의 기상 변화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조종사 파비앵을 중심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공 기지의 국장, 감독관, 조종사, 무선통신 기사, 정비사 등 등장인물들은 직업인의 의무에 충실하다. 파비앵의 아내 시몬조차 남편을 항상 걱정하지만, 달과 별이 밤하늘을 지키듯이 남편을 지켜주리라 믿는다. 어차피 남편은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별 미련도 관심도 없다. 비행을 축제라고 생각하는 남편. 그에게 비행은 정복의 첫걸음이다.

조금의 일탈과 실수도 눈감아줄 여지가 없는 책임자 리비에르는 작업자들에게 규칙을 강조하며 정당함이나 부당함보다 정시 이륙을 위한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책임에는 의무가 따름은 당연하지만, 천재지변에도 개인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개 때문에 출발시간을 지연한 것은 규칙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 아닌가.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할 수 있으니, 저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야. 저들이 자기 일을 좋아할 수 있는 건 내가 엄격한 덕분이기도 하지.”

처음에는 그저 자신의 꼬장꼬장함을 자위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항공 기지의 상황을 주시하며 읽어가다 보니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다.

성취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고 완벽함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항공 기지의 사람들에게 자부심은 정확한 시간대의 이륙과 착륙, 즉 안전한 비행과 무사귀환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파비앵은 갑자기 몰려온 난기류와 폭풍우에 휘말려 정확한 시간에 완벽하게 착륙할 수 없었지만.

파비앙과 무선통신기사의 막막한 밤하늘에서의 사투는 자연을 정복하기란 요원하다는, 인간은 그래서 끝없이 도전하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결과에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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