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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희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19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5월
평점 :
외국 관광객들이 궁궐을 관람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한복으로 바꿔 입고 궁궐 안을 다니면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궁궐의 정문을 통과했을 뿐인데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전각 너머로 우뚝 솟아있는 건물들을 바라보며 먼 과거에서 지금에 이를 때까지 선조들의 각고의 노력을 떠올릴 수도 있다.
비단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가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과거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해 조각가로 활동한 저자는 시민 NGO 단체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소속 우리 궁궐 지킴이를 시작으로 궁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아름다움을 알려 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궁궐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와 책 속에 실려 있는 직접 그린 전경이 저자의 궁궐에 대한 애착을 짐작하게 한다.
‘저자의 말’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사람들은 경복궁이나 창덕궁, 덕수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경희궁은 익숙하지 않다. 역사적으로는 아름답고 내밀한 풍부한 이야기가 있지만 제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것부터가 그 가치까지 깎인 느낌이다. 광해군 때 지어진 경덕궁을 영조 때 경희궁으로 고쳐 부르게 된 궁궐은 일제강점기에 경복궁 중건을 위해 헐려 나갔고 가장 많이 훼손되고 파괴되었다고 한다. 경희궁의 건축과 주변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서궐도안>을 보니 다른 궁궐 못지않은 위용이 느껴진다.
역술인이 인조의 생부 정원군의 저택에 왕기가 서려있다는 말에 그 집터에 궁궐을 세웠다는 왕기설을 뒷받침할 만하다. 곳곳에 남아있는 사적들은 또 아름답고 정교하기 그지없다.
광해군부터 인조, 영조, 정조대왕 등 여러 역대 왕들의 이궁으로 사용되었던 큰 궁궐이 현재 많이 축소된 것이 아쉽다. 저자는 정부와 문화재청이 아니라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경희궁을 알리는데 일조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는다고 말하고 있다. 미처 우리가 알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는 문화재도 많이 있을 것이다. 굳이 어떤 전문지식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