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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평점 :
4명의 작가가 함께 엮은 책은 같은 단어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과 견해를 꺼내놓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를 다시 곱씹게 된다. 하나의 에피소드 끝에 그 단어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 유용하기도 하다.
수많은 단어중에 나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등 아홉 가지를 선정한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테다. 기억은 달라도 워킹맘이자, 강사라는 공통점이 있는 저자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삶과 일에 대한 애착과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자기 고백이다.
특히 쓸모없는 경험은 하나도 없었으나 그 경험의 끝이 ‘사람을 믿지 말자’는 것이었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걸 보면 인간관계라는 것은 인생의 숙제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숙제를 푼 듯한 저자의 해답은 문자 그대로 ‘믿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믿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겠다는 말인데 그 역시 수긍이 간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좀 심심하고 재미가 없겠지만 굳이 많은 사람과 연을 맺어 일일이 챙기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넓은 인간관계보다 좁은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깊고 끈끈하게 오래가는 한두 명이면 충분하다.
고작 몇 개월 아르바이트한 호프집의 사장님과 사모님과의 인연이 저자에게 ‘진짜 인연’에 대한 정의를 내려준 것처럼 말이다. 고아인 저자의 결혼식에 흔쾌히 혼주석에 앉아주겠노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는 조건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고 아껴주는 참인연인 것이다.
어찌 보면 뜻과 음만 다를 뿐 아홉 단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인연’이 아닌가 싶다.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서 거기다 자신의 일을 놓치지 않으며 4명의 저자들은 이제껏 고군분투해왔다. 각자 프롤로그에서 썼듯이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뒤돌아보고 그 힘으로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가보고자 쓴 글임을 잘 알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