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곱 편의 소설은 읽는 내내 젊은 작가 단편집이라는 타이틀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품 해설자는 탕아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세상의 복잡다단한 이면을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롭게,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들의 치기와 활력을 치켜세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허투루 쓴 문장하나 없고 쓸데없는 인물이 없음에 감탄하며창작이라는 말의 의미를 어느 때보다 깊게 되짚어 보게 하니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 하다.

열 몇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소설들이지만 각자 작가 노트에 쓴 소회는 더 많은 감상에 젖게 한다. 공감, 이해, 혹은 경험의 일치 같은.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범죄에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AI의 필요성을 부르짖지만 그조차도 그동안 축적되어온 빅테이터와 알고리즘의 집약체일뿐이므로 이성적 판단보다 인간의 감정에 더 가까워지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의 내용은 여전히 완벽한과학적 진보가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돌아오지 않는다의 등장인물 또한 몸은 화성에 살고 있지만 이제는 존재는 하고 있는지조차 모호한 지구에 대한 기억을 무시하지 못하고 죽어서라도 가고 싶은 이상적인 행성이 되어버렸다. 떠나온 곳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어떤 장소가 아니라 행위, 추억이라는 본질이 중요함을 저자는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가졌지만 놓아버린 감정,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역시 영원한 것은 없다는 불변함을 조명하는 영의 존재하나 빼기는 누구나 겪음직한 어린시절의 한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 수도 있겠지만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지는 사람이 다수일 꺼라 나름 생각해본다. 사회는 그런 세계니까. 아직은 여전히.

인어공주를 재해석한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도 기발한 발상의 전환이 참신한 단편이다.

틀렸어. 내가 있어야 할 곳 따윈 없어. 내가 있는 곳,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뿐이야.”

아리엘의 이 한 마디가 이제 더 이상 고전동화는 없다는 걸 말해준다.

시대의 변화는 동화조차 시대에 맞게 재생산하게 만든다. 이질적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창작이라는 의미에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소설이 가진 역할에 대해서 곱씹게 한 책읽기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