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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소피 커틀리 지음,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2년 4월
평점 :
동생이 태어나면 먼저 태어난 형제자매는 기분이 들쭉날쭉 이다. 좋았다가 싫었다가, 뿌듯했다가 질투심이 났다가 도저히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종잡을 수가 없다. 동생이라는 존재가 처음이니 이 복잡한 심정이 낯선 것은 당연하다.
동생만 어린 것이 아니라 자신도 아직 아이이니 별것도 아닌 일에 싸우는 것도 역시 당연하다. 하지만 동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은 아이가 아니게 돼버린다. ‘동생도 태어났으니 너도 이젠 아이가 아니야.’ 아이가 아니면 뭐지?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말하지도 않으면서.
북아일랜드에서 자랐다는 시인이자 어린이책 작가인 저자는 건초더미를 기어오르고 모래언덕을 구르며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책의 주인공 찰리가 아이로서 어떻게 한 뼘이나마 자라는지, 동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한 때나마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잡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의 바탕에는 저자의 유년기가 많은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심장이 아픈 채로 태어난 동생 다라의 상황에 너무 놀란 찰리가 무작정 숲속으로 도망치다가 빠져버린 세계가 석기시대라는 것은 형제자매의 관계가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듯하다. 처음으로 만난 야생소년(?)은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어버려 말도 통하지 않지만 아이들만이 가진 친화력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그 순간에도 소년은 자신의 여동생이름을 기억하고 동생을 구해야 한다고 소리치는데 아마 찰리는 소년의 흔들림 없는 그 마음에 자신의 비겁함, 혹은 두려움을 직시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에는 기쁘게, 빨리 만나기를 고대했지만 막상 태어난 동생은 생각보다 귀엽지도 않고 덜컥 겁부터 났다. 알 수 없는 눈물이 차오르는데 엄마아빠는 그런 자신은 돌아봐주지도 않고 그 순간 울음을 터뜨린 동생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니.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다. 동생을 사랑하지 않아서. 앞으로도 동생을 아끼고 잘 보살필 수 없을 것 같아서.
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소년은 여동생을 찾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폭풍우를 만나고 늑대에 쫓기고 동굴 속에 갇히기도 하지만 두소년은 서로를 북돋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도중에 기억을 되찾은 소년, 하비의 집이 찰리와 친구들이 평소에 함께 뛰어놀던 정령바위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혼란스러운 찰리의 마음이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동생을 원하고 기다리던 마음은 사실 처음부터 변함없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하비가 여동생과 아빠를 찾는 걸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온 찰리에게 아빠는 수술이 잘됐다는 소식과, 동생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는 현실을 말하지만 찰리의 다짐은 굳건하다.
“지켜줄게.”
약속을 지킬 거라는 찰리의 약속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