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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에리카 산체스 지음, 허진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월
평점 :
어느 나라든 각기 사는 방식은 달라도 부모와 아들 혹은, 딸과의 관계는 그리 별다를 게 없다. 먼저 세상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부모는 통제하려고만 하니 충돌이 없을 수가 없다. 사랑하기 때문에 라는 전제가 무색하게 오늘도 세상 모든 가정은 불만 불평이 가득하다.
특히 이민자의 가정은 겨우 한 세대 일뿐인데도 간극은 매우 큰 것 같다.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가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곳곳에서 부딪히는 부모와 어른들과의 마찰은 자전적 요소가 짙음을 말하고 있다.
성녀 올가, 멕시코 가정의 완벽한 딸인 언니가 화물자동차에 치여 죽은 순간부터 홀리아는 자신의 불완전(?)함이 더 부각된다. 삶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하는 홀리아. 인생을 온전히 자신의 손안에 꽉 붙잡길 갈망하는 홀리아. 이 좁은 시카고에서 벗어나 넓고 화려하고 수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대도시로 가기를 원하지만 걱정 많은 부모는 그저 올가처럼 얌전히 집에서 가까운 커뮤니티칼리지에 다니길 바란다.
올가의 베갯잇 안에서 찾아낸 호텔영수증 한 장에 홀리아는 그저 물 흐르듯이 조용하고 고요하기만 했던 언니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고, 비밀을 파헤치는 와중에도 부모와의 충돌은 끝이 없다. 정해진 규범 안에서 여자답기를 강요하는 엄마와 캔디공장에서 일하다 돌아와서 소파에 앉아 티비만 보며 있는 듯 없는 듯한 아빠. 보통의 가정과 일관되게 비슷하다.
‘그래서 속에 담아만 두다 보니 분노가 잡초처럼 자란다. 누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는 줄 알았는데, 티브이에서나 있는 일인가 보다.’
반항은 방황을 불러오고 방황은 자신이 누구인지 주체를 잃어버리게 한다. 자해를 한 딸에 놀란 부모는 고향인 멕시코로 보낸다. 할머니와 친척들이, 고향의 산천초목이 예전의 착하고 말 잘 듣는 딸로 되돌려 주리라 믿으며. 하지만 홀리아는 예전으로 더 더욱 돌아갈 수 없는 비밀들만 잔뜩 안고 돌아온다. 엄마의 딸들에 대한 과한 걱정과 불안, 아빠의 그림자 같은 무거움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그 일이 이민자들만이 겪음직한 일이라는 사실이 무섭게 다가온다.
올가의 비밀 역시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나 다름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인 올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뭔가를 하고 있었는지. 불확실한 기다림이야말로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인 것이다. 홀리아는 이 모든 비밀을 끌어안고 뉴욕의 대학으로 떠난다. 좋든 싫든 모든 것은 변하고 이 아름다우면서도 무서운 변화를 부모는 체념으로 딸은 설렘으로 받아들인다.
부모와 올가를 대신해 홀리아가 더 많은 곳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