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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리스마스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평점 :
열림원에서 출간하고 있는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로 두 번째로 읽는 만큼 특유의 감성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이중성이 엿보이는 책이다. 무려 1900년대에 제정되어 프랑스에서 가장 우수한 문학작품에 수여하는 페미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를 갖고 읽은 바가 없지 않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답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모자의 나흘간의 일상을 다룬 이야기는 헛웃음이 나오는 동시에 서글프기만 하다.
화가로서의 경력을 마다하고 남편과도 이혼한 채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엄마 누크와 송곳 같은 말을 내뱉는 아들 으제니오의 하루하루는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 같은 날들이다. 감성적인 엄마와 현실적인 아들의 대화는 서로의 귓가를 스쳐갈 뿐이다.
“...우리 어디 갈 거야? 말 좀 해봐. 설마 우리 둘이서만 멀뚱멀뚱 보내는 건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한텐 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데, 우린 도대체 어쩔 셈이야?”
으제니오는 멀뚱히 두 사람만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될까봐 전전긍긍이고, 뭔가 원대한 계획을 세워놓았길 바라는 아들을 바라보며 누크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알 수 없는 불안에 항상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이브 전날부터 계속되는 불운은 끝이 좋지 않은 전조를 불러온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준 한 쌍의 새 중에 한 마리가 어이없게 바로 죽어버리더니 단골인 세탁소의 친근했던 세탁원은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해고당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워터파크에서는 지독한 소독약 때문에 으제니오는 기절까지 한다. 고등학교 동창인 마르타의 초대로 간 그녀의 바닷가 집에서 전남편과 만나며 불운의 절정을 맞이한다. 친구랍시고 아이의 대모랍시고 마르타는 선을 넘었다. 나름대로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한 그 모든 날들이 허무하고 공허한 일이 되어 버렸다. 엄마로서 지키고자 하는 수칙들은 보편적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수칙들이 으제니오에게는 이른바 제대로 된 가정이 아니라고 여길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모르게 항상 허둥대는 엄마가 믿음직스럽지 못했을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조차 온전하게 보내는 방법을 모르는 엄마라며.
크리스마스를 왁자지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좋은 엄마, 완벽한 가정을 의미하는 것인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한 번 쯤 깊게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