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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평점 :
교회의 십자가가 밤하늘의 별보다 많았던 때가 있었다.
굳이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깊은 밤 붉게 빛나는 십자가를 세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세어볼 여지가 없어진 이유가 높은 건물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일상에서 멀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개인적인 견해이다. 어느 때보다 절실해야 할 시기에 믿음보다 마찰이 더 큰 것 같다.
천주교 사제인 저자가 쓴 책은 예수의 고난만큼 우여곡절이 다분한 종교와 혁명의 기원을 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말하고 있는데 천 마디 말보다 파급력이 큰 그림 한 장의 내력이 매우 세세하다.
한 때 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니 벽화, 조각, 판화 등 여러 분야에 관해 깊은 통찰이 느껴지는 것도 남다른 애정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순수미술’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도 가능하지도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한 마디 말로 저자는 예술이 교권수립을 위한 종교적 제의임을 정의한다. 종교가 곧 권력이며 권력은 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 것이다.
인구의 80퍼센트에 이르는 문맹률을 고려해 정부정책의 선전을 목적으로 한 벽화를 그린 멕시코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사회주의 예술가의 면면이 확고하다.
중세시대의 미술이 종교와 신앙을 고양시키는 그림들이 많았다면 종교개혁 이후의 그림들은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도록을 보고 직접 보고자 했던 저자의 의지가 이해될 만큼 한스 홀바인의 그림은 혼란하고 급변하는 격동의 시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비록 바로 보기가 불편할 정도로 사실적이지만 말이다.
세상 밖으로의 교회를 선언한 뒤의 그림들은 자기 자신을 말하고 일상을 말하고 공존을 말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으로서의 역할을 할 때라고 저자는 예술가의 시선을 빌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