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진상 - 인생의 비밀을 시로 묻고 에세이로 답하는 엉뚱한 단어사전
최성일 지음 / 성안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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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어에 대한 사유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각자가 겪은 경험이 다르니 고유어로써는 같아도 연상되는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세상사가 엇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별 특별할 것도, 아주 아닌 것도 아니라는.

TV프로듀서인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았으므로 이제 단어들에 숨은 진상을 캐내보려고 한다고 말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진상보다는 공감이 더 어울린다. 일종의 연대의식조차 느껴지는 것은 역시 어느 정도 살았다는 전제가 매우 일리 있게 여겨지는 것과 같다.

제목이 빠진 시 한편에서 유추한 단어를 다음 장에서 확장된 에세이로 읽는 형식은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를 선사한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맞히면 맞히는 대로 수긍하게 하는 것도 단어 하나에 여러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또 다른 의미의 진상일 수 있겠다.

어디서나 눈앞에 존재하는 사물의 진상, 일상에서 부대끼는 생활의 진상, 희로애락을 말하는 인생의 진상. 저자가 분류한 3가지 단어의 진상에서 정답을 맞힐 확률이 가장 높은 분류는 무엇일까. 시를 먼저 읽으면 사물이고 에세이를 먼저 읽으면 인생이지 않을까.

너는 결코 나를 속일 수 없다며 숫자를 나열하는 저울, 인생은 다 그렇게 쓰다는 커피, 환상적인 효능이 가장 고귀한 거짓말이 된 박카스, 사물은 일관적인 면이 다분하다.

반면에 멍하니 혼자 밤하늘을 바라본다거나, 바람결에 떠나보내는 끈적한 이야기 하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금방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인생 살 만하셨죠?” 라며 소회를 묻는 대상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에 조금은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안점을 둔 생활은 소주에는 비가 어울리는 듯 하고, 젖은 몸 뒤척이며 울 때는 자신이 빨래 같이 느껴지며, 누구에게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서투를 수 있다는 586세대를 위로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시와 에세이, 더불어 위트가 넘치는 일러스트까지 단어의 진상을 넘어 삶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독서였다. 어느 날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는 저자의 바람이라고 확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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