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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덫
김명조 지음 / 문이당 / 2021년 9월
평점 :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동기도 없는 무차별적 폭력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파괴되는 성범죄는 여러 형태로 발생한다. 빈익빈, 부익부의 시스템이 사람들 간의 유대를 더 멀어지게 하고 주거지도 고층아파트가 난무하니 계층 간의 갈등도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말머리에 우리나라의 부패인식 지수가 OECD국가 중에 30위라며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나라의 위기로 꼽을 만큼 비리(非理)사건은 심각하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굳건한 이유를 어느 강력계 형사의 활약을 통해 말하고 있다.
경찰대학을 나와 서울의 강남서에서 지방의 영포경찰서로 좌천되어 내려온 유진하 형사는 곧 살인사건을 하나 맡게 된다. 한북지검 주민위원회의 회원이라는 피살자 장기호는 조사를 하면 할수록 비리(非理)가 많은 인물이다. 아내와는 별거를 하면서 딸과는 함께 살며 과도하게 집착하는 한편 몇 년 전 농적자금 이라는 명목 하에 마을사람들을 부추겨 무리하게 대출을 받게 해 자살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 자신은 수수료를 받아 챙겨 이익을 취하면서 말이다. 친딸이 아닌 의붓딸로 밝혀진 장미현을 어린시절부터 성적 학대를 해왔고 옆집에 살던 강선효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살인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수배하지만 그 역시 시신으로 발견된다.
서장과 수사과장은 자살로 종결하라고 하지만 유진하 형사는 앞 뒤 정황이 맞지 않고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던 강선효의 죽음에 의구심을 가진다. 각계각층의 수사대원이 다수 속해있는 친목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 하며 결국 치밀하게 마약조직을 이끌던 진범들을 일망타진하는 과정은 숨 가쁘기만 하다.
비록 장기호가 후안무치하고 누군가에게는 죽어 마땅한 인물이지만 제 3자에 의한 강제적 죽음에는 반드시 동기를 알아내고 범인을 잡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신념과 정의로움이 유진하 형사로 하여금 더 큰 비리와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게 한 것은 당연하다. 강선효의 억울할 뻔한 죽음역시 몇 명 의 범인을 놓칠지언정 1명의 억울한 이가 없게 해야 한다는 말에 기인한다. 어떤 죽음도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간단한 이치만으로도 한 나라가 바로 설수 있음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