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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은 공중부양 - 오늘도 수고해준 고마운 내 마음에게
정미령 지음 / 싱긋 / 2021년 6월
평점 :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던 일들이 사실은 정말이었구나 하고 수긍하며 체념할 일들이 하나 둘 생긴다. 하지만 체념은 또 포기와는 다르다. 어느 정도 희망은 접어두고라도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왜’라고 시작하는 질문을 꽤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 마흔 초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질문은 천편일률적이지만 대답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일관된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같은 나이대의 저자의 일상은 나와 매우 비슷해서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일거리가 자신에게 넘어오는 것이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아라 하는 마음이 내심 자신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정욕구임을 시인하거나 회사가 망했다고 자신도 망한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것도 직장생활을 할 때 나의 주요 고민거리였다. 일의 유무에 따라 돈과 시간을 다 잡기가 용의하지 않고 갑자기 생긴 식탐에 당혹스러워 하고, 타인의 눈치 보기와 내 마음속 눈치 보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도 똑같다. 저자가 수많은 갈팡질팡 사이에서 ‘일단 멈춤’을 선택했듯이 나도 지금은 멈춤 상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는 있는데 수익이 아니 저자가 말한 ‘월급’이 없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 역시 마음만은 열심히 공중부양 하는 상태인 것이다.
저자는 일단 멈춤에서 다시 시동을 걸어 지금 직업은 ‘그림그리기’다
이왕 나이 드는 거, 이왕 생기는 주름 예쁘게 만들자는 긍정주의, 돈보다 시간을 선택하는 쪽이 힘이 덜 든다는 상쾌한 결론, 사회적 기준에 안 맞고 좀 늦더라도 나이에 쫄지 말자는 느긋함. 비혼에 비부동산 비정규직 프리랜서인 저자의 생활상은 마흔 즈음의 나이는 수긍과 체념사이에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의 방향과 속도를 잡아갈 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 급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주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