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년 12월

한때 시집을 소설 읽듯 읽었다. 등하굣길에 들고 읽기 좋을 만큼 가볍기도 하거니와 가격이 소설책의 반값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단 몇 줄이 쓰여 있어도 무슨 뜻인지 알기도 쉬웠는데 내가 단순해진 건지, 시가 복잡해진 건지 어느 순간 시 읽기가 어렵게 느껴지면서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내가 읽어서 이해할 수 없는 시집은 아무리 들여다봐야 답답할 뿐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인 시인도 나름 자신만이 느낀 답답함 때문에 책방을 열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모험을 감행했는지 모른다. 할 말은 많은데 태생부터가 함축적이고 짧은 언어를 써야 하는 시인의 한계를 체감했는지도.

저자의 동기가 어떠하든 나는 이 책에서 그녀가 쓴 시집에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호숫가 앞에 동네 책방을 열며 시인은 ‘소상공인’이 되었다. 시인과 소상공인. 어울리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상시근무자수가 5인 미만인 기업자를 소상공인이라는데 애초에 시인일 때도 저자는 소상공인이나 마찬가지 아니었겠는가. 항상 혼자서 자기 방을 근무지삼아 일(시작)을 했을 테니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단연 인간관계나 금전적인 문제일 것이다.

책방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저자는 이해와 오해 속에서 사투했다.

‘책처방사’를 자처하며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오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책 속에 길이 있음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나 이해함직한 일이다. 동료작가들을 이용해 책방을 운영할 작정이라면 당장 그만두라는 선배작가의 냉정함도 있었다. 작가이면서 레스토랑을 하던 경험에서 나온 오해 였을테다. 물론 저자가 시인이기 때문에 얻은 혜택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 하나에 의지한 것도 아니었다.

독서모임이나 낭독회를 열 때의 부수적인 일 가령 배너를 세우거나 포스터를 붙이거나. 초청장을 쓰는 그 모든 일을 그녀는 오롯이 혼자 해냈다. 코로나라는 복병에 월세를 감해달라는 부탁도 해봤고, 책방 앞에 배송시켜놓은 물건도 도둑맞아봤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약장수가 된 듯 한 기분도 느껴봤다. 이쯤 되면 시인이라서 받은 혜택은 아무것도 없는 거나 똑같지 않나 싶다.

책방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맞닥뜨린 사건들, 감정의 계단이 오를락, 내릴락 하던 일들. 조그만 책방에서의 다사다난함은 친구 같은 책방지기가 되고 싶었을 뿐인 저자를 심란하고 지치게 만든다. 나 역시 조그만 책방에서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지 가끔 한숨까지 내쉬어가면서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지 않을까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책방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감당할 수 없는 월세에 장소를 옮겨야 했지만 세상과 관계 맺음으로 아름다움이 발견된다고 서론에 말했듯이 저자는 책방이듬에서 그 아름다움을 보았던 것이다. 오늘 번 돈으로 시집을 사서 행복하다고 웃는 여인에게서.

시인이자 소상공인인 저자를 응원하고 문학의 가치를 전파하려고 사투하고 있는 동네책방을 응원하게 되는 독서였다.